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KBS사측 간부들이 조문객의 정부 비판 인터뷰를 빼라고 지시하는 등 이명박 정부에 불리한 움직임을 축소 보도하도록 했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KBS PD협회(회장 김덕재)가 이병순 사장에 대해 시청자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 한 KBS 카메라 기자가 레인커버를 카메라에 씌우고 취재를 하고 있다.
1일 낮 12시부터 긴급총회를 개최한 PD협회는 ‘나락으로 추락한 KBS, 이병순은 책임져라!’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사측에 대해 △이병순 사장이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 △편성, 제작, 보도책임자를 엄중 문책할 것 등을 요구하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장 퇴진운동을 포함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향후 발생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이병순 사장과 경영진에 있음을 밝혀둔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영진에 대해 “당신들은 정권에 빌붙어 몇 년 만 버티면 될지 모르지만, 십년, 이십년을 KBS 이름 아래 ‘공영방송이라고 우기며’ 살아야 할 후배들은 무엇으로 버텨야 하는가”라고 되물으며 “한번 무너진 국민의 신뢰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KBS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시청자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도 기자, PD 조합원 등이 폭로한 내용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1일 저녁 8시 현재 노사 공정방송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KBS노동조합은 5월26일 “(보도본부장의 정부비판 인터뷰 삭제 지시 등) 일련의 사태는 사측이 ‘추모정국’을 최대한 자제시키려는 정권의 의도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방송을 이어가려 하는 것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무능한 사측 수뇌부들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1일 현재까지 폭로된 내용은 △보도 수뇌부가 서거 관련 뉴스를 ‘드라이’하게 다루라고 지시 △보도본부장의 정부 비판 조문객 인터뷰 배제 지시 △라디오측 간부가 서거 아이템과 관련해 1라디오 제작진에게 관련자 인터뷰 자제하고 단순보도 지향하라고 지시한 것 등이다.

KBS기자협회(회장 민필규)도 1일 오후 6시 운영위를 열었다. 민필규 기자협회장은 “노무현 서거 보도 사태와 관련해 대응방안이 필요한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KBS 보도를 모니터해온 KBS기자협회 내 방송모니터단은 모니터 보고서를 오는 3일 KBS기자협회보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KBS노조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현상윤 PD는 5월31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을 맞아 KBS는 추모정국의 의미와 파장을 철저히 축소했다. 또 정치적 타살에 대해 분노한 민심을 최대한 은폐하려 했다”며 “인사권을 움켜쥐고, 감시체제를 복원하고, 제작 자율권을 짓밟는, 권력의중에 충실한 이병순 사장을 그대로 두고서는 KBS에 희망은 없다. 우리는 이병순 사장에게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PD는 “연임을 위해 또는 자리보존을 위해 ‘권력의 개’가 되기를 자청한 자들을 쓸어내지 않고는 우리 역시 권력의 하수로서 역사적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부사장과 편성, 제작, 보도, 라디오본부장 그리고 보도국장 등에게도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지금 우리 스스로가 권력의 쇠사슬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분노한 민심은 KBS를 두번 다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PD는 KBS를 공영방송으로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미디어악법 저지 △사원총회에 사장 탄핵권 부여 등을 통한 사장독재체제 종식 △사원평의회 구성으로 참여와 감시체제 수립 △이병순 사장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인사행태 바로잡기 등을 제시했다.

현 PD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노동조합 또한 오늘의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청료 거부운동을 극복하고 신뢰도 1위의 대표 공영방송으로 KBS가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조합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며 “5천사원의 대표조직이요 구심점인 노동조합이 중심이 돼 대대적인 공영성수호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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