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촛불을 뜨겁게 달구고자 의기투합했던 ‘루드의 상상력’이 용산참사 현장을 찾았다. 반정부 밴드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루드의 상상력’. 그들은 결성된 지 6개월 만에 전성기도 없이 해체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용산’에서 재기 콘서트를 갖는다고 했다.

어제 14일은 용산촛불방송국 ‘레아’의 <행동하는 라디오 ‘언론재개발’>에서 첫 공개방송을 추진했다.

▲ ‘루드의 상상력’ 공연 모습. 왼쪽부터 ‘멍구’, ‘쏭’, ‘루드’, ‘조약골’
‘좌빨’이라는 색깔이 맞아 뭉치게 됐다는 보컬의 ‘루드’, 기타치는 쏭’, 베이스 ‘조약골’, 퍼커션 ‘멍구’. 이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어떤 모습일까?

그 색깔에 맞게(?) 그들의 대표곡인 ‘미친 정부’가 흘러나왔다. 노래가 시작되자 금세 50명이 넘는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미친정부꺼져줄래’라는 구호를 외치며 흥겨워했다. ‘미친 소 먹이고’, ‘미친 운하 파고’, ‘미친 교육 만드는’ 미친 정부라 했다. 또한 ‘비정규직 만들고’, ‘노동자 탄압하고’, ‘부자들만 섬기는’ 또 미친 정부라 했다. 그러고는 ‘더 이상은 못참아’라며 ‘촛불들고 나선다’고도 했다.

각자 모두 다양한 공간에서 활동하는 이들 중 보컬을 맡고 있는 루드는 ‘갈무리’라는 출판사에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당대비평에서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라는 책을 냈는데, 촛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로 <미네르바의 촛불>을 출판했다고 전했다. 그는 “촛불에 대한 여러 비평들이 나오고 있는데, 촛불이 꺼졌다는 지식인들의 생각에 반기를 든 것”이라며 “광화문에 박제된 ‘촛불’이 아니라 변화의 열망 자체가 ‘촛불’이며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퍼커션의 ‘멍구’는 마포촛불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촛불 1주년이었던 5월2일 집회에서 연행됐다 풀려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같이 활동하던 ‘자바’라는 사람은 폭력을 사용했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잡혀갈 당시 자바는 시청부근에서 ‘음악’을 듣고 있었을 뿐이라고 멍구는 말했다.

루드는 이런 이 이야기를 듣고 “이러다 경찰만 남겠네. 으이그. 너희들끼리만 살면 재밌을 것 같냐?”라고 한마디를 던졌다.

다음 노래로 이어지려는 순간 용산참사 범대위 홍석만 대변인의 속보가 전해졌다. ‘속보’라는 말에 사람들은 잔뜩 긴장한 듯 했으나, 이날 서울지검 앞 기자회견에서 연행된 7인이 전원 석방됐다는 소식이었다. 콘서트장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루드의 상상력’은 더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관객들은 더 흥겹게 즐겼다.

“‘나 기타 좀 치고, 노래 좀 하는데…’라고 생각하시는 분 나오세요”라는 루드의 말에 “내가 나가야겠다”며 단번에 일어선 사람은 문정현 신부였다. 그는 ‘세상을 바꾸자’라는 노래와 ‘사노라면’을 열창해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루드의 “노래 좀 하시는데요. 경쟁력 느껴요.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다.

▲ ‘루드의 상상력’에서 노래부르는 문정현 신부와 용산 철거민들의 모습

주변을 돌아보니 곳곳에는 길을 지나치던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있었다. 아기와 산책을 나온 아버지와 길을 지나가던 여고생들까지. 철거민들과 함께 웃고 즐기고 있었다. 참사가 벌어진 남일당 건물을 지키고 있던 경찰들의 시선 또한 ‘루드의 상상력’ 쪽을 향하고 있었다.

‘루드의 상상력’은 “이 정권은 국민들이 말하는 것 자체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집회도 불허하고, 기자회견 참석자를 연행하는 현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었다. 그들은 노래를 통해 ‘말’을 했다. 물론 ‘노래’와의 어울림 속에서.

“널 생각하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국민들은 울고 있는데 넌 잠이 오냐?”
“욕만 하다 끝나겠다. 이명박XX야”

이들이 마지막에 던진 ‘말’은 이랬다.

“니가 노래가 뭔 줄 알아?”

‘루드의 상상력’. 그들의 음악은 ‘말’과 같았다. 하고 싶은 말들을 노래와 함께 뱉어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당당함이 있었다. ‘노래를 알고 즐기는 사람이라면’이라는 가정은 용산참사의 상황을 이렇게까지 몰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며, 노랫말 속의 욕설을 창작으로 웃어넘길 수 있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었을까?

용산참사 현장에서 흘러넘친 음악과 웃음, 그것은 용산에 ‘평화’를 만드는 듯 보였다. 용산촛불방송국 ‘레아’의 공개방송은 계속될 예정이다. 다음 주 목요일인 20일 오후 7시30분에는 홍대 뮤지션 ‘시와’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이 날 공개방송은 용산촛불방송국 ‘레아’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Cmedia>에서 들을 수 있다.

“평화가 무엇이냐?”라는 노래가 있다. 문정현 신부와 ‘루드의 상상력’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조약골이 작사한 이 노래는 평화를 이렇게 정의했다. 한번쯤 ‘평화’라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덧붙인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더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이날 보였던 용산의 모습. 서로 웃고 떠들며, 음악을 즐기고, 떡을 돌려먹는 곳. 그곳이 곧 평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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