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주년 되는 날이다. 지난 1년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방통심의위였지만 그 1주년을 앞둔 풍경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방통심의위 홈페이지를 보더라도 ‘위원회 창립기념일 휴무 공지’만 있을 뿐 따로 행사를 진행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 5월 12일자 동아일보 20면 기사
그런데 오늘 동아일보에 지난 1년간 지상파 3사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심의’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해 방통심의위 출범 1주년을 맞이했다.

동아일보는 분석결과 심의 지적을 가장 많이 받은 방송사가 MBC로 총 51건의 심의 지적이 있었다고 나타냈다. 그러나 KBS가 48건, SBS가 44건인 것과 비교했을 때 큰 의미를 가지는 비율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주목한 것은 다음 부분이다. 동아일보는 “MBC는 ‘PD수첩’ 등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들이 지적을 받은 경우가 많았으며, KBS와 SBS는 대부분 간접광고를 한 드라마였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그 분석 결과를 보면 MBC와 KBS, SBS의 심의가 참 대비된다.

동아일보는 “MBC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1,2’가 ‘시청자에 대한 사과’ 징계를 받았다”면서 “3월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을 다룬 ‘뉴스후(2008년 12월 20일, 2009년 1월 3일)’에 대해서도 방통심의위가 ‘시청자에 대한 사과’ 결정을, ‘뉴스데스크’(2008년 12월 25일~27일)에 대해서는 ‘경고’를 의결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KBS와 SBS가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받은 프로그램은 모두 ‘드라마’였다는 것이 동아일보의 설명이다.

동아일보는 방통심의위 ‘시청자에 대한 사과’ 징계를 받은 SBS 드라마 ‘유리의 성’에 “하루에 잠깐씩만 사용해도 효과가 있을 겁니다”라며 온열기를, “친환경 소재에 항균 방충 기능이 돼 있습니다”라며 친환경 소재 마루를, “언제 어디서든 원고를 받아볼 수 있잖아”라며 휴대폰 등의 광고성 대사가 이어졌다며 징계를 내렸다고 소개했다.

또 KBS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 징계를 받은 아침드라마 ‘아내와 여자’ 역시 “특정 제품과 사용방법과 장점을 소개하고 제품을 근접 촬영하거나 브랜드명의 로고를 일부 변경해 조출하는 방식으로 광고효과를 줬다는 이유로 같은 징계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의 방통심의위 1년 평가가 의미 있는 이유

이를 동아일보는 “MBC 시사-보도프로 지적 많이 받아-KBS·SBS는 대부분 드라마 간접광고”로만 정리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 1년이 조용한 시점에서 나온 동아일보의 분석기사는 더 많은 의미를 보태주고 있다. 그 의미는 역질문으로 찾을 수 있다.

“왜, MBC는 시사-보도프로에 대한 지적이 많았고, KBS와 SBS는 드라마 간접광고로 지적을 많이 받았을까?”

이제는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지만 방통심의위에서 MBC 프로그램에 중징계를 내린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다룬 ‘PD수첩’, 신방겸영을 포함하는 언론관계법을 다룬 ‘뉴스후’, ‘뉴스데스크’로 이 둘의 공통점은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있다. 동아일보가 분석한 방통심의위 1년 평가가 가지는 또 다른 의미다.

박명진 방통심의위원장은 지난 4월 8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성 심의가 정치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부당한 딱지 붙이기”라며 “위원회는 방송저널리즘원칙과 방송심의규정에 입각해 심의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동아일보의 방통심의위 ‘심의’ 1년 분석은 이 주장을 무색케 만들 뿐이다.

지난 3월, 언론학자 6인이 만든 ‘방송의 공정성 심의를 위한 연구’를 두고 현업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서 한 방송현업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예전에는 ‘심의’하면 간접광고 등으로 예능 및 드라마 PD들이 가장 신경을 많이 썼었는데 요즘은 방통심의위가 시사프로그램에 ‘공정성’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시사교양PD들이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의 말.

이것이 방통심의위 1주년을 맞이하는 방송사 기자·PD들의 현주소다.

시민사회단체는 방통심의위 출범 1년에 맞춰 공동 기자회견 예고

참여연대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및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내일 오전 11시 방통심의위가 있는 건물 방송회관 1층 로비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범 1년을 맞는 언론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기자회견 보도자료에서 이들은 “지난 1년간 방통심의위는 편파적이고 자의적인 심의 사례들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특히 비판적인 보도와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편파심의가 반복되면서 보수 세력의 ‘청부심의기관’이라는 오명과 함께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방통심의위 개선방안을 담은 언론시민단체 공동입장문서를 발표하고 전달할 예정이다.

출범 1주년을 조용하게 맞이하는 방통심의위, 그러나 심의 대상자인 언론 현업인들의 마음은 무겁고, 이를 지켜보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발걸음은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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