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14년 도서정가제(정식명칭 출판문화산업 진흥법)를 도입하여 도서판매시장의 불공정판매행위를 법에 위배되는 거래로 규정했다. 도서판매가격이 온오프라인 대형서점/유통사에 의해 결정되면서 중소서점이 문 닫기 시작했고, 출판물의 가격결정권을 갖고 있는 출판사들이 재정난에 빠지면서 몇 년 동안 논의를 통해 도입된 진흥사업의 일환이다. 2014년 우리나라의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신설된 조항인 제6장 제22조에 따르면 간행물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도서정가의 10% 이내로 할인을 적용하며, 독서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정가의 15%이내로만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경제상의 이익으로 해당하는 항목으로는 물품, 마일리지, 할인권, 상품권 등 소비자가 대가를 지불했을 경우에 받는 모든 혜택이다.

그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규제를 만든다는 점에서 2014년 우리나라에서 도서정가제가 도입되기 이전 논의과정에서 몇몇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들이 검토되었다. 그 중 한 사례로서 독일의 도서정가제가 포함되었었고 관련 자료들도 다양하게 소개되었다. 이미 많은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우리나라와 독일의 도서정가제를 언급하는 이유는 두 국가 사이에서 출판 산업에 취하고 있는 태도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차이와 태도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2014년 11월 21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직원이 도서정가제 시행 안내문을 출입문에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의 도서정가제: 도서 가격준수의무 규정(Buchpreisbindungsgesetz)

독일은 2002년 ‘도서 가격준수의무 규정’(Gesetz über die Preisbindung für Bücher: 이하 BuchPrG)을 제정하여 도서가격에 대한 정비를 시작한다. 독일이 BuchPrG 제정을 통해서 도서정가제를 도입한 이유는 ‘문화재로서 도서를 보호하고, 고정된 판매가격을 의무로 정하여 최종소비자에게 다양한 종류 도서를 공급하도록 하며, 많은 수의 (도서)판매상들에 대한 촉진을 통하여 도서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의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이 ‘출판문화산업의 지원ㆍ육성과 간행물의 심의 및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과는 다르게 도서를 ‘문화재’로서 규정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한 현재 독일의 BuchPrG는 2006년도 부분개정 된 내용이며, 적용되는 출판물의 범위는 ‘도서’ 또는 ‘출판물’에 국한되어 모든 종류의 간행물(음반, 게임, 영화, 잡지 등)을 다루는 국내의 법과도 차이가 발견된다.

§2 적용범위(Anwendungsbereich)

(1) 이 법에서 규정하는 도서의 범위는
1. 악보
2. 지도(전도, 全圖)
3. 도서, 악보 또는 지도(전도)를 재제작하거나 대체하는 상품들 또는 전체적인 평가에서 출판이나 일반적인 서점의 판매상품으로 보이는 상품들
4. 위의 범주에 포함되어 엮여 있는 결과물, 요소들의 결합.
(2) 해외도서는 독일 내에서 판매가 주요목적일 경우에 이 법의 조항에 적용된다.
(3) 이 법에서 규정하는 최종소비자는 도서를 재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서를 구입하는 자를 제외한다.

독일의 BuchPrG에는 출판물의 판매가격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출판산업과 그 제반 사업들의 공정경쟁, 공정거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특징이 발견된다. 이에 따라서 BuchPrG의 전반에 걸쳐 도서판매규정을 정의하고 있는데, 그 중 주요항목으로는 §3 가격준수의무(Preisbindung), §5 가격결정(Preisfestsetzung), §8 가격준수의무 기간(Dauer der Preisbindung) 등이 있다. 각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3 가격준수의무(Preisbindung)
도서를 영업이나 사무를 통해 최종판매자에게 판매할 경우 §5의 가격결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 조항은 중고서적에 적용되지 않는다.

§5 가격결정(Preisfestsetzung)
(1) 도서를 출판 또는 수입하는 사업자는 부가가치세가 포함된(최종판매가격) 최종판매자에게 판매되는 확정된 가격을 알려야한다. 최종판매가격이 변했을 때에도 이에 준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8 가격준수의무 기간(Dauer der Preisbindung)
(1) 출판업자와 수입업자는 첫 출간 후 18개월 이상이 지난 도서에 대해서 적절한 방법을 통해서 가격을 해지할 권리를 갖고 있다.
(2) 출간 후 18개월 이내에 지속적으로 발간되는 책들 또는 책의 내용이 시의성에 영향을 받거나 도서의 가치가 중대하게 손실되었을 경우 18개월 가격준수를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출판시점에서 적정한 기간 내에 가격수정이 가능하다.

