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회사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하는 ‘갤럽리포트’의 대통령 지지율과 새누리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텃밭’에서의 민심이반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9월4주 차 9월5주 차 10월1주 차 10월2주차까지 최근 4주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31%-30%-29%-26%로 무려 6%포인트 하락하고 있다.

9월 4주차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주지진피해 방문과 20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을 시작한 시기이며, 조사기간 중 박근혜 대통령은 '비상시국에 비방 폭로성 발언은 사회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때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최순실을 비롯해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최순실에 이어 광고감독 차은택과 최순실의 딸이 다니는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까지 어느 하나 깔끔하게 의혹이 해소되는 것 없이, 수없는 부정비리가 국민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했던, 어떤 경우에도 붕괴되지 않는다고 했던 30%의 지지율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9월 5주차부터 시작된 철도노조와 지하철노조의 연대파업은 예전과 달리 청와대와 집권여당에게 플러스알파 요인이 아니라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성과연봉제는 결국 노동자들에게 비수로 다가온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종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표현을 공공연히 드러내며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적 반서민적 경제노동정책에 반감을 드러낸 수치로 볼 수 있다. 또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단식투정은 많은 국민들에게 심한 혐오감마저 자아내게 함으로써 박대통령의 지지율에게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쪽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연합뉴스)

10월 1주차는 이정현 대표의 단식투정이 투정이었고 '쑈'였음이 드러난 단식투정 중단과 국회 국정감사 정상화, 백남기 농민 부검관련 논란 및 태풍 차바 피해뿐만 아니라 쌀 수입반대 농민집회가 대규모로 있었던 시기이다. 그동안 도시서민들이 노동자와 농민의 투쟁을 부정적으로 표현해 왔다면, 최근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정과 반노동자적 반서민적 각종 정책에 반발하며,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가능한 여론조사 지표들이다.

10월 2주차는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여야의원을 기소하면서 친박은 달랑 1명 기소하고, 정치적 반대진영인 비박 야당 무소속의원들은 무려 30여명을 기소하는 정치검찰의 정치보복이 행해진 시기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연일이 최순실 차은택 최경희 이대 총장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된 시기이기도 하다.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지옥' 발언 등 대북강경 발언만으로 이 난국을 수습하려하나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목할 지점은 해외순방과 대북강경책으로 일정하게 지지율을 유지해 오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외순방은 일찌감치 지지율 유지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재가 되어버렸다. 마지막 지지율 유지수단이자 정권차원에서 보수대결집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던 대북강경책마저 지지율 유지나 제고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 10월1일 국군의 날 연설에서 탈북권유 발언은 야당지도자들로부터 선전포고 아니냐는 비판을 초래했고, 또 북한지옥발언마저 오히려 지지율 반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양치기소년의 ‘호들갑 효과’는 국민들에게 더 이상 의미 있는 자극제가 되지 못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 4주 동안 31%-30%-29%-26%로 하락하는 과정에서 유독 눈에 띄는 흐름은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지지율이다. 대구경북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40%-35%-39%-44%로 들쭉날쭉 하는 반면에, 부산울산경남지역의 박근혜대통령 지지율은 35%-33%-30%-27%로 전국평균과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다. 텃밭 ‘부울경’에서 전국평균 지지율과 불과 1% 포인트밖에 높지 않다는 것은 부울경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마저 접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이후 지역구도 붕괴로 인한 정치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이들이 등장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4주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지지율 추이도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새누리당의 전국평균 지지율이 31%-31%-30%-28%로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해 대구경북지역은 40%-47%-43%-50%로, 상당히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서 새누리당에 대해 애증이 교차하는 지역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35%-44%-33%-31%로 최근 2주간은 전국평균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 이번 주 지지율은 전국평균 29%와 비교해서 불과 2%포인트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지지율을 상당히 깎아먹으면서, 심지어 텃밭인 부산울산경남지역의 민심 이반현상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현재 관계는, 지금처럼 최순실 차은택 관련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의혹을 숨기기에 급급하면, 깨지는 것은 어찌 보면 시간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또 다른 하나는 지역구도로 짜여진 현재의 정치지형에 대변동이 오는 시기가 일반적인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를 수 있겠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을 제외하고 전 지역 특히 부산울산경남지역이 전국평균의 박대통령 지지율과 새누리당 지지율의 하락 추세에 동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불과 5%미만의 상대적 우위를 점하면서 변동의 흐름을 함께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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