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2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대선미디어연대 주최로 <대선후보 토론기피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경향신문 이재국 기자는 대선을 불과 50여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유력 대선주자가 TV토론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질타와 함께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언론 모두를 비판했다. 이 기자는 특히 이날 토론에서 정치권의 책임 못지 않게 언론자성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재국 기자 “알권리 충족을 위해 언론은 어떤 노력을 견지했나”

▲ 6일 오후 2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대선미디어연대 주최로 <대선후보 토론기피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언론노조
그는 “TV토론기피 현상은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고 지적한 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 입장에서 선거전략상 TV토론을 기피하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그런 전략은 특정 후보 캠프 입장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언론은 아니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언론은 (그들을) 끊임없이 토론의 공간으로 끄집어내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에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기존 토론회 방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면서 “교수나 정치·보도국장 위주의 패널방식을 과감히 깨뜨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과 일반시민들을 중심으로 패널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오훈 한국PD연합회 편집주간 “토론 기피 후보에 패널티 적용해야”

권오훈 한국PD연합회 편집주간은 TV토론에 응하지 않는 후보들에게 방송사 공동으로 ‘패널티’를 적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주간은 “이명박 후보가 지난번 KBS토론회에 불참했을 때 현업·시민단체에서 성명서를 내는 것 말고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면서 “방송사가 공동으로 토론기피 후보자에 대해서는 과감히 제외하고 가는 방안 등 패널티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주간은 “TV토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무너지고 있는 현 국면에서 대선보도는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지도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택 “TV토론 거부시 보도 거부 등 강력한 제재”

이강택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장은 “대선 후보의 TV토론 기피는 단순히 저널리즘의 위기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경우 선거 자체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방송사 경영진이나 현업자들에게 맡겨 놓을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경각심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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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대체 정치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냐”고 반문한 그는 “특정 캠프에 줄만 서면 다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패널티 적용과 관련해 “특정 후보가 토론회를 기피했을 때 토론회에서 제외하고 가는 정도가 아니라 그 후보에 대해서는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보도를 거부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 “분야별로 방송사들의 역할 분담도 고려”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은 지금까지의 ‘고전적인 토론회’ 방식에서 탈피해 다양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방송사들이 백화점식으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지양하고 분야별로 분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령 정치분야는 KBS, 외교안보 분야는 MBC에서 토론회를 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심도 깊은 토론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고차원 정책국장 “토론회 불참 후보자에 대한 제재방안 강구해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언론노조 고차원 정책국장은 “지금처럼 언론사가 기획한 합동토론회에 후보들이 이해득실을 따져 거부하고 선관위가 규정하는 법적 의무만을 최소한으로 이행하겠다는 속내를 비친다면 해당 후보에 대해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한 명이 빠지더라도 과감히 궐석으로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 형식과 운영방식과 관련해 고 국장은 “유권자들의 관심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합동토론과 교차토론을 확대하는 것이 매우 절실하다”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기술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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