독일과 우리나라의 도서가격준수의무 기간은 18개월로 동일하지만, 이 기간이 지난 후 어느 정도까지 할인율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는 독일과 EU의 산업정책 특성에 따른 내용이다. 만약 정부가 특정한 산업에 지원정책이나 가격책정기준 등을 제시할 경우 다른 산업과 비대칭적 조건을 조성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공정경쟁시장을 위배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독일의 출판산업이나 영화산업이 위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분야에 대한 정부의 직접지원이 불가능한 이유다. 물론 간접지원방식으로 몇 가지 사업을 펼치고 있긴 하지만 독일 내와 EU 역내의 경제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만 국한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중심의 경제개발사업이 오랜 기간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산업에 대한 육성사업이나 개발계획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즉, BuchPrG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은 도서 출간과 동시에 책정된 첫 번째 가격에 대한 기준일 뿐이며, 위배여부 역시 이 기준에만 따른다. 이 시각의 차이가 도서가격준수의무기간 이 후의 가격책정 방식이 다른 방향으로 결정된 계기 중 하나다. BuchPrG에서 출판사가 도서유통사에 도서를 납품하는 가격인 도서공급률에 대한 비율을 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와 동일하다. 즉, 자국의 출판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판매가격이나 유통가격을 법적으로 조치를 취할 경우 EU의 자유경쟁에 위반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나라에서 독일의 도서정가제를 다룰 때 도서납품 또는 도서공급률을 논의할 때 인용되는 §6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6 판매(Vertrieb)
(1) 출판사는 판매가격과 판매조건을 결정함에 있어서 소규모 도서소매상들이 보급에 있어서 그들의 서비스가 설정하고 있는 도서공급의 적용범위(erbrachten Beitrag; 우편배송 또는 배송범위)에 대해서 반드시 타당하게 고려해야 한다. 출판사들은 일부 판매상의 매상고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로 단독적인 할인을 제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2) 출판사는 전문적이지 않은(branchenfremde; 전문도서소매상이 아닌) 소매상들에게 낮은 가격 또는 서점과 유사한 조건으로 공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3) 출판사는 도매업자(Zwischenbuchhändler)들과의 거래에서 최종판매자들 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하거나 나쁜 판매조건을 설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BuchPrG를 통해 중개상 또는 소매상들에게 출판사들이 도서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준수해야 하는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의 도서정가제에 해당하는 내용들과는 다르게 가격규정과 판매규정에서 ‘최종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금액’을 기준으로 준수여부를 판단한다. 또한 도서공급과정에서 판매비용은 일부 판매상들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것과 출판도매업자1)와 최종판매자들 사이의 차별을 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마디로 도서공급채널이 대형유통사 또는 특정사업자에 쏠리지 않고 모든 서점들에게 가능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가격경쟁을 배제시킨 방식이다.

한편, BuchPrG의 내용에는 도서공급률에 대한 명시는 안 되어있다. 출판사가 판매액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유통금액을 감안하여 도서가격을 책정하는 것으로 대체되어 있고, 그 안에서 도서공급금액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체계다. 독일은 도서가격을 담배와 같이 고정가격(Festpreis)으로 간주한다. 유동가격(Gleitpreis)으로 설정했을 경우 유통과 판매를 결합할 수 있는 대형서점이 가격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 발생가능하고, 유통마진의 변동이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에 도서가격의 변화폭이 발생한다. 고정가격을 통해서 중소서점은 대형서점과의 경쟁에서 동일한 유통비용을 보장받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도서정가제를 통해서 어느 정도 고정가격으로 도서가 판매되고 있지만 문제는 도서공급률에 따른 수익구조의 차이다. 독일에서는 공급률을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독일서적상협회’(Börsenverein des Deutschen Buchhandels e.V) 회원들의 자체 조약으로 조절하고 있다. 독일의 BuchPrG에서 도서공급률을 명시하지 않는 이유는 앞서 간략하게 언급한 산업정책 특성에 따른 결과다. 특히 EU의 공정거래 관련 판결과 2002년도 BuchPrG가 제정된 이유도 도서정가제 또는 공급에 대해서 독일의 관련법들이 담합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어 기존의 법을 대체할 조항을 요구받은 사례도 고려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도서보급률은 BuchPrG에 포함되지 못했고, 별도의 방안이 마련된다. 바로 ‘공동채무증서 2002’(Sammelrevers 2002)이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출판 산업 이해관계자 간의 협약: 공동채무증서 2002(Sammelrevers 2002)

