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다 큰 자식들의 사생활을 두고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는다는 이유로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운 우리 새끼>)는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었다. 특히 <미운 우리 새끼>에 등장하는 엄마들이 방송에서 줄기차게 늘어놓는 주제는 ‘결혼’이었다. 어떤 이야기로 시작한다고 한들 기승전’결혼’으로 압축되는 <미운 우리 새끼>는 수많은 싱글들에게 여러모로 불편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미운 우리 새끼>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요즘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달성하기 힘들다는 시청률 10%도 훌쩍 넘었다. <미운 우리 새끼>가 공전의 히트를 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들들의 사생활에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머니들의 출연 덕분이었고, 그녀들의 입담이 시청자들을 끊임없이 TV 앞에 불러들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요즘 들어 <미운 우리 새끼>는 예전에 비해 결혼을 안 하는 아들들에 대한 한탄은 크게 줄었다. 그렇다고 아들들의 빠른 결혼을 원하는 엄마들의 욕망이 수그러든 것은 아니지만, 아들들도, 스튜디오에서 그녀들과 함께 있는 MC들도, 시청자들도 마냥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결혼타령’ 대신, 아들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에 대한 코멘트를 남긴다.
지난 28일 방영한 <미운 우리 새끼>에서 혼자 사는 김건모가 역시나 혼자 사는 지상렬을 챙기기 위해 여러 살림살이를 바리바리 싸들고, 그의 집을 찾아갔다. 이런 에피소드는 <미운 우리 새끼>와 동시간대 방영하는 MBC <나 혼자 산다>에도 자주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그런데 <나 혼자 산다>였으면 동료 연예인을 살갑게 챙기는 김건모의 미담으로 끝났을 이야기가, 아들을 반드시 결혼시켜야 한다는 엄마들의 적극적인 욕망이 개입되는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김건모가 여자를 챙기러 갔으면 좋겠다는 설레발이 이어진다.
허나 김건모가 찾아간 사람이 엄마의 바람과 다르게 지상렬임이 밝혀진 순간, 스튜디오에는 실망과 탄식이 가득해진다. 그러나 엄마들이 결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아들에 대한 원망만 늘어놓는다면 시청자들만 괴로워질 것이다. 그래서 <미운 우리 새끼>는 엄마들의 ‘결혼 타령’을 줄이는 대신, 철없어 보이는 아들 김건모의 행동에 혀를 끌끌 차면서도 아들을 칭찬하고 그가 가진 장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김건모 엄마와, 뒤늦게 날라리가 된 아들 박수홍의 일탈에 펄쩍뛰는 박수홍 엄마의 행동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결혼 안 하는 아들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그녀들 입장에서는 다소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을 벌이는 아들을 보고 격한 리액션을 하는 김건모 엄마와 박수홍 엄마의 맹활약 덕분에, <미운 우리 새끼>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김건모와 박수홍의 일상이다. 특히 박수홍, 허지웅, 토니안의 이야기는 한 주씩 돌아가면서 빠지는 반면, 김건모의 싱글 라이프는 매주 등장한다. 특히 지난 21일 방송 같은 경우에는 그 어떤 출연자들보다 김건모의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이 다뤄졌다.
유달리 술을 좋아하고, 항상 게임기를 놓지 않으며, 동성 후배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요리 실력까지 출중한 김건모의 일상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김건모 이야기만 유독 많이 등장하는 것은 <미운 우리 새끼>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김건모 엄마의 코멘트가 한 몫 한다.
아들에 대해서 냉정한 평가를 내리다가도 은근슬쩍 김건모 자랑으로 이어지는 그녀의 예측불허 입담은 스튜디오를 뒤집어 놓는다. 또한 그녀는 신동엽과 서장훈의 다소 짓궂은 질문과 농담도 대범하게 맞받아치는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 나이를 앞세워 무작정 군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려한 말솜씨와 재치를 통해 신동엽과 서장훈을 쥐락펴락하는 김건모 엄마의 예능감은 연예인들의 사생활보다 더 흥미로운 연예인 엄마들의 수다를 이끌어낸다.
어느 누구와 붙여놔도 말로는 쉽게 지지 않을 것 같은 ‘센’ 엄마 캐릭터가, 과연 그녀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아들의 결혼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운 우리 새끼>에서 보여준 김건모 엄마의 타고난 입담과 예능감 덕분에 <미운 우리 새끼>가 큰 인기를 얻고 있고, MC 신동엽이 가진 유능한 진행력이 탄력을 받고 있음은 물론 아들 김건모 또한 덩달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운 우리 새끼> 방송 이후 박수홍의 TV출연과 연예 매체와의 인터뷰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건모와 박수홍은 원래 유명한 연예인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정상에 올라선 톱스타였지만, 엄마들 덕분에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아들의 결혼을 간절히 바라는 엄마들의 욕망을 이루어주지는 않지만, 엄마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미운 우리 새끼>. 단언컨대 올해 SBS 예능 프로그램의 자존심을 세워준 것은 <미운 우리 새끼>뿐이며, 신인상 포함 그 이상의 상의 영광이 <미운 우리 새끼> 엄마들에게 돌아갈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 엄마들이 만들어가는 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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