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불안한 노동, 흔들리는 삶’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 경향신문 기획기사

경향신문에 강추 기사가 편중돼있어 웬만하면 이번에는 경향신문을 꼽지 않으려 했건만 어쩔 수 없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등 이 시대 소외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그늘을 조명한 2편의 기획기사는 고만고만한 기사들 사이에서 빛났다.

경향신문은 3면 <“신의 직장인데…비정규직은 신이 버릴 떨거지”>에서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인천공항공사, 공무원 연금관리 공단 등 ‘신의 직장’이라 일컬어지는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들의 삶을 다뤘다.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게 정규직 중심의 인력조정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비정규직을 자르는 일이었다” “민간기업이야 돈벌이를 위해 그런다고 하지만 왜 공공기관이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까” “노무현 정권때는 대놓고 해고는 안했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대놓고 한다. 일한 지 15년 됐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해고시킨 적이 없다” 등 시대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진솔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 시리즈 제3부인 6면 <‘경쟁의 그늘’ 퇴출 공포에 ‘하위 90%’ 삶 식민화>에서는 미국의 경우 1930년대에는 국민의 50%가, 60년대에는 30%가 전체 국가의 부를 통제했으나 최근에는 국민의 10%가 국부를 좌지우지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신자유주의의 대변자들은 자신의 자유롭고 유동적인 삶이 미래의 생활양식이라고 대중에게 속삭이지만 기실 그것은 소수의 그룹에만 허용된 것이다. 정작 다수의 시민은 인간적인 삶을 자유롭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공동체적 연대로부터 갈수록 멀어지는 소외를 크게 경험하고 있다”는 분석을 접할 수 있다.

비추: 연합뉴스 <정부, 한·미정상회담 전 PSI가입 검토>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소집해 PSI를 당분간 유보하도록 지시한 이후 PSI와 관련된 기사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거센 반발에 대통령이 한발 물러선 것이었음에도 일부 신문은 “정부의 PSI 전면 참여 방침은 이미 결정된 것이다. 발표시기에 대한 구체적 검토에 들어갔다”며 소신(?)을 지켰으나 이후 PSI는 한동안 언론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 연합뉴스에 “정부가 다음달 16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PSI 전면가입을 발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가 떴다. 연합뉴스는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PSI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동맹국으로서 이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한미 쇠고기 협상과 마찬가지로 ‘무기로 벌어먹고 사는 나라’인 미국에 PSI를 냅다 바칠 모양이다.

연합뉴스는 다시 떠오르는 PSI 문제에 대해 정부와 오바마의 입장만을 전하며 이에 대한 국내의 반발과 우려에 대해서는 단 한줄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연합뉴스는 PSI와 관련해 “전면 참여의 원칙을 이미 천명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시기는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 “PSI 참여는 국제적 차원의 문제다.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바란다면 한국과 공동으로 PSI에 가입해야 한다”(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PSI 완전가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관련 국내법을 정비, 해양경찰과 해군 등 집행기관의 PSI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입법조사처) “PSI를 영속적인 국제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국가가 PSI에 가입해 기여해주길 희망한다”(오바마 미 대통령) 등 PSI 전면 참여에 긍정적인 발언들을 주로 보도해왔다. PSI에 부정적인 보도는 4월 21일 “냉정하게 얘기해서 PSI 전면 참여는 국가에 이익이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 정도만 해당된다.

지난달 연합뉴스를 연간 300억원의 정부 지원을 영구 보장하는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이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수행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규정하고 그에 맞는 물적 토대를 구축해준 셈인데, PSI 보도가 이처럼 기우뚱한 걸 보면 연간 300억원짜리 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