공동채무증서는 출판사와 도매상, 도매상과 소매상 간의 고정가격 유지를 위한 협약이다. 정식명칭은 ‘(독일서적상)협회벌금계약과 전문잡지벌금계약-공동채무증서’(Vertragsstrafenvereinbarung und Fachzeitschriften-Sammelrevers)이며, 협약에 참여한 회사들 사이에만 적용되는 자율조약이다. 즉, 같은 가격에 대한 단일화가 아니라 출판시장행위자들이 고정가격 내에서 서로의 분야를 유지하고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일종의 단체협약이다. 그래서 법적 구속력은 없으며 가입한 회사들 간의 내규를 통해서 상호규제를 가하게 된다. 공동채무증서는 ‘공통조항’(Allgemeiner Teil), ‘벌금계약 의무’(Vertragsstrafenverpflichtung) 및 ‘전문잡지 가격준수의무’(Preisbindung für Fachzeitschriften) 등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약서의 특성상 1인칭으로 기술되어 있다. 주요내용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공통조항 (Allgemeiner Teil)

1. 나는(계약자는) 2002년 10월 1일부터 발효되는 독일에서 서적상들의 가격준수의무 법이 2002년 9월 2일 제정된 것을 알고 있다. 법제정 이후 (본) 계약상 가격준수의무 내용은 BuchPrG §3의 법적의무를 보충하게 된다. 이 의무는 BuchPrG §2에 정의(적용범위)된 내용을 다음과 같이 확장한다.
- 도서
- 악보
- 지도(전도, 全圖) 제품
- 도서, 악보 또는 지도(전도)를 재제작하거나 대체하는 상품들 또는 전체적인 평가에서 출판이나 일반적인 서점의 판매상품으로 보이는 상품들
- 위의 범주에 포함되어 엮여 있는 결과물, 요소들의 결합.
외국어 도서는 독일 내에서만 판매될 때 BuchPrG의 조항에만 해당한다.

후속합의는 다음의 두 가지 목적을 목표로 한다.:

1. Teil A는 조합의 벌금조항으로 가격준수의무 위반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처벌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 전문잡지(Fachzetischritfen)는 GWB(부정경쟁방지법) §15에 의거하여 이들의 가격을 동일하게 엮을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결정하였고, 해당 조항은 참여사들에 한하여 Teil B에 가격준수의무규정 참여 가능성을 명시하였다.
2. 이 조약은 서명을 통해서 발효된다. 이 조약은 무기한(unbestimmte Zeit)으로 적용된다. 조약의 해지는 양쪽(협회-서명사)의 동의에 따라 매월 넷째 주 등기우편(문서를 통해서)으로 가능하며, 이는 가격준수의무관리위원회에서 담당한다. 계약종료가 보고된 이전의 도서는 계약시의 조건이 적용된다.
3. 가격준수의무에 따른 분쟁은 비스바덴 또는 사업자가 위치한 지역, 위반여부가 포함된 서점들의 지역, 계약서에 명시된 지역 중 관할지역을 정한다.
4. 또한, 특별하게 새로운 출판사들이 서점에게 납품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이 조약의 의무에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출판사가 독자적으로 (고객에게 납품하는 중간서적상)참여하는 것은 높은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이 계약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협회의 변호사들에게 협약체결의 결정권을 부여한다.
5. 새로운 가입자는 명확하게 자사의 가격정보, 가격통지와 사업조건 정보를 계약서가 규정하는 바에 따라 명시해야한다.

공통조항의 적용범위는 BuchPrG의 §2와 동일한 범주로 적용되지만, 전문잡지도 공동채무증서에 자율적인 가입을 통해 가격준수의무에 준하는 행위를 취하게 된다는 차이가 있다. 공통조항 2에서 명시된 것과 같이 이 조약은 법 효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독일서적상협회와 회원사, 회원사 및 회원사 간의 계약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가입과 탈퇴는 자유롭다. 하지만 공통조항 4에 명시된 것처럼 출판사 또는 잡지사가 회원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유통과 판매를 결정할 경우 비용과 효율성측면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당조약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형식이다. 한편 출판물에 대한 조항은 다음과 같다.

