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짧은 반론이다. 그만큼 ‘둔갑’이 일어날 수 없다는 한국ABC협회의 확신을 보여주는 것일 게다. 박용학 한국ABC협회 사무국장은 “무료부수가 유료부수로 둔갑될 수는 없다”고 호언장담한다. 왜? 협회가 철저히 검증할 테니까. 어떻게? 독자가 구독료를 냈는지 협회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래서 틀렸단다. 문화부가 유료부수 인정 기준을 80%에서 50%로 낮출 경우, 유료부수 뻥튀기가 일어날 위험성이 매우 커진다는 필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란다. 박 사무국장은 필자의 계산법으로 협회가 유료부수를 산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 한국ABC협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박 사무국장의 ‘호언장담’에 몇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유가부수 뻥튀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필자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협회가 확언할 문제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가 결정할 것이고 곧 현실로 상당 부분 드러날 것이다. 둘째, 협회가 필자의 계산법으로 유료부수를 산정한다고 필자는 주장한 바 없으니,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여기서 짧은 재반론을 마치면 왠지 허전할 듯하다. 그래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협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도움말을 드리고자 한다.

유료부수 인정 기준이 50%로 낮아진다 해도, 신문사 지국은 결코 문화부가 낮추고자 하는 50%로 독자와 구독계약을 맺지 않을 것이다. 제 정신이 아니고서는 경품 주고 무가지 주면서 구독료까지 월 7500원(1만5천원×50%)에 할 리 없다. 1만5천원으로 계약할 것이다. 따라서 신문사 지국의 독자 대부분은 월 1만5천원을 낼 것이다.

무가지에 대해서는 신문사 지국에서 7500원을 자체 부담해 제공하는 방식이 등장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정부에서 무료로 배달하지 말라고 해서 부득이하게 6개월 간 저희가 7500원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할 테니, 6개월 뒤부터 1만5천원을 내시면 됩니다. 그 기간 중 확인전화가 오면 7500원 냈다고 하시면 됩니다”는 식의 판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부상으로 7500원 구독료 받는 것으로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신문사 지국이 이 돈을 실제로 부담하는 건 아니다.

이런 식의 판촉으로 확보한 독자가 30명, 월 1만5천원을 내는 독자가 70명이라고 하면 실제 수금한 구독료는 105만원, 70부인 유로부수는 100부가 될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는 ABC협회가 독자에게 확인전화를 한다 해도 쉽게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신문사 지국에서 구독료 1만5천원을 받는 독자를 신문사 지국에서 7500원 받는 것으로 회계처리를 한다고 치자. 그리고 앞의 판촉 방식으로 70명을 확보했다고 하자. 그러면, 실제 구독료는 105만원, 유료부수는 70부인데, 유료부수 140부가 될 수 있다. 독자에게 확인전화 하면 1만5천원 수금했는데 7500원으로 회계처리하는 부정은 쉽게 적발할 수 있다고 협회는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관건은 어떻게 묻느냐다. 그저 “구독료 내셨어요?”라고 확인한다면 부정이 감춰지는 건 100%다. 협회와 신문사 간 가장 내밀한 담합의 장소도 바로 여기일 수 있다.

호언장담, 그렇게 쉽게 하는 게 아니다. 협회가 할 일이 있다면, 유료부수 기준 80%에서 50%로 낮출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철저한 준비다. 독자에게 확인해야 할 내용을 철저히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발생 가능한 ‘짬짜미’를 미리 봉쇄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검증에 들어가는 표본 지국의 수도 30개에서 대폭 늘려야 한다.

문화부가 5월6일 내놓은 ‘꼼수’에는 정부 광고 표준계약서 작성을 권장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신문 구독 표준계약서를 권장하겠다는 말은 없다. 이것만큼 필요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참에 신문 구독 표준계약서를 만들자고 문화부에 요구하는 것도 협회의 몫일 것이다. 그런 요구도 없는 협회의 ‘호언장담’에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역사는 그런 불신에 분명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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