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멜로 아닌 로코도 제격인 수애 <우리집에 사는 남자> (10월 24일 방송)

KBS2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

<가면>, <야왕>, <천일의 약속> 등 그동안 수애는 격정 멜로 속 사연 많은 여주인공이었다. 청순할 때도 있었고 매몰찰 때도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여자.

그랬던 수애가 한없이 망가지는 유쾌한 로코물의 여주인공이 됐다. 전혀 다른 옷을 입었지만 첫 회부터 이물감은 없었다. 지난 24일 첫 방송한 KBS <우리집에 사는 남자>(이하 <우사남>)에서 수애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느닷없이 만나게 된 젊은 새아빠와 함께 살아가는 홍나리 역을 맡았다.

우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 난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닥치고 들어. 입만 열면 거짓말 하는 나쁜 자식아”라고 시원하게 이별을 고했다. 동시에 그 남자친구와 바람이 난 직장 후배에게는 “앞으로 내 눈에 띄지 마. 어쩔 수 없이 같은 공간에 있다면 내 얼굴 쳐다보지 마.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밥도 먹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따끔하게 경고했다. 첫 회부터 사이다 한 잔을 원샷하게 만드는 시원함을 선사했다.

어디 그 뿐이랴. 친구 돌잔치에서 김밥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을 들이켜고, 술에 취해 볼이 빨개진 채 생수를 원샷한 뒤 그대로 생수병을 찌그러뜨린다. 게다가 한밤중에 호스를 뱀으로 착각해 삽으로 내리치질 않나, 민낯에 머리를 질끈 묶고 후드티 차림으로 나무를 꽉 끌어안는다. 그동안 봐오지 않았던 모습이라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수애표 망가지는 로코 여주인공도 볼 만 했다. 옆집 언니처럼 친근하면서도 허술한 구석이 잔뜩 있는 여자. 힘을 잔뜩 뺐는데도, 매력은 여전히 잔뜩 묻어있다. 이게 수애의 힘이다.

이 주의 Worst: 대통령을 대신해 김주하가 전합니다! <MBN 뉴스8> (10월 26일 방송)

MBN 뉴스 8 방송 화면 갈무리

김주하 앵커에게

죄송하지만, 오늘은 한 사람에게 이 지면을 할애할까 합니다. 김주하 앵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김주하 앵커, 혹시 요즘 뉴스 보셨습니까? 대한민국이 지금 당신에게 얼마나 실망했는지?

한때 ‘여대생이 가장 존경하는 언론인’ 등으로 손꼽히던 당신이 MBC를 퇴사해 MBN 앵커로 이적한다고 했을 때도, 사실 의아스럽긴 했지만 실망할 단계는 아니었습니다. 과거, 종편 방송인 JTBC의 보도 담당 사장으로 옮긴 손석희의 경우도 시청자들이 당황하긴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스스로 종편의 노예가 되는 대신 어느새 지상파보다 더 신뢰받는 JTBC를 만들었습니다. 꿋꿋한 신념과 올바른 철학만 있다면 당신도 그렇게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비록 MBN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스스로가 흡수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한때 당신이 집필한 책을 보면서 언론인으로서의 태도에 대해 배웠고 언론인을 꿈꿨던 사람으로서, 지금 당신의 통찰력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뉴스8-뉴스초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씨 때문에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피해자’이자 ‘국민들 앞에서 힘없고 어두운 모습으로 사과하는 대통령’으로 묘사했습니다. 세상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말이죠.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이 일개 개인인 최순실 씨에게 국가의 가장 중요한 결정을 모두 맡겼다는 것이 매우 창피한 요즘입니다. 그런 대통령에게 따끔한 편지를 써도 모자랄 판에, 당신은 대통령을 옹호하기 급급했습니다.

지난 28일 <MBN 뉴스 8>에서 이 같은 편지를 전하는 당신을 본 시청자들은 그렇게 편파적이고 어이없는 브리핑은 처음 봤다고들 합니다. 지금 당신을 향한 평가가 그렇습니다. 편지 말미에 당신은 ‘국민을 대신해 김주하가 전한다’고 말했죠? 그러나 우리 귀에는 이렇게 들렸습니다. ‘대통령을 대신해 김주하가 전한다.’

물론, 한 사람은 당신의 편지를 읽으며 감동받았을 겁니다. 최순실 씨의 의리를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인, 당신이 대변한 ‘그 언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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