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조중동의 방송 진출 등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을 논의 중인 미디어발전위원회의 국민여론조사 실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게다가 여론조사 실시 논란과 관련해 자율적인 미디어위의 논의 결정 구조를 정치권과 한나라당에게 넘겨주려는 시도도 드러나고 있다.

한나라당 추천 미디어위 위원 중 한 ‘여론조사소위’ 위원은 지난 13일 “3당 간사가 합의해서 여론조사 실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여론조사 실시를 정치권의 논의 결정 사항으로 떠넘겼다.

지난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이 국민여론조사 실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한 가운데, 경우에 따라 여론조사 문제가 정쟁의 대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물론 미디어위 파행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디어위는 여론조사 실시와 관련해 한나라당측 위원의 이견으로 공전의 공전을 거듭하자 지난 8일 여론조사 소위를 구성, 13일 춘천지역 공청회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 추천위원 각각 2인으로 구성되는 여론조사 소위의 이날 회의는 열리지 않아 결정이 미뤄졌다.

▲ 최홍재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 ⓒ여의도통신
여론조사소위 위원인 야당 추천위원 이창현 국민대 교수와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여당 추천위원인 최홍재 위원은 춘천지역 공청회에 참석했으나 황근 위원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신 최홍재 위원이 “3당 간사가 합의해서 여론조사 실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야당측 여론조사 소위 위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추천 위원으로 미디어위 간사를 맡고 있는 양문석 위원은 “여론조사 실시는 어디까지나 국회의 위임을 받은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위가 결정,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정치권이 실시여부를 직접 결정한다면 미디어위는 뭐 하러 구성했냐”고 비판했다.

양 위원은 또 “여론조사 실시는 한나라당 언론관계법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수렴 확인하는 최소한의 과정으로, 여론수렴 절차를 밟지 않는 미디어위는 존속할 필요가 없다”며 “내일(15일) 전체회의에서 여론조사 실시를 관철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떠나 “3당 간사가 합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최홍재 위원의 발언은 미디어위의 자율적 운영을 합의했던 지난 3월5일 문방위 여야 간사 합의 사항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여야 간사가 합의했던 미디어위의 자율적 운영 원칙을 소속 위원이 부정하는 행위여서, 미디어위 무력화 시도라는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5일 문방위 여야 간사는 7개 항의 미디어위 운영 원칙을 합의했다. 이 가운데는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하고 자율적인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됐다. 미디어위 운영 원칙 4항은 “정치인은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고 위원회의 운영은 자율에 맡기되 교섭 단체 간사는 운영 의견을 개진하거나 청취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자율적인 미디어위의 운영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으로, 여야 간사는 미디어위 운영에 관해 결정이 아닌 의견 개진만을 할 수 있도록 못박고 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3당 간사가 결정해야 한다는 최홍재 위원의 주장은 여론조사를 반대하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결정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자율적 운영 원칙을 내던지는 이런 인물이 미디어위 위원이라는 게 통탄스러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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