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오는 15일 출범 1년을 맞는 가운데, 언론시민사회단체가 방통심의위의 지난 1년을 ‘정치적 심의로 얼룩진 1년’으로 평가하며, 방통심의위 심의로 인한 언론·표현의 자유 위축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소속 시민단체를 비롯한 53개 언론시민사회단체는 13일 오전 11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1층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과연 심의위가 국민 앞에 정당하게 자기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오히려 심의위 심의 결정을 두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1년 동안 방통심의위는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며 “지난 1년간 방통심의위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MBC <PD수첩>과 <뉴스후>에 시청자 사과라는 최고의 중징계를 결정한 방통심의위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논할 것도 없다”며 “방통심의위는 독립기관이어야 함에도 정권의 통제를 받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 미디어행동 소속 시민단체를 비롯한 53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13일 오전 11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1층에서 방통심의위 1주년을 맞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 방송 심의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가운데 제9조 2항과 4항, 공정성과 균형성을 이유로 지난해 MBC <PD수첩> 광우병 편과 YTN노조의 블랙투쟁에 대해 시청자 사과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YTN노조 투쟁 100일을 보도한 YTN <뉴스오늘> 리포트와 MBC <뉴스데스크> 언론관련법 보도에 경고 조치를, MBC <뉴스후> 언론관련법 보도에는 시청자 사과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제목의 입장에서 “권력 비판형 뉴스보도나 시사고발프로그램에 대해 공정성을 기준으로 가혹하게 심의할 경우, 언론자유 침해 및 자기검열을 통한 위축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균형성이 정치심의의 자의적 잣대로 이용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보도가 정부나 정부추진 사업에게 ‘불공정’하다거나 자신에게 불리하게 균형성이 훼손되었다고 하여 방통심의위가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논쟁을 벌이면서 국민의 입장이 너무 많이 반영된 보도를 제재하는 것이며,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과 다르지 않다”고 우려했다.

◇ 통신 심의

방통심의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7항에 의해 인터넷의 불법성을 판단하고, 해당 정보의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게시물의 불법성을 판단하고 삭제를 권고하고 삭제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5월 이명박 대통령을 ‘2MB’ ‘간사한 사람’ 등으로 표현한 게시물에 대해 ‘언어순화 및 과장된 표현의 자제 권고’ 결정을 했으며, 7월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관련한 게시물 58건에 대해 삭제를 결정했다. 이어 올해 4월, 최병성 목사의 ‘쓰레기 시멘트’ 글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라며 삭제를 권고했다.

이들은 “행정기관인 심의위가 불법성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삭제를 권고하는 활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마땅하다”며 “인터넷상의 대통령 비판 글에 대해 언어순화 권고를 하는 등 행정기관이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해 등급을 부여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포괄적이고 자의적으로 심의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6:3 정치심의 구조

방통심의위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설치 등) 3항에 따라 9명의 심의위원 가운데 6명을 대통령과 여당이 추천한 인사를 대통령이 위촉한다.

실제 사회적 파장이 매우 컸던 <PD수첩>, YTN 블랙투쟁 등에 대한 심의 과정에서 징계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당 추천의원들과 징계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야당 추천의원들의 구조는 6:3이었다. 이에 “정부와 여당 입장이 심의 결과에 노골적으로 반영되었다” “정치적 심의”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위원 구성 방식을 개방형 공모와 중립적 선정위원회 구성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내 중립적인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교섭단체별로 후보 5인을 추천한 후 최대 다수의 찬성을 얻은 자 상위 5인으로 구성해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방통심의위를 위한 제언

이들은 “현재 심의위는 운영에 있어 불투명하고 권위적인 행태로 공분을 사고 있다”며 “위원장과 심의위원은 안건 선정, 토의, 결정 등 모든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개방적이고 투명한 태도를 취해야 하며, 중요 정책을 결정할 때 내부와 외부의 참여를 균형 있게 고려해 정치권의 압력이나 요구로부터 독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회의록의 작성 및 공개를 엄격하게 준수해 사회적 소통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들은 박명진 위원장과 면담을 요청했으나, 박 위원장이 면담을 거절해 기자회견 형태로 방통심의위 출범 1년에 대한 입장을 전하게 됐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언론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방통심의위 쪽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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