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화요일 KBS <생로병사의 비밀> '수다의 건강학'의 한장면이다.

KBS <개그콘서트> '대화가 필요해' 코너가 꾸준히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미디언들의 능청스런 연기나 반전의 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집에서도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 쉽게 공감이 간다.

그만큼 식탁 위에서의 시간은 그 가족의 단면을 예리하게 잡아낸다. 다함께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 정말로 밥만 먹고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해 보려고 괜히 몇마디 꺼냈다가 더 큰 사고를 친 경험이 있는 자들은 지각이나 오후 늦게 먹은 간식 핑계를 대고 아예 밥을 입에 대지 않아버릴때도 있다.

<생로병사의 비밀> '수다의 건강학'에 나온 한길호, 주영옥 씨 가정도 그랬다. 영옥 씨만 나서서 가족들에게 말을 걸뿐 남편 길호 씨는 혼자 빨리 밥을 먹고 일어나 텔레비전 앞으로 가버렸고, 아이들은 묻는 말에만 대답했다. 네 가족이 식탁에서 함께 하는 순간은 찌개냄비에 숟가락이 갈때 뿐이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다였다. 제작진은 이들 부부가 가족 내 대화를 늘리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거진 20년간 함께 산 부부지만 10분 동안 얼굴을 마주치는 것도 버거워하던 한길호, 주영옥 씨는 자잘한 대화들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한결 밝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부부의 친밀도가 높아지자 자연스럽게 가족사이도 가까워졌다.

아무래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이혼률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수다가 재해석 되고 있는 듯하다.

이날 방송에 나왔던 또 다른 부부는 이런 말도 했다.

"표현은 진짜 중요한 거 같아요. 말을 안 하고 있으면 아무도 몰라요. 알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하는 자체가 잘못이야."

과거에는 수다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수다는 사전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쓸데없는 말'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고, 침묵은 금이라 여기며 말을 아끼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이제는 다르다. 그 '쓸데없는 말'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를 알아간다. 더구나 갈등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진 상황이라 침묵은 더 많은 오해를 낳고, 홧병만 생길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들에게 수다의 자유를 허한것이 반갑다. 방송을 봐도 수다를 맛깔나게 잘 떠는 남자연예인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 KBS 라디오 <안재욱, 차태현의 Mr. 라디오>나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처럼 남자 둘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남자게스트들만 초대했을 때의 방송분을 들어보라. 두 시간동안 이어지는 남자들의 수다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된다.

방송은 이밖에도 여러 사례를 통해서 수다가 인간관계를 호전시키는데 도움을 주며, 과학적으로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보고들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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