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비자금’ 사태 초기부터 적극적인 보도를 해왔던 MBC 뉴스가 뒤늦게 구설에 올랐다.

MBC는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삼성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가장 적극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언론사로 평가 받아왔다. MBC는 지난 3일 방송3사 가운데 최초로 김용철 변호사 인터뷰를 내보냈고 같은 날 <뉴스후>에서는 ‘나는 공범이었다’는 제목으로 이번 사건의 전말을 집중 보도했다. 지난 6일에는 < PD수첩>에서도 '김용철VS삼성/ 나를 구속하라'를 방송했다.

‘적극적’ MBC…김용철 변호사 기자회견은 뉴스 중반부 배치

하지만 정작 지난 5일 김용철 변호사의 2차 기자회견 당일 <뉴스데스크>에서는 중반부 이후에 관련뉴스를 배치해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이날 MBC는 뉴스 시작 15분여가 지난 뒤인 10번째부터 3꼭지를 △기자회견 내용 △삼성측 반응 △쟁점 정리로 나눠 보도했다. 이회창 대선 출마, 전군표 국세청장 사전영장 청구, 고액권 신권 발행 등의 뉴스가 나온 뒤였다.

▲ 11월5일 MBC <뉴스데스크>.
같은 날 KBS <뉴스9>가 뉴스 첫머리에서부터 5꼭지, SBS <8뉴스> 역시 첫머리에서부터 3꼭지를 보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MBC 안팎에서 ‘MBC가 뒤늦게 삼성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부터 ‘MBC라면 더 세게 보도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MBC 김성수 보도국장 “새로운 내용 없었기 때문”

이에 대한 MBC 보도국의 반응은 한마디로 ‘말도 안된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MBC 김성수 보도국장은 “지난주에 이미 다 다룬 내용으로 새로운 게 없었기 때문”이라며 “삼성에 대해 우리는 너무도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으며 MBC의 삼성 보도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보도국의 다른 간부도 “그날 하루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MBC가 삼성 보도에 관한 한 소극적이지 않다”며 “방송뉴스는 반드시 중요도 순서로만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MBC 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MBC 뉴스 사이트(imnews.imbc.com)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5일 뉴스 편집이 석연치 않았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이 다수 올라 있다.

▲ 아이엠뉴스 네티즌 자유게시판.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 화폐에 나오는 유일한 생존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삼성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떡값으로 돌리며 검찰, 재경부, 국세청을 길들여 왔다는 폭로’보다 뉴스로서의 가치가 빈약했나 봅니다.(아이디 VOX21C)

원 스트라이크 이후 투 스트라이크는 아니더라도 스트라이크에 가까운 볼이라도 던져야 되는데 이건 완전 데드볼이 되어 버렸네요. 뉴스후 방송 보고 난 후 “역시 MBC”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완전 용두사미에 잔금 빵빵했던 계좌가 일순간에 마이너스 통장이 되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아이디 YKOH71)

“현장취재·기획 필요”…“경제 쪽에서 붙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부 기자들도 보다 더 적극적인 취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MBC 보도국의 한 기자는 “나름대로는 보도를 하고 있지만 MBC는 ‘X파일’ 자료도 갖고 있고 타사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드러난 것만으로 중계방송을 할 게 아니라 현장취재와 기획이 따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기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키울 아이템이 많은데 지금처럼 사건기자 중심으로 취재를 할 게 아니라 산업팀, 재정금융팀 쪽에서 붙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보도제작국은 모르겠는데 보도국은 적극적으로 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침 지난 5일 기자들이 사용하는 뉴스시스템의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지시가 갑작스레 떨어진 것도 이 같은 구설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안강화’ 차원에서 나온 일상적인 지시로 삼성 기사와는 연관이 없다지만, 일각에선 ‘큐시트가 밖으로 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해 MBC 보도국 한 팀장은 “최근 삼성, 검찰 등 민감한 기사들이 많은 만큼 큐시트와 내부 정보보고 등 보안에 유의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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