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가입자와 IPTV 가입자 수가 올해 말이나 내년에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와 미래부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IPTV가입자는 매년 200만 명 안팎씩 늘고 있는 반면,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2014년까지 10만 명 안팎으로 완만하게 줄어들다가, 2015년에는 전년 대비 88만 명이나 크게 줄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IPTV가입자(KT OTS가입자 포함)는 1255만 명, 케이블TV 가입자는 1373만 명이다. 지금까지 추세라면 약 1300만 명을 기준으로 IPTV 가입자와 케이블TV 가입자의 역전현상이 빠르면 2016년 말, 늦어도 2017년 중에는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IPTV 가입자 급증 이유는?

2011년 케이블 가입자의 33%에 불과했던 IPTV 가입자가 4년 새 역전을 코앞에 두게 된 원인은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PTV 자체의 이용 편의성, 디지털 전환에 따라 점차 줄어들고 있는 아날로그 가입자 흡수, 현금과 상품권 제공 등 대기업 자본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근 몇 년 사이 동향을 보면 '이동전화'와 '방송'을 묶은 결합상품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SK텔레콤의 'TB끼리 TV 플러스' 광고 사진. 자사의 이동통신과 SK브로드밴드의 IPTV를 함께 가입하면 이동전화 요금을 매달 2천원 할인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최명길 의원이 제출받은 '이동전화+IPTV' 가입자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결합상품 가입자는 2013년 말 280만 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616만 명을 넘어섰다. 2014년에는 전년대비 139만 명이 증가했고, 2015년에는 136만 명이 증가했다. 이러한 결합상품 가입자 증가는 2014년에는 IPTV 증가분의 65.6%였고, 2015년에는 무려 증가분의 81.8%를 차지했다. IPTV에 새롭게 가입하는 이용자의 절대 다수가 이동전화와 묶인 결합상품을 통해 가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SKB의 경우 IPTV 가입자 증가분보다 결합상품 가입자 증가분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의 경우 결합상품 가입자 증가분이 IPTV 가입자 증가분보다 2만 명 정도 많았고, 2015년에는 3만 명 가량 많았다. 즉 케이블TV나 타 IPTV 사업자를 이용하다가 SKB에 가입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존 SKB 가입자 중 결합상품으로 전환한 숫자가 최소한 2~3만 명 이상은 된다는 얘기다. SKB와 달리 KT는 결합상품 가입자 증가분이 IPTV 가입자 증가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LG유플러스도 70%에 미치지 못했다.

결합상품 자체가 IPTV 가입자를 늘리는 중요한 수단이 되는 동시에 기존 가입자를 묶어두는 그물로 활용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면, 기존 가입자는 빠져나가지 않고, 특정 이동통신에 가입된 사람은 해당 이통사가 판매하는 결합상품에 새로 가입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점차 IPTV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인 셈이다. 따라서 이통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점차 유료방송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IPTV의 품질경쟁,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물론 결합상품이 이동통신 요금과 유료방송 그리고 인터넷요금 등에 대해 큰 폭의 할인율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특정사업자를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서비스 자체의 품질 경쟁과 이를 기반으로 한 공정경쟁의 구조가 흔들린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이용자들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게 최명길 의원의 설명이다.

최명길 의원은 결합상품을 기반으로 한 유료방송의 경쟁이 품질경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몇 가지 항목을 선정, IPTV 3사의 서비스를 비교했다.

먼저 유료방송 서비스의 기반인 방송콘텐츠를 평가하기 위해, IPTV 3사가 시청자의 요구와 채널 변화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미래부 출범 이후 IPTV 3사의 정기 채널 개편 내역을 살펴봤다. 그 결과 KT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1회씩 정기채널개편을 했고, LG유플러스는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정기채널개편을 했다. 반면 SKB는 2013년에 정기채널개편을 1회 한 뒤 아직까지 한 번도 정기채널개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최근 방송 시청환경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VOD서비스를 비교하기 위해 미래부를 통해 IPTV 3사에 VOD상품별 가입자 현황자료 등을 요구했으나, IPTV 3사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해당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신 최명길 의원은 UHD방송이 초고화질의 최신 방송서비스인 만큼 품질경쟁의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판단, UHD방송 가입자를 살펴봤다. 그 결과 7월 기준으로, IPTV 가입자가 가장 적은 LG유플러스의 UHD가입자는 73만 561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KT가 64만 7536명, SKB가 56만 3729명으로 나타났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KT와 결합상품으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SKB가 LGU유플러스보다 UHD 가입자가 적은 것은, 이들이 적어도 품질경쟁을 통해 LG유플러스보다 더 많은 IPTV 가입자를 확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최명길 의원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IPTV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전송망과 셋톱박스의 품질, 즉 속도를 파악하기 위한 하나의 지표로 '리모콘 재핑시간'을 살펴봤다. '리모콘 재핑시간’은 리모콘으로 채널을 바꿀 때 걸리는 시간이다. 미래부를 통해 IPTV3사의 해당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KT는 평균 '0.9~1.0초', SKB는 '0.8~1.4초', LGU+는 '0.93~0.99초'로 나타났다. SKB가 가장 빠른 0.8초부터 시작되지만 타사업자의 최고속도와 최저속도 편차가 0.1초 이하인데 비해 SKB는 0.6초로 가장 편차가 컸다. 그만큼 전송속도가 느리거나 셋톱박스의 처리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IPTV 서비스 전송망과 관련해서는 가장 속도가 느린 전송방식인 xDSL망 가입자가 LG유플러스는 한 명도 없고, KT는 가입자는 가장 많지만 줄어들고 있는데 비해, SKB는 결합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SKT 재판매'를 통해 2012년 11만5429명, 2013년 14만3922명, 2014년 16만2906명, 2015년 17만3308명으로 늘고 있다. 현재 가장 속도가 빠른 FTTH(초고속광랜) 가입자의 경우 KT는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SKB는 29.8%, LGU+는 22.5%였다. 이용자가 고화질의 IPTV서비스를 끊기거나 열화현상(화면 뭉개짐 등)없이 제대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 정부에서 추진중인 UHD방송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 초고속 광랜 수준 이상의 망에 대한 투자와 경쟁이 필요한데, 결합상품이 중심에 있는 한 품질경쟁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명길 의원은 "케이블방송이 기술발전에 따라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면, 유료방송시장에서 공정경쟁이 이뤄지도록 정책당국이 관심을 쏟아야 한다"며 "결합상품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이용자의 편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품질경쟁을 통한 방송발전이 이뤄지도록 다양한 정책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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