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복귀방송 잘했어, 우리가 봤어! <주간아이돌> (10월 5일 방송)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

지나친 환대와 환영엔 “고마해라”며 부끄러워하고,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준 김희철과 하니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에서 “원래 너희 자리가 아니였다”고 잔뜩 허세부리다가도 마지막에 나지막이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진심을 전하는 츤데레 기질은 여전했다. 그래서 반가웠다. 도니 도니 웰컴 백!

건강상의 이유로 모든 방송을 잠정 중단했던 정형돈이 10개월 만에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로 복귀했다. 아이돌 짓궂게 놀리기, 영상편지 쓰라며 러브라인 몰아가기, 무조건 망가지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함께하는 ‘오래 전부터 친했던’ 사람들, 그 무엇보다 지하 3층이라는 마음 편한 공간까지. 정형돈이 <주간아이돌>부터 가장 먼저 찾은 이유일 것이다. 가장 부담이 덜한 곳에서 친한 사람들과 가볍게, 그러나 짓궂게 수다를 떨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초반에는 그동안의 공백을 체감하듯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프닝 5분 만에 우리가 알던 ‘도니’로 컴백했다. 한껏 어색한 표정과 “방송이 급변했네요”라는 멘트로 연신 두 손을 모으던 정형돈은 지난 6개월 동안 본인 대신 MC를 맡았던 김희철과 하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원래 너희 자리가 아니었잖아“라고 허세 멘트를 던졌다. 그리고 방송 시작 10분 만에 모든 긴장감이 풀린 도니는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에이핑크를 향해 본격 몰이를 시작했다.

정형돈의 복귀 첫 방송의 게스트가 그와 친분이 두터운 에이핑크였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참 다행이다. 정형돈에게 쭈뼛쭈뼛 어색하게 안부 인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삼촌이 또 들어가실까봐”라며 웃는 얼굴로 독설 아닌 독설을 했다. 그 독설 덕분에 정형돈의 긴장감은 한순간 녹아내렸다. 그 이후 정형돈과 에이핑크는 서로 경쟁하듯 서슴없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삼촌은 옆에서 ‘뽐뿌질’하고 거기에 신난 핑순이들은 더욱 더 망가지는 선순환 방송이랄까. 아무튼 반가웠다. 도니 도니 웰컴 백!

이 주의 Worst: 요즘 <안녕하세요>는 문제적 남편들 집합소? <안녕하세요> (10월 3일 방송)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지난 3일 방송된 KBS2 <안녕하세요>에는 매일 쌍둥이 동생 육아를 도맡아 하는 초등학교 6학년 맏딸이 출연했다. 집안일, 기저귀 갈기는 기본이고 매일 밤 쌍둥이 동생을 40분씩 안아서 재우고 새벽 3~4시에도 일어나 동생 분유를 먹인다고 했다. 초등학생 수빈이는 스튜디오에 등장하자마자 떨리는 목소리로 그간의 설움을 토로했다.

너무나 마른 아이가 쌍둥이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빠 때문이었다. 아빠는 “피로가 가시지 않고, 한 번 자면 일어날 줄 모른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큰딸에게 육아를 떠 넘겼다. 심지어 딸이 설거지하고 있는 와중에도 자신의 눈앞에 쏟아진 물을 닦으라고 재촉한 적도 있었다. 큰딸이 어렸을 때는 “딸이 하나니까 제 손길이 안 가도 엄마가 다 하니까” 육아를 도와주지 않았고, 지금은 “한 번 자면 일어날 줄 모른다”는 이유로 큰딸에게 육아를 떠넘기고 있었다. 이런 무책임한 부모의 태도는 방송이 아닌 상담소에서 봐야한다.

<안녕하세요>에 나오는 고민의 수위를 지적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게다가 이미 다른 매체에서도 적잖게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또 비슷한 지적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유독 요즘의 <안녕하세요>가 위험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3주간 이해불가, 소통불가한 가부장들이 연속 출연하고 있다. 이번 주 쌍둥이 육아를 등한시하는 아빠 역시 “가정에서 남자는 경제적인 걸 담당한다”며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했다. 방청객들이 야유를 퍼붓자 “남자들 성향을 좀 따지다 보면 애들을 기껏 5분, 10분 좋아한다”면서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런다고 합리화했다.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얼마 전 출연한 다둥이 엄마 사연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넷째를 출산했음에도 남편은 아이를 또 원했다. 정작 육아와 집안일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으면서 말이다. 남편의 변명은 이랬다. “저의 철칙이 있다. 남자는 절대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 아버지가 가부장적이어서 남자는 바깥일하고 여자는 집안일 하는 거라고 교육했다”고. 부부문제 솔루션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9월 26일자 방송에서는 아예 문제적 남편 때문에 고민인 아내들이 총출동했다. 매 끼니 메뉴를 새로 만들어줘야 하고 그 와중에도 햄과 고기만 찾는 남편 역시 ‘아내는 남편에게 이 정도 대접을 마땅히 해줘야 한다’는 신념이 깔려 있었다. 단순히 육아를 도와주지 않는다거나 육식만 좋아해서 문제가 아니라, 그 이면에 깔린 생각이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다.

결국 13살 수빈이의 사연은 새로운 1승을 차지했다. 씁쓸한 우승이다. <안녕하세요>에서 언제까지 이런 문제적 남편들을 봐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남편들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이 단순한 야유밖에 없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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