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29일. 서울 용산참사 현장도 ‘국민장 생중계’에 집중하고 있었다. 분향소앞 평상에 삼삼오오 모인 범대위, 전철연 관계자들과 유족 10여명은 TV속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가 화장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일부는 눈물을 훔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안타깝지만 국민장 생중계를 보는 마음이 좀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이 비록 기득권 세력과 싸우다가 돌아가셨지만…. 우리는 억울하게 죽은 지 4개월이 지나도록 장례조차 못 치르고 있다. 희생자들의 죽음이 잊혀지는 것 같아 너무 가슴아프다. 오늘 운구 차량이 이 앞을 지나면 우리들도 장례치르게 해달라고 막으려 했는데 다른 쪽으로 갔더라.
날이면 날마다 경찰버스 7대가 우리 곁을 둘러싼다. 경찰 숫자가 500~600명은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영결식에 투입되느라 경찰들이 거의 다 빠졌다. 경찰버스가 없었던지 (일부 경찰들이) 아예 관광버스를 대절해왔다. 이 정부는 공권력만으로 나라를 끌어가려는 것 같다.”
분향소로 들어가는 입구 길목에는 문정현 신부가 누워있는 모습이 보인다. 눈두덩이에 수건을 얹은 그는 주변 사람들의 간호를 받고 있었다. 오늘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미사를 진행중이던 용산참사현장에는 갑자기 용역들이 들이닥쳐 건물에 대한 강제 철거를 집행했다. “전국민이 애도하는 날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하던 문 신부는 무릎 등을 다쳤다.
오전에 이미 한바탕 전쟁을 치른 용산참사 현장은 다시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고 이성수, 고 한대성, 고 윤용현, 고 이상림, 고 양회성씨의 모습이 그려진 펼침막을 못질해 단단하게 고정하느라 분주하다.
분향소에는 시민들이 간간히 들러 5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노 전 대통령 운구 행렬을 따라가던 조문객들이 용산참사 현장에 들렀다 시청광장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내가 찾았을 때는 교복입은 여학생이 아버지로 보이는 이와 함께 분향을 했다. 용산참사 현장을 처음 찾은 나도 죄스런 마음으로, 두손을 모아 분향을 했다. 두번반의 절을 끝내고 나니 옆에 선 70대 할머니가 “고맙다”며 손을 잡아주신다. 그의 맑은 눈을 보며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