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하다.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야당들이 내놓은 세법 개정안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빛을 봤으면 하는 의미 있는 제안들이 많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걷는 방식에서 야당들의 세법 개정안의 공통점은 ‘부자 증세’다. 부자에는 법인과 개인이 포함되는데, 과표가 일정한 규모를 웃도는 대기업과 고소득자가 주요 대상이다. 정부와 여당이 여기에 반대하고 있는 터라, 얼마나 달성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어떻게 쓸지에 대한 설득력이 높아진다면 관철되는 수준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한다. 최근 새누리당 대표의 막무가내 단식에서 보이듯, 막가파식 어깃장이 있을 것까지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5개 단체 회원들이 2015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평과세 원칙과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법인세를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법인세율 인상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터라, 어디에 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봤다. 근로장려세제를 확대 강화시키고 최저임금을 꾸준히 올릴 수 있는 여력을 확대하는 고리로 법인세율 조정을 자리매김하자는 것이다. 이미, 국민의당 쪽에서는 근로장려세제를 청년(30살 이하) 단독가구까지 확대하자는 참신한 제안을 내놨다. 연간 총소득이 1300원 미만이면 연간 평균 48만원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50살 이상이고 배우자나 부양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신청조건을 완화시켜 청년 빈곤층을 포괄하자는 것이다.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증가하는 세수의 일부를 청년 빈곤층을 위해 사용하자는 것으로 명분과 설득력이 뛰어나다. 성남시의 청년배당,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 중에서 굳이 친화성을 찾자면 청년배당 정책과 좀 더 맥락을 같이한다.

법인세율은 최저임금의 꾸준한 인상을 유도하기 위한 고리도 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최저한세율을 활용해서다. 최저한세율은 이런저런 감세 혜택을 모두 받는다고 해도 적어도 이 정도는 내야 한다는 최저선이다. 중소기업은 7%,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 중 과표 1천억원을 웃돌면 17%, 1천억~100억원은 12%, 100억원 미만은 10%가 적용된다. 신생기업을 배려해 유예기간 4년과 7년의 거치기간에는 좀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더민주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과 함께 과표 1천억원이 넘는 기업에 적용되는 최저한세율을 17%에서 19%로 올리는 제안을 함께 하고 있지만, 그리 바람직스럽지 않다. 이중 인상 논란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의 총액을 동결하거나 최소화시키되, 최고세율을 2~3%포인트 끌어올리는 게 단순하고 정직한 해법이다.

오히려, 최저한세율은 동결 내지 인하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최저한세율 제도의 취지를 좀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최저한세율은 기존 7%에서 현행 근로소득세 하한선인 6%와 동일하게 낮추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저임금의 꾸준한 인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적어도 2017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 때는 최저한세율 인하를 감안해 인상률을 높게 하는 효과를 내도록 하자는 얘기다.

나아가, 과표 기준으로 단순화해 있는 최저한세율 제도를 손질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집중돼 있는 업종 등으로 차등화시켜 적용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는 비정규직 형태로 중소기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다. 비정규직 5명 중 3명(490만 명, 58.3%)이 숙박음식점업(109만 명), 도소매업(108만 명), 사업지원서비스업(98만 명), 제조업(93만 명), 건설업(82만 명) 등 5개 산업에 집중돼 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13.5%인데, 5인 미만 사업체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77.9%다.

더민주에서 제안하는 식의 근로소득세 하한선 인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최저임금의 꾸준한 인상과 근로장려세제의 확대 강화까지 포괄하는 로드맵과 청사진이 없는 상태에서 하향조정하는 것은 대증요법이 될 위험성이 있어서다. 실제로,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전체 과세대상자의 48%인 800만명을 웃돈다고 하는데, 이 중 연 1,000만원 이하는 349만명(43.5%), 2,000만원 이하는 258만명(32.2%)이다. 면세자의 76% 정도가 최저임금과 근로장려세제 대상으로 추정된다.

근로장려세제는 기업의 기회주의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 자신들이 지급해야 할 임금 비용의 일부를 이 제도에 떠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이런 기회주의를 막는 제도에 해당한다. 근로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 두 제도의 맥락에서 법인세율 조정이 논의됐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증권양도차익 과세의 보편적 적용 등 굵직한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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