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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나눈 ‘미미’와의 대화[인터뷰]미미시스터즈
김형진 객원기자 | 승인 2009.06.19 02:26

“미미시스터즈 인터뷰를 했으면 합니다.”
“미미시스터즈는 말을 하지 않는데요.”

기자 말문이 막혔다. 그녀들 말을 하지 않는데, 인터뷰를 하자고 했으니 팔딱 뛸 노릇이었다. 하긴 TV에 나와서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장기하의 옆에 그저 서 있기만 했던 그녀들인데, 애초부터 무언의 미미시스터즈(이하 미미)를 인터뷰 하겠다고 맘을 먹었으니, 스스로 유언한 꼴이었다. 부지런히 자료부터 찾았다. 뒤적거리다 보니 조선일보에서 OX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지만, 시답잖았다.

난관과 수렁의 연속이었다. 말을 하지 않는 그녀들과 인터뷰는 ‘서면’으로? 하지만 글도 쓰지 않는다니 수 빤히 보이는 ‘잔꾀’는 전혀 소득이 없었다. 계속 그녀들의 사진을 노려봤다. 독심술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재주라고는 열 발가락 쫙 펴기 밖에 없으니 이 또한 별 무소득이었다. 게다가 미미는 늘 까만 선글래스를 쓰고 있으니, 눈 한 번 못 마주쳐봤다.

‘엎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꾸역꾸역 굳어 있는 머리를 장기하의 목소리로 흠뻑 적시며, 각오를 다졌다. ‘몸의 대화’는 만국 공통의 언어가 아니겠는가. 미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고, 멍하니 멈춰있기도 했다. 그렇게, 미미와 함께 내 생애 가장 기상천외할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미미를 만나러 가던 길 갑자기 하늘이 까매지더니 천둥 번개가 요란을 떨었다. 시작 전부터 범상치 않았다. 경복궁 옆 가로수는 벼락을 맞아 차도에 벌렁 눕는 장관을 연출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느 평론가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향해 벼락처럼 떨어진 새로움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던가 예감이 좋았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하였다. 홍대 주변 ‘모과나무 위’ 카페에서 10여분을 기다리니, 미미가 나타났다. 긴 머리에 노란 헤어밴드를 하고, 노란 원피스를 입고 빨간 하이힐을 신고. ‘추모’의 시간이 절정으로 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김형진입니다.”
“…”

‘이것 참 뻘쭘하겠구나’. 인터뷰가 시작되고 채 1분이 지나지 않아서, 어색함과 난망함이 쭈뼛하게 세포를 타고 흘렀다.

   
  ▲ 미미시스터즈 ⓒ 미디어스  
 

“음음. (긁적긁적) 인터뷰 시작할게요. 도대체 왜 말도 않고, 선글래스를 끼고 무표정하게 다니는 거죠? 원초적이지만 궁금하네요.”

미미는 카페 한켠 자리에 앉았다. 수없이 봐왔던 미미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포즈로 끄떡 않고 카메라를 쳐다봤다. 우선 찍기는 했는데, 무얼 이야기하려고 했는지 이건 ‘꿈보다 해몽’인데, 걱정이 앞선다.

손까지 가지런히 다리 위에 올려놓은 자세는 영락없는 증명사진이다. 공문서에나 필요한 ‘증명사진’을 이토록 하염없이 요상한 옷을 입고 찍다니. 그저 ‘아햏햏’, ‘우왕ㅋ굳ㅋ’한….

그런데 생각해보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의 사진은 늘 이렇게 딱딱한 모습이다. 여러 ‘증’들은 친구들에게 발각되는 순간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실상 사진 속의 주인공은 언제나 바로 ‘나’일 뿐이다. 생긴 대로의 ‘나’. 그렇게 생겼다는 데 토를 달아봤자 입만 아플 뿐이다. 무표정의 달인 미미는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본격적인 게임이 돌입하기도 전에 선문답이 일었다.

