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서 묵묵히 18년을 견뎌준 그대에게 박수 세 번을 보낸다. 짝짝짝"

27일 방영된 SBS <불타는 청춘>에서 김광규는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다. 다른 출연진은 뽑기 형식을 통해 각기 다른 멤버들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김광규는 그 자신의 이름을 뽑았다. 그래서 그 스스로에게 편지를 써야했다.

김광규의 지난날 굴곡진 인생사는 <불타는 청춘>뿐만 아니라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이야기이다. 그는 35세에 연기를 시작했고, 그 이전에는 직업군인, 택시운전사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연기를 시작한 이후에는 사기도 많이 당했다고 한다.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했을 당시 김광규는 20~30대가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

지금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인기 연예인이 되었지만, 그 이전까지 그의 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고 좌절도 많이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광규는 그럴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살았고, 유명 스타로 우뚝 서게 되었다.

<불타는 청춘>에서 공개된, 김광규가 스스로에게 쓴 편지는 힘들고 괴롭고 죽고 싶었던 시기를 견뎠던 자신에 대한 작은 보상이었다. 김광규의 편지를 들은 이연수와 오솔미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덤덤하게 읽어갔지만, 김광규의 녹록지 않은 인생사가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순간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는 없었다.

김광규는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지만, 그 편지는 김광규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고된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삶을 이어가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편지였고, 따뜻한 위로였다. 그래서 김광규의 편지는 자기 연민이 아니라, 또 다른 김광규들을 위한 응원가이기도 하다.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

이날 <불타는 청춘>에서 발표된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는 감동이었다. 차마 말로는 꺼내기 어려웠던 따뜻한 응원과 격려가 글로 표현되는 순간, 멤버들은 다시금 열심히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는다. 사실 스스로를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매력적이라는 최성국의 편지에 기분이 좋다는 김완선의 고백부터, <불타는 청춘>에서 오랜만에 만난 오솔미에게 보낸 강문영의 편지까지. <불타는 청춘>의 장흥 수련회의 막바지를 장식한 '익명의 가을편지'는 소박하지만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강문영과 데이트를 하고 오라는 오솔미의 한 마디에 김광규는 "김국진, 강수지 커플이 탄생하긴 했지만 <불타는 청춘>은 데이트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김광규의 말대로 <불타는 청춘>은 중년 싱글 연예인들이 데이트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함께 어울려 놀며 친구처럼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아무래도 남녀가 함께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고 '썸'타는 모습이 비추어지고, 또 화제도와 시청률을 의식해 그런 부분이 편집에 의해 의도적으로 강조되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불타는 청춘>의 지향점은 가상 부부, 연인이 아니라 서로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관계란 점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은 <불타는 청춘> 멤버들은 오랜만에 <불타는 청춘>에 놀러온 김동규의 지휘에 맞춰, 저마다의 악기를 하나씩 들고 김정호의 '하얀나비'를 연주하고 부른다. 마침 가을비가 내리는 어느 오후, <불타는 청춘> 친구들이 함께 만든 청량한 멜로디는 내리는 비와 함께 촉촉이 스며든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착한 예능을 지향하는 <불타는 청춘>은 하나의 여행이 끝나는 마무리도 아름답다. 감동도 있지만 재미도 있고 정겨움도 있다. 출연진은 각자 다른 모습과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억지로 하나의 틀에 맞추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배려한다. 악기라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각종 살림도구로 만들어낸 이들의 하모니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건강하고도 청량감 넘치는 예능이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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