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박정희 우상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정 교과서 시안 지침에 이어 동상, 기념우표까지 여기저기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 (연합뉴스)

지난 20일, 정부가 준비 중인 국정 역사교과서가 '박정희 독재 정권'을 미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노웅래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 '박정희 정권의 장기집권에 따른 독재화'와 '민주화 운동'을 갈등·대립이 아니라 함께 진행돼 왔다고 이해시키는 대목이 발견됐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양자의 관계를 저항과 갈등의 관계로 보는 것과는 맥락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국정교과서 시안에서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시도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화 운동에 대해 4가지 역할을 맡아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교수·학습 방법에서는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학생 ▲민주화 운동을 반대하는 부모 ▲민주화 운동 진압에 동원된 경찰 ▲민주화 운동을 보도하는 기자 등 4가지 역할이 존재한다. 마치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찰과 대치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독재 정권에 맞선 민주화 운동의 의의를 퇴색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교육방식이라는 지적이다.

노웅래 의원은 "국정교과서의 역사 왜곡이 심하고, 박정희 정권 등 독재 정권의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집필하고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이 돼 간다"고 비판했다.

22일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지난 3월 본관 옆에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은 약 2m 높이의 황금색 동상으로, 동상의 뒤에는 "우리나라가 불모지였던 시기에 과학기술입국의 신념으로 과학기술 발전의 씨앗을 뿌린 설립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숭고한 뜻을 기려 이 동상을 세우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KIST에 설치돼 있는 장영실 동상은 중문 초소 뒤편 구석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KIST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치는 장영실 동상 이동과는 무관하다"며 "장영실 동상 이동은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 당시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같은 날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우정사업본부가 내년 9월 15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우표'를 제작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추 의원은 우정사업본부가 우표류발행업무처리세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정사업본부 훈령 제4조 3항은 ▲생존 인물(대통령 취임 또는 역사적인 사건의 인물일 경우에는 예외) ▲정치·종교·학술적 논쟁 소지가 있는 소재 ▲기부금이 첨부된 우표 또는 우취 제품과 종교 단체 등을 기념 ▲특정 종교단체나 개인 등을 기념하기 위한 소재일 경우 기념우표 발행을 금지하고 있다.

추혜선 의원은 "정치적 논쟁을 일으키는 소재의 기념우표 발행 금지 규정을 우정사업본부가 몰랐을 리 없다"며 "발행 계획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23일에는 유승희 의원이 경북 구미시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을 위해 우정사업본부가 내부 규정까지 통째로 바꿨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우정사업본부의 특수우표 발행 기준이었던 '시리즈 우표, 대국민 홍보목적 특별사업우표, 연하우표, 국가적 행사 기념기념우표'가 기념우표로 변경되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ㆍ사건 및 뜻깊은 일을 기념하거나 국가적인 사업의 홍보 및 국민정서의 함양 등을 위해 발행하는 우표'로 바뀐 것을 확인했다.

또 우정사업본부가 3월 31일까지였던 발행신청 기한을 폐지하면서, 구미시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이 가능해진 것도 확인됐다. 구미시는 지난 4월에야 우표발행을 신청했다.

유승희 의원은 "군사작전이라도 벌이듯 우표발행 규정까지 바꿔가며 박정희 기념우표를 발행하려는 시도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며 "권력에 대한 과잉충성인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여기저기서 동시다발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박정희 우상화 시도 논란은 이번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의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