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신록의 계절이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낀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노래한다. 그런데 어쩐지 이 나라에서 애 낳고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지 새삼 느끼게 하는 달처럼 들린다.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수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한다. 이 출산율이 지난해 1.19명으로 2007년의 1.25명보다 0.06명이 줄었다. 홍콩의 0.96명을 빼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정친화적 복지국가인 노르웨이는 1.90명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일본이 저출산율을 크게 걱정하지만 1.34명이다. 1998년 외환·금융위기 당시 출산율이 1.08명으로 떨어졌으니 금년에도 경제위기로 그만큼 하락할 듯하다.

지난 수년간 저출산과 고령화가 겹쳐 국력이 쇠퇴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보고서도 토론회도 많았고 선거공약도 숱하게 나왔다. 결과만 본다면 효과적·실질적 출산장려정책은 없고 말로 떠든 꼴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만혼, 독신, 이혼, 피임을 꼽을 수 있다. 유아사망률 저하, 육체노동 수요 감소, 종교적 가치관 변화도 한몫 한다.

▲ 한국일보 5월8일자 11면.
한국의 저출산 원인은 이보다도 사회구조의 모순이 더 크다. 그 첫째가 교육정책의 실패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0개중에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공교육비 비중은 23위이나 사교육비 비중은 최고이다. 그 엄청난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애 낳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사교육비 늘리는 무한경쟁으로 치닫는다. 국제중 설립, 자율형 사립고 확대, 초·중·고 일제고사 실시, 영어몰입교육 등등 말이다.

그 둘째는 고용불안이다. 외환·금융위기 이후 해고가 상시화됐다. 30~40대도 조기퇴직으로 내몰린다. 그 까닭에 맞벌이에 나서나 웬만큼 벌어서는 육아비 대기도 어렵다. 출산휴가가 짧기도 하지만 돌아가면 제자리가 기다란다는 보장도 없다. 애 봐줄 도우미를 쓰나 부담이 너무 크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한테 맡기자니 잔병치레로 너무 힘들어한다. 유아원, 유치원에 들어가는 돈이 중·고교생 과외비보다 많다. 애 탓에 내 집 마련의 꿈은 무지개처럼 멀어만 진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니 뭐니 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든다고 난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뒷전에 두고 규제완화만 부르짖으니 탁아시설도 출산휴가도 늘릴 이유가 없다. 임신도 출산도 눈칫밥 먹는 신세다. 비정규직이라면 더 고통스럽다. 남성 육아휴직제, 선택적 근무시간제, 조기 퇴근제, 재택 근무제 따위는 실정 모르는 사람들이 토론회에서나 떠드는 공허한 소리다.

1970년대 저출산으로 고민이 컸던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이 2.02명으로 올라섰다. 산아제한 시절인 한국의 1983년 2.01보다 높다. 지난 30년간 정책적 배려가 낳은 결과이다. 프랑스에서는 1년간 출산유급휴가에 더해 2년 휴가를 더 얻을 수 있다. 남편은 출산 4개월 이내에 산모를 돌보기 위해 2주간의 휴가를 내야 한다. 신생아는 20세까지 국가가 가족수당을 지급한다.

한국의 출산장려지원금이 2007년 GDP의 0.35%인 3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GDP의 4.7%인 883억유로로써 한국보다 47배나 많다. 스웨덴은 출산, 육아,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 그 곳에서는 어디를 가나 큰 바퀴가 달린 유모차를 몰면서 조깅으로 몸매를 가꾸는 산모를 본다. 일본은 출산·육아지원비 35만엔을 정부가 병원에 직접 지급한다. 임산부 검진비도 14회까지 정부가 지원한다. 훌륭한 정치적 지도자들이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니 이런 정책이 나온다.

국제아동권리기관인 ‘어린이구하기’(Save The Children)가 조사한 ‘어머니로서 살기 좋은 나라’에서 한국은 50위라고 한다. 선진국 43개를 빼고 개도국 중에서 7위라는 것이다. 이것이 이 나라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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