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에 없던 사무처장직을 신설한 것이다. 사무처장은 방통위원장을 대신해 사무처 업무를 총괄한다고 한다. 사무처장직 신설로 방통위원장의 업무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무 총괄이라는 업무 부담을 줄이게 된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치적 쌓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유가 있으면 딴 생각하게 되는 것인지, 임기 막바지에 이르러서인지 지난 12일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중앙일보에 시론을 기고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의 임기는 2017년 2월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3년 임기가 5개월여 남은 것이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미디어스)

아마도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언론에 시론을 기고한 유일한 방통위원장일 것이다. 합의제 규제기구인 방통위는 물론 독임제 부처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 방통위에 공보 조직이 있음에도 방통위원장이 직접 나서 언론에 자신의 치적을 내세우는 게 합당한 처사인지 따져볼 문제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남은 임기 동안 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치적은 자신이 쌓는다고 쌓아지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세간의 평가가 우선이다. 최성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중앙일보에 기고한 시론의 제목은 ‘시청자 복지 높일 새 방송평가’다. 내용은 온갖 반대에 불구하고 밀어붙여 통과시킨 ‘방송평가규칙과 그 기준 정비 과정’에 ‘방송 공공성과 품격 높이면서 과잉 규제 안 되게끔 의견 수렴’, ‘막말·편파 방송 규제 강화해 공정하고 객관적 보도 유도’ 등의 평가를 붙였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는 다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해 편파 심의, 정치 심의, 공안 심의만을 일삼는 검열기구로 전락한 방심위의 심의 결과를 방송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곧 정부가 방송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방통위 정부여당 추천위원들은 다수결로 개악안을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최 위원장이 말하는 막말, 자극적, 편파 방송을 줄이고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국가기구의 검열식 심의를 바탕으로 해서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국가기구의 검열식 심의 대신 “각 방송사들이 종사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편성규약을 제정, 운영하고 있는지, 방송사 내부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지, 시청자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보장되어 있는지부터 제대로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시론에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재난방송 편성을 독려해 방송사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성준 위원장이 내세우는 이 같은 업적을 지상파방송이 받쳐주지 못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최 위원장의 시론이 게재된 그날 경주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으며 게다가 국민 안전을 위한 지상파방송의 재난방송은 실종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처럼 규제기관의 수장으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 상황에 대한 우선적인 책임은 최 위원장 자신에게 있다. 한가하게 치적 쌓기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남은 기간, 치적 쌓기 대신에 언론노조의 주장처럼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다른 건 몰라도 재난방송만큼은 성의라도 보일 수 있도록 최 위원장이 퇴임 전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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