벌금계약 의무(Vertragsstrafenverpflichtung)

나는 협약에 참여한 출판사들과 관련하여 고의, 과실 또는 허용되지 않은 할인에 대한 계약불이행에 따른 위약금의 지불에 대한 승인에 대해서 의무를 지닌다. 협약의 위약금은 지불된 송장의 금액 또는 계약 금액으로 결정된다. 첫 번째 위반은 수준에 따라 평균 최소 1,500유로의 벌금을, 그 다음의 모든 위반에 대해서는 평균 최소 2,500유로의 처벌과 하나 이상의 거래처에 대한 허용되지 않은 할인에 대해서는 5,000유로의 벌금이 가해진다. 소매가격을 초과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계약의 벌금은 각각의 상황을 고려하고 비례의 원칙을 존중하면서 위반 출판사들과 조정을 통해 결정한다. 만약 위반 출판사가 예외적으로 벌금을 지불할 수 없을 경우에는, 이 조약을 통해 독일서적상협회의 공공분야 또는 가격준수의무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 협회 내 사회공공분야관련 단체들을 통해서 지불하도록 한다.
출판사들은 위약금과 관련한 추가 또는 대리(代理)로 기타 권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리를 갖는다.
출판사는 가격준수의무의 준수여부를 감독하는 의무를 지닌다. 출판사는 계속해서 계약불이행에 따른 위약금 지불을 약속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며, 이것은 고정된 가격(부가가치세 포함) 또는 제3자에 의한 저가판매가 유발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계약불이행 위약금은 가격위반에 참여한 모든 행위자들에게 한번만 부과되거나 담합행위를 행한 단체의 대표에게만 청구될 수도 있다. 위약금은 독일서적상협회의 사회활동을 행하는데 사용된다.

도서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

도서정가제라는 유사한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우리나라의 독서환경, 출판환경 및 정책시행에 따른 효과 등이 다른 이유는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평가하는 독서의 의미와 태도, 역할 등에 대한 함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출판물을 문화재로서 간주하는 독일, 산업의 일부분으로서 규정하는 우리나라의 법이 가장 좋은 사례다. 이런 연유에서 도서정가제가 야심차게 도입되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그 성과는 불분명하다. 우리나라의 도서정가제의 성과를 논의할 때 다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들을 몇 가지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출판사가 도서판매사업자에게 책을 납품하는 가격인 도서공급률이 불투명하게 책정됨에 따라서 도서정가제 도입이 출판사보다 대형유통사가 이득을 취하는 산업구조에 대한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지난 9월 말 한국출판학회가 주관한 제4차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도서공급률 가이드라인 제정에 대한 계획을 밝혀 어느 정도 개선 가능성이 예상된다. 하지만 그 가이드라인이 납품규모나 유통체계를 기준으로 상정될 경우 또 하나의 비대칭 규제로 작용되어 대형유통사와 중소유통사 간 납품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완전하게 독일의 방식을 채택할 수는 없겠지만 차별적 도서공급률 적용을 방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편, 둘째는 도서가격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독일의 경우 도서정가제를 도입하여 소비자의 유통경로 확대를 꾀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도서가격정책의 수혜자는 출판 산업행위자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논의로 이어지겠지만, 산업만을 강조하는 정책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는 더욱 시장에서 멀어진다는 원칙을 잊어선 안 된다. 일례로 도서소비자의 인식에 대한 문제가 있다. 도서정가제 제정 이전, 도서유통사와 대형서점들은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여 산업경쟁의 기준을 ‘콘텐츠’가 아닌 ‘가격’으로 만들었다. 유통사들의 시각에 맞춘 정책집행 결과 소비자들이 도서구매 과정에서 ‘할인’이라는 혜택을 당연시 여겼고, 현재는 이 비율이 제한되면서 불만의 소리가 커졌다. 대형서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었던 ‘가격’과 ‘할인’이라는 경쟁요소가 현 시점에선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단순히 규모만 키우고자 했던 사업의 결과다.

독일의 도서정가제와 관련하여 눈여겨 볼 사안 중 하나는 이해관계자들이 공정거래를 추진하기 위해 상호감시 및 상호협력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정책처럼 정부가 대부분의 결정권한을 갖고, 사업자들은 그 법을 따르게만 할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점들은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와 독일이 산업적으로 다른 구조를 갖고 있고,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산업행위자들 간의 협력체계의 역할이 다른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이들이 출판산업에서 이들이 주요행위자이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에서 발견되듯이 특정한 사업자, 또는 특정분야를 위한 법 개정이나 보완장치 마련은 미봉책일 뿐일 것이다. 소비자가 이탈하는 시장은 지속되지 않는다.

1) 독일에서 도서도매업자는 일반-전문도서도매, 언론(press)도매(Pressegrosso), 수출입도매 및 고서적도매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약 80개의 도서도매업자가 ‘독일서적상협회’(Börsenverein des Deutschen Buchhandels e.V)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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