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음악웹진 <보다>의 김학선 편집장이 미디어스에 매주 <소리 나는 리뷰>를 연재한다. 한 주는 최근 1달 내 발매된 국내외 새 음반 가운데 ‘놓치면 아쉬울’ 작품을 소개하는 단평을, 한 주는 ‘음악’을 소재로 한 칼럼 및 뮤지션 인터뷰 등을 선보인다.

이상의날개 <의식의흐름>

앨범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말에 의식적으로 반발이라도 하듯 양질의 더블 앨범이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다. 이미 줄리아 드림과 얼스바운드가 훌륭한 더블 앨범을 발표했고, 여기에 이상의날개를 추가하려 한다. '포스트 록'의 방향에 가까운 이들의 음악을 새롭다거나 혁신적이라고 포장할 생각은 없다. 대신에 이들은 자기들이 하려는 음악 안에서 그 음악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서정'이나 '장엄' 같은 것들이 포스트 록을 설명하는 주요 요소라면 이들은 음악은 더 아름답고 더 치열하고 더 장엄하다. 한국 포스트 록 역사에서 오래 얘기될 만한 작품이 나왔다.

몬구 <MONGOO 2>

몬구의 개인 작업들을 들으며 밴드란 형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몽구스에서도 주로 곡을 쓰던 건 몬구였지만, 리듬 섹션이 빠진 채 발표되는 몬구의 솔로작들은 특유의 활력을 잃고 있었다. <MONGOO 2>는 그동안 발표된 몬구의 개인 작업 가운데 다시 예전 (몽구스 안에서의) 몬구가 가진 매력을 회복해가고 있는 음반이다. 아주 귀엽게 '우주'와 '사랑'을 노래하던 그 몬구의 모습 말이다. 좀 더 소박해졌지만 그 목소리에 어울리는 곡들과 아기자기한 사운드가 담겨 있다. 그의 바람대로 "누군가의 심장을 미소 짓게" 할 수 있는 음악이다.

박성연 & 한지연 <Body & Soul>

나이 차이를 떠나 오랜 시간 음악으로 교류해온 보컬리스트 박성연과 피아니스트 한지연의 앨범이다. 2005년에 이미 제작이 마무리됐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최근에야 공개됐다. <Body & Soul>이란 앨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앨범 안의 수록곡은 그동안 박성연이 주로 불러온 익숙한 재즈 스탠더드들이다. 어쩌면 뻔해 보일 수 있는 이 발라드 앨범은 오롯이 둘만의 호흡과 템포로 채워져 있다. 박성연의 노래는 늙어가는 것의 아름다움 혹은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앨범에는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와 아름답게 늙은 목소리만이 있다. 단지 그것뿐이다.

최이철 <잃어버린 시간(Unspoken Story)>

몇 십 년 간 이끌어온 사랑과 평화를 떠난 최이철의 안타까움을 짐작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표한 <잃어버린 시간(Unspoken Story)>을 통해 그 심경(과 취향)의 변화를 대충 짐작할 뿐이다. 펑크(funk)의 대명사였던 그의 음악은 많이 변해 있다. 십여 년 전에 발표한 프로젝트 유라시아의 아침의 연장선에 더 가깝다. 실제로도 유라시아의 아침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 이 앨범은 과거 그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동양 음악'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명상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자 배치한 듯한 신디사이저를 배경으로 그의 기타 역시 차분하게 흐른다. 한 노장 기타리스트의 예상치 못한, 하지만 잘 만든 명상 음악이다.

팔구(PALGOU) <89>

밴드의 형태로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팀들은 이제 너무나 많다. 그 가운데서 글렌 체크의 존재는 단연 돋보였다. 사람들의 몸을 흔들게 할 수도 있고, 감상에 젖게 할 수도 있었다. 류전열은 글렌 체크에서 드러머와 프로듀서로 활동한 멤버였다. 류전열은 또 다른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김준현과 함께 새로운 팀 팔구를 결성했다. 둘의 음악은 처음 글렌 체크를 들었을 때만큼의 신선함을 준다. 과거의 요소를 전혀 촌스럽지 않게 현대에 녹여내고 있으며 드러머였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빼어난 리듬을 들려준다. 듣기 편하면서 결코 얕지도 않다.

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 공감>의 기획위원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맡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K-POP, 세계를 홀리다>라는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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