“그렇담, 미미의 탄생의 계기 혹은 무엇일까요?”

바쁘게 카페 밖으로 나간다. 계단 위에서 서 있는 미미. 그저 계단 아래서 미미를 바라볼 뿐인데 거리감이 안드로메다이다. 몇 컷을 찍는 동안 머릿속에 은하수가 내려앉는다. 우주와 교신이 되지 않는다는 강박에 마음이 조급해진 순간, ‘우산’이 펼쳐졌다. 미미가 우산을 폈다. 손발 오그라지는 추리,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 듯 한 포스를 뿜어내는 ‘미미’. 그렇다. 신비와 미지의 공간 혹은 시간 속에서 그대로 ‘적강’한 것 같은 두 여인이다.

   
  ▲ 미미시스터즈 ⓒ 미디어스  
 

뜬 구름도 단숨에 잡으랬다고, “미미, 무엇이 당신을 도도하게 만드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카메라 렌즈 앞으로 ‘확’ 눈을 들이댄다. 기자 깜놀했다.
 

 
▲ 미미시스터즈 ⓒ 미디어스  

형형색색 선글래스를 쓰고 렌즈 앞에 다가선 미미, 그러니까 미미를 도도하게 만드는 건 세상 모든 것을 소품화하는 순간적인 기운들이다. 그 모든 것의 정점에는 빨강, 노랑 그리고 큐빅이 잔뜩 박혀 있는 테가 두드러지는 선글래스가 있다. 눈을 가리면 시선이 왜곡되거나, 어두워질 수 있지만 미미는 기꺼이 언제나 눈을 가린다. 우린 아무도 선글래스 뒤에 숨은 미미의 눈을 볼 수 없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메시지, 미미만의 커뮤니케이션 기법이다. 눈을 마주치치 않아도, 말을 하지 않아도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비밀 말이다. 이쯤되면 당최 지구에선 라이벌을 찾기 힘든 우주적 ‘자신감’ 이다. 화성에서 온 누군가처럼 눈을 가리더라도 나를, 혹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뇌쇄적 당당함 말이다. 

   
  ▲ 미미시스터즈 ⓒ 미디어스  
 

미미의 행동은 무엇 하나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끝내 미미의 실체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생겼다. 추리는 딱 떨어지지 않고 행동 예측은 번번이 미끌어졌다. ‘미미의 콘셉트에 대한 가장 직설적인 몸짓이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미미는 첫인상 그대로 다시 정색하고 앉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일어나 분주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별안간 카페 ‘서빙’에 나선 것이다. 애초에 생각했던 ‘신’과 같은 존재, 적강한 ‘우주인’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미스터리하고, 신비롭기는 하지만, ‘신’처럼 군림하는 것은 분명 아니라는 소리인데. 눈을 가려도 다 알 수 있다는 자만만은 더더욱 아니라는 말인데. 인터뷰가 끝난 지금까지도 숙제처럼 남을 이들의 메시지는 아마도 끝내 무표정한 모습이다. 바로 그 표정 뒤에 미미의 본디 속내가 있을 텐데….

정석은 없다. 다시 우회로이다. 공연할 때 무표정한 표정은 물론이거니와 때때로 흐느적거리거나 종종 담배를 피워대는 미미의 퍼포먼스에 사실 열광하는 팬이 부지기수이다. 공연 중에 미미가 던지는 라이터를 받기 위해 아우성치는 광경은 매 공연마다 반복된다. “미미, 퍼포먼스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로 슬쩍 밑밥을 던졌다. 골목 앞에 서 있던 그녀들이 갑자기 뒤를 돌아 걸어간다. 빨간 구두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미미는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 미미시스터즈 ⓒ 미디어스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가겠다는 메시지인가. 미미가 등을 돌리고 걸어갈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호락호락한 단선적 해석의 행동을 남발할 미미가 아니었다. ‘뒷모습’이 포인트가 아니다.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렇다. ‘진행형’이다. 미미는 ‘걸어갔다’가 아니라 ‘걷고 있는 중’이었다. 미미 퍼포먼스는 이미 존재했던 그 자체이고, 동시에 진행형이다.

