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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비박계는 대통령 못 건드린다최순실 꼬리 자르기 돌입? 야권이 '거국중립내각' 싫다는 이유
김민하 기자 | 승인 2016.10.31 14:12

어쨌든 ‘수습책’의 작동은 시작된 것 같다. 주말을 경유해 청와대의 인사 조치와 최순실 씨의 귀국이 그야말로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정권 입장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정치적 식물’ 상태가 된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넋 놓고 있을 수도 없는 게 사실이다. 각계 원로를 모아 몇 차례에 걸쳐 비공식 모임을 진행한 것도 이의 반영일 것이다.

특히 검찰과 청와대가 압수수색 여부를 둘러싸고 힘겨루기 양상을 보인 것은 이 ‘수습책’의 실체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중요한 대목으로 생각된다. 검찰은 박근혜 정권 내내 청와대에 지배당하다시피 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엔 정권과 언론의 합작으로 채동욱 검찰총장이 ‘날아갔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퇴진 이후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등장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우병우 민정수석이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므로 검찰이 잃었던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게 아니냐는 진단도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됐다.

실제 검찰은 청와대의 자료 임의제출에 반발해 강제 진입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언론을 통해 흘리며 그동안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가 연일 언론 지상을 장식할 무렵 ‘세월아 네월아’로 일관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검찰의 행보에 청와대가 당혹스러워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또 한쪽에서는 어느 선까지 자료를 제출할 것인지 이미 협의를 하는 과정을 두고 검찰과 청와대가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이러한 의심은 최순실 씨의 귀국 풍경을 두고 더 강화됐다. 최순실 씨의 입국을 수사기관이 그대로 방관했을 뿐 아니라 현장에 의문의 남성 4명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MBC라디오를 통해 “국사범에 준하는 최순실은 영국에서 출발했다고 할 때 체포영장을 발부해 공항에서 연행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4명의 사나이들이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최순실을 데리고 갔다는데 그러면 그들은 어디에서 잤으며 무엇을 했는가, 기획입국에 의거한 입 맞추기, 증거인멸, 꼬리 자르기, 이런 것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 이러한 의심의 대표적 예이다.

2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합리적으로 추론해보면 실체적 진실은 검찰이 완전한 자율성을 갖고 최선의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과 정권이 음모적 시나리오를 통해 완벽하게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양 극단 어느 사이에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검찰이 과거에 비해 확실히 상당한 수준의 자율성을 갖고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 해도 정권의 마지막 보루를 허물 각오와 의지는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 사태의 근본적 해결은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무너질 때만 해결된다. 대통령이 사태의 주범이라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인 최순실과 박근혜 사이의 관계는 정신적 지배와 피지배가 성립하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사인 최순실과 대통령 박근혜 사이의 관계는 국가기밀을 유출하는 자와 그것을 입수하는 자로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 민감한 내용의 문서와 연설문을 청와대 밖으로 유출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는 금지돼 있다. 따라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수사를 받기로 하거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근본적으로 해결 가능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검찰은 싫다는 대통령을 억지로 수사할 수도 없고 박근혜 대통령을 직에서 내려오게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 최선이란 결국 국정농단 사건의 ‘국정농단’ 부분에 대해 실질적으로 수사를 하지 못하는 결론으로 이어질 것이다. 최순실 씨를 비롯해 문고리 3인방이나 안종범 우병우 수석 등이 처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나, 이들에게 제기될 혐의에서 국정개입과 관련한 부분은 최소한이 될 수밖에 없고 주로 미르·K재단이나 개인비리의 문제가 중심이 될 것이다.

법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문제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새누리당은 최고위 결정을 통해 결국 ‘거국중립내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기서 ‘거국중립내각’이란 결국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여야 합의 체제로 정권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애초 이를 요구했던 야권은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오물 위에 집을 짓겠다는 것”이라고 했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탈당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야권 인사를 입각시키는 것은 야권을 분열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 내 비박계 움직임이 심상찮다는 것도 짚어봐야 한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41명은 31일 새누리당 지도부의 즉각적 사퇴와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재창당 수준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또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거국중립내각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새누리당 내 비박계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이 기회에 박근혜 대통령과 명확히 선을 긋고 독자적인 정권재창출 시나리오에 시동을 거는 것일 테다. 친박계는 대선을 앞두고 비박계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왔다. 새누리당이 대통령을 비토하기 시작하면 박근혜 정권은 사실상 ‘식물’이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말하자면 이미 정권은 식물이 되었다. 그러니 결국 새누리당은 식물이 된 대통령을 들이 받으며 대권주자들끼리의 혁신 경쟁으로 가게 될 거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왼쪽)가 31일 오전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자신의 거국내각 거부 문제 발언에 대한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의 항의를 받은 뒤 자리를 박차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이 자신들이 요구했던 거국중립내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 판에 휘말리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새누리당 정권재창출 시나리오에 하나의 톱니바퀴로 이용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친박이든 비박이든 새누리당이 주도하지 않는 국면을 형성하기 위해 자기들이 제안한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미적지근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야권의 움직임은 일견 정략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박계가 이제와서 과거 내놓은 ‘박근혜 불가론’ 같은 것들을 다시 꺼내들어 보이고 있으나, 그들이 보수세력의 일원으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박근혜 정권의 탄생에 기여했다는 점은 명백하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최순실 씨에 대해 “새누리 사람이라며 누구나 알고 있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혜훈 의원은 31일 CBS라디오와의 전화 연결에서 “(비선의 전횡을) 말리다가 공천도 못 받고 당에서 쫓겨났다”고 했다. 전여옥 전 의원의 회고에 의하면 유승민 의원이 비서실장을 맡던 시절 연설문이 ‘걸레’가 돌아온 사례가 빈번했다. 즉, 유승민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본질을 모르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

거리에 모인 국민들의 요구는 민주공화국을 규정한 우리 헌법의 가치를 지키자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되며,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정권을 탄생시킨 자들은 모두 이에 걸맞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야권도 청와대와 여당의 요구에 수세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거리에 나선 국민들의 요구를 정치화하는 통치가 가능하고, 이를 책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요컨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우리는 ‘정상’이라는 기준 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우리의 문제의식이 거기에 가 닿지 않으면 ‘죽 쒀서 개 주는’ 황당한 사태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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