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근무하던 학생연구원이 폭발사고로 손가락 2개를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학생연구원은 정식 연구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열악한 학생연구원들의 처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부는 처우개선은 하지 않은 채 정식 연구원은 줄이고 학생연구원 수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래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속한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학생연구원 포함 인력 현황 ▲정규직 채용과 전환 이력 ▲연구 비정규직 증감과 학생연구원 증감 현황 ▲월 급여, 연구수당, 4대보험 적용여부 등 학생연구원 처우 현황 등을 전수조사해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내놨다.

김성수 의원의 국정감사 정책 자료집에 따르면, 비정규직 연구원은 2012년에 비해 약 35% 감소한 반면, 학생연구원은 2012년에 비해 약 1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정부출연연구기관 유기계약직과 학생연구원 증감표. (자료=김성수 의원실 제공)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비정규직 연구원 2016명 중 9%인 184명만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91%인 1832명의 연구원은 기관별로 줄였다. 이로 인해 발생한 부족인원은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에 속하지 않는 학연생과 포닥 등의 연구직으로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 연구원과 학연생 연구인력 증감 현황을 살펴보면, 정부출연연구기관 전체 비정규직 연구원 수는 2012년 5790명에서 2016년 3774명으로 최근 5년간 34.8%인 2016명 감소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수는 436명에 불과했다. 전환인력 중에서도 지원인력에 해당하는 무기 계약직 252명을 제외하면, 실제 해당 기간 동안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연구원은 184명에 그쳤다. 반면 학생연구원은 2012년 2783명에서 2016년 4028명으로 약 145%인 1245명 증가했고, 포닥은 2012년 467명에서 2016년 641명으로 137%인 174명 증가했다.

학연생들은 신분상으로는 각 대학에 소속돼 있지만, 비정규직에도 속하지 못하며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수 의원은 "정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라고 부르지만, 몇몇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책임질 젊은 석·박사 학연생들 사이에서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며 "미래부가 말로는 비정규직 전환을 얘기하면서 뒤로는 부족한 연구 인력을 대학원생들로 채우도록 부추기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김성수 의원은 "이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위반하는 교수와 기관에 대한 징계제도를 포함해 학연생의 이중적 신분이 가져오는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며 "과학기술 노동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우리 과학기술 미래도 없다는 점을 정부가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