   
  ▲ 미미시스터즈 ⓒ 미미시스터즈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한 쾌에 선문답이 풀리니 미미의 속내에 조금씩 접근하는 것도 같은 우쭐함이 생겼다. 내친 김에 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미미의 퍼포먼스, 창작의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그 질문을 할 줄 알았다는 것처럼, 가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장기하 옆에서 청진기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인데, 영락없는 의사놀이다. 이건 ‘보고, 듣는 것이 아닌가’. 순간, 해석 불가능한 무엇이던 미미의 동작이 가장 빠르게 직설적으로 왔다. 미미는 장기하의 입과 귀를 들여다본다. 곧, 듣고 읽는다. ‘속을 다 알 수 있게, 너의 말을 경청하겠어.’ 순간 욱했다. 남들 이야기를 잘 듣고, 그 속까지 읽어내야지만 퍼포먼스를 창작할 수 있다면서, 정작 자신들은 말 한 마디 안하고 있는 미미가 원망스러웠다. 어디까지나 이건 인터뷰였단 말이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인터뷰를 빌미로 미미와 친해지고 싶었던 기자의 사심도 있었다. 허나 시작부터 미미는 말 한마디 않았고, 스무고개보다 알쏭달쏭하고 스도쿠보다 어려운 게임을 계속하였다. ‘장기하와 얼굴들’에 대한 다양한 평가에 대해 미미의 생각을 들어볼 요량이었고, 비주류문화 혹은 독립/인디문화에 대한 미미의 평가는 무엇인지도 물어볼 참이었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요즘 아이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말이다. 헌데 세상 모든 것이 번지르한 말로만 구성되어 있고, 또 그래야만 편한 기자에게 미미와의 인터뷰는 참으로 독하디 독하였다. 허나 유쾌한 건, 듣고 받아 적어야 맛인 전통적인 인터뷰의 진부함, 그 모든 형식에서 훌쩍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주류’가 정해 놓은 방식에서 벗어나 ‘비주류’만의 꼿꼿한 형식을 고민하는 것은 수고롭지만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그래 미미는 비주류이다. 주류에서 비켜서 있되 언제나 주류를 위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복고, 비주류, 소수성. 하나밖에 없는 빈티지한 정신, 하나 같지 않은 개인적 특질을 담고 있는 소수성에 대한 존중, 모습이 어색하다고 해서 다르지 않는 일상의 감정, 이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아도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다는 자신감. 모든 것이 기자의 자의적 해석이라고 해도, 분명 미미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OK한 순간부터 추파를 던졌고, 교신을 보냈던 터인데, 기자만 너무 어렵게 봤다.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강박, 대화가 어렵다는 불안감은 때때로 미미를 여신처럼 바라보게 했고, 미미의 우주적 카리스마에 주눅들었다. 헌데 그렇게 미미와의 몸의 대화를 시도하고 ‘창작’에 가까운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애초부터 미미의 메시지는 하나였다는 사실에 접근하였다. 물론, 그걸 이제야 깨달은 기자는 미미보다 분명 한수 아래였다.

짧은 기자 생활에서 가장 애매로웠던 인터뷰를 끝내련다. 이제 더 이상 혼자 미미의 게임에 괴로워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미미에게 부탁했다. “팬들에게 한 몸짓 해주면”. 떡볶이와 순대를 들고, 권하던데. 주고 싶다는 건지, 약 올리는 건지. 판단은, 이제부터 여러분의 몫이다.

   
  ▲ 미미시스터즈 ⓒ 미디어스  
 

김형진 객원기자  icdolv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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