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공영방송 KBS와 MBC가 관련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감독기관의 철저한 지도·감독을 지시한 이후였다. 대통령이 최씨 의혹에 대해 선을 긋고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공영방송이 ‘확성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9월 한겨레의 단독 보도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관련된 의혹들이 최초로 불거져 나왔다. 이후 언론들은 한 달 남짓의 시간동안 최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공영방송 KBS와 MBC는 이에 대해 침묵에 가까운 보도 행태를 보여왔다.

하지만 10월20일부터 KBS와 MBC는 미르·K스포츠 재단 그리고 최씨 관련 보도를 메인뉴스에 전격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두 재단 관련 “불법행위를 했다면 어느 누구라도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강조한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두 방송사 모두, 박 대통령이 두 재단의 성과를 추켜세운 부분을 덧붙였다. KBS<뉴스9>는 <박 대통령 “재단 관련 불법행위 누구든 엄정 처벌” >(최동혁 기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이)문화 체육 분야의 해외시장 개척과 수익창출을 위해 경제단체가 주도해 만들어졌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세계에 퍼뜨리는 성과도 거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MBC<뉴스데스크>도 <박 대통령 "미르재단 등 불법행위 있으면 엄중 처벌">(박성준 기자) 보도에서 동일하게 다뤘다.

이날 KBS와 MBC는 1번째 꼭지부터 3번째까지를 모두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보도로 채웠다. 또 20일부터 23일까지도 관련 보도는 계속됐다.

▲20일 KBS<뉴스9>과 MBC<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그러나 KBS와 MBC의 보도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청와대 공직자들 간의 연결고리는 찾아볼 수 없었고, 언론에서 집중 파헤친 의혹들이나 위법행위들을 뒤늦게 소개하거나 검찰 수사에 초점을 맞출 뿐이었다. KBS 독일특파원이 최씨가 소유한 ‘더 블루K’가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크푸르트 소재 호텔에 간 것 정도가 새롭다고 평가할 만한 것이었다.

▲20일부터 23일까지 KBS와 MBC에서 보도한 '최순실 게이트' 뉴스 정리

성공회대학교 최진봉 교수(언론학)는 관련 의혹들에 침묵해왔던 대통령이 입을 연 것에 대해 “(최순실 게이트는)정부가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대통령도 이걸 덮었다가는 다칠 수 있다는 걸 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공영방송이 관련 이슈를 보도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선 “정권의 눈치를 보고 외면하다가 대통령이 (최씨와 자신과의 관계를)선긋기를 하니까. 적극 보도하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은)현 정부와 스탠스(입장)를 맞추는 방향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KBS와 MBC가)진짜 중요해서 보도한다면 대통령과 연관성을 집중 보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보도는 한 마디로 꼬리 자르기 정도의 면피성 보도”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