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사하니 참~ 다행입니다. ‘오비이락’이라고 요 며칠 참 꼬이는 일이 많았을 겝니다. ‘방송 중간광고 확대’라는 방송위원회의 선물에 표정 관리하느라고 방송 관리하는 것을 잠시 잊으셨나봅니다. 그렇더라도 너무 하셨습니다. 4일 연속 방송사고는 방송역사에 중간광고 확대 결정처럼 오롯이 남을 신기원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2일 방송위원회는 그간 MBC 등이 바라마지 않던 그 일을 처리했습니다. 우리 방송이 놀부에게 잡힌 제비 꼴이 되었습니다. 멀쩡한 다리 부러뜨리고 다시 붙이는 것처럼, 멀쩡하던 프로그램을 싹뚝 잘라 중간광고로 다시 이어붙이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 할 듯합니다. 놀부가 요행수를 바라고 한 일이듯 방송사 역시 재원 확보의 활로를 열었습니다. 놀부에게는 비극이었던 노림수가, 방송사에게는 쾌재가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제 방송이 좋아지는 겝니까? ‘방송 중간광고 확대’라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 떨어진 2일 ‘5시 뉴스’는 아이비 협박사건을 보도하면서 데뷔 15주년 기념음반을 발매하는 서태지 관련 화면을 내보냈습니다. 그럴 수 있죠.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다음날인 3일 ‘쇼 음악중심’에서 사고가 터졌습니다. 마이크에서 시청자의 귀청을 가르는 ‘삐~’ 소리가 3~4초간 울렸습니다. 코요태와 혜은이가 ‘파워 리사이틀’ 무대를 꾸미던 중 혜은이의 마이크에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코요태 멤버 신지가 임기응변으로 혜은이에게 자신의 마이크를 건네 함께 노래하면서 ‘파워 리사이틀’을 마칠 수 있었지만, 동네 노래자랑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에 시청자들의 불만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지난주인 10월27일 방송에서 원더걸스가 올 하반기 최고 인기곡인 ‘텔 미’를 부를 때 마이크가 ‘먹통’이 된 데, 이어 2주 연속 방송사고라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거죠. 프로그램은 2주 연속, MBC는 2일 연속 방송사고 기록을 이어갑니다.

▲ 전화번호는 필자가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4일 설마 했지만, 방송사고의 그림자는 피해가지 않았습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카메라’ 코너에서 출연자 신혜성과 이민우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된 것이죠. 이들은 개인 전화번호가 전파를 탄 이후 ‘장난전화 테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 사고는 이전 이틀간의 방송사고와는 경우가 다릅니다. 앞선 두 프로그램이 생방송 진행이라 불가항력이라는 핑계가 그나마 통할 수 있었다면, 녹화와 편집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몰래 카메라’의 경우는 근무 기강 해이와 직접 연결되니까요.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월화드라마 ‘이산’이 15회를 14회로 표기하는 자막사고를 냈기 때문입니다. 제작진의 실수는 고쳐지지 않았고, 방송을 탔습니다. 이는 방송사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연속된 방송사고가 어느 한 곳의 잘못이 아니라 전체 제작부서의 합작품이라 어이가 없어집니다. 보도국, 예능국, 드라마국으로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지난달 말 MBC 최문순 사장은 국감장에서 한 연예인으로 인해 변명을 해야 했습니다. 최사장은 “정준하 관련은 제작진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고 했다죠. 이전 ‘무한도전’의 연출자 김태호 PD가 술집 불법 영업 논란을 일으킨 정준하에 대해 ‘황당한 식구론’을 펴며 옹호했던 것과 다르지 않더군요.

아마 MBC에는 제 식구 감싸기란 가족사랑 캠페인이 진행 중인가 봅니다. 그러니 방송사고도 집안 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MBC는 왜 ‘가족 문제’를 광고 시간대를 늘려 외부 자금 유치로 해결하려는 지 모르겠네요. 식구만 위하는 방송사가 공영에 가까운 지, 민영과 찰떡궁합인지도 시청자들도 ‘척보면 압니다’. 지금 MBC의 모습은 외부의 목소리엔 귀를 닫고, 외부의 돈에만 관심을 보이는 형국입니다.

‘리포터’보다는 ‘포터’가 더 많아 보이는 세상, ‘날나리’라는 조사가 붙더라도 ‘리포트’하려고 노력하는 연예기자 강석봉입니다. 조국통일에 이바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거짓말 하는 일부 연예인의 못된 버릇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렵니다. 한가지 변명 … 댓글 중 ‘기사를 발로 쓰냐’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 데, 저 기사 손으로 씁니다.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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