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음원차트에 ‘이변’이라 불릴 만큼 놀라운 일이 있었다. 2년 전 발표한 노래가 신곡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 팬클럽 회원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를 위한 이벤트를 위해 일시적으로 ‘1위’를 만드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차트에 오르고 난 후에도 열흘 이상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이 노래의 인기는 심상치 않다. 해당 노래는 한동근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3>(이하 <위대한 탄생3>) 우승 이후 2014년, 그가 정식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곡이다.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타이틀이 있긴 했지만, 대형 소속사 아이돌이 아니었던 한동근은 대부분의 신인 솔로 가수들이 겪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그의 데뷔곡은 잊혀지고 있었고, 그 뒤도 꾸준히 신곡을 냈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

<위대한 탄생3> 우승자로 어렴풋이 기억되던 한동근이 다시 주목받은 계기는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 출연이었다. ‘4월 13에는 투표하세요’라는 닉네임으로 가왕 결정전까지 진출했지만, 당시 파죽의 6연승을 달리고 있던 ‘우리동네 음악대장’ 하현우에 밀려 아쉽게 가왕이 되진 못했다. 하지만 당시 한동근이 들려주었던 허스키하면서도 매력적인 목소리는 가수 한동근의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간간히 방송 활동을 이어가던 한동근은, 지난 8월 5일 방송된 MBC <듀엣가요제>를 통해 비로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가수로 거듭난다.

그 이전까지 한동근은 <듀엣가요제>에 패널로 참여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듀엣가요제>에서 맹활약하던 정인의 임신으로 빈자리가 생기자, 한동근이 대타로 오랫동안 정인과 듀엣을 맞추어온 최효인과 무대에 서게 되었다.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공연한 한동근과 최효인의 무대에 MC진과 패널들은 호평을 아끼지 않았고, 첫 출전에 452표를 받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 이후 지난 2일 방영분까지 최효인과 함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부르며, 파죽의 3연승을 이어나간 한동근은 명실상부 <듀엣가요제>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MBC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

<듀엣가요제> 출연은 한동근의 이름을 널리 알렸을 뿐만 아니라, 그가 2년 전에 발매한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해’에 대한 관심까지 이끌었다. 이 노래가 초가을 분위기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가능한 역주행 히트이기도 하지만, <듀엣가요제>를 통해 라이징 스타로 도약한 한동근의 목소리가 가진 힘이 컸다.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역주행 기적에 힘입어, 현재 한동근은 각종 음악방송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가 2년 전 발표한 노래가 열흘 넘게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곡 ‘그대라는 사치’ 반응도 좋은 편이라 겹경사를 맞고 있는 중이다. 신곡 발표로 바쁜 와중에도, 차트 역주행에 보답하고자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고 해’ 활동도 병행 중이다.

지난 2일 방송 중, 진행을 맡은 성시경은 한동근의 역주행을 언급하며 “진짜는 언젠가는 조명을 받는 것 같다”는 메시지로 그에 대한 응원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동근 이전에도 알리, 문명진, 황치열 등이 음악경연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스타로 도약한 바 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지만 대중 앞에 나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았던 가수들에게 <듀엣가요제>, <복면가왕>,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등과 같은 음악경연프로그램은 그들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MBC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

물론 음악경연프로그램에 출연한 모든 가수들이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한동근처럼 가수로서 인기와 2년 전 신곡까지 덤으로 사랑받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며, 황치열처럼 한류스타로 각광받는 경우는 진짜 잘된 케이스에 속한다. 한동근과 황치열이 보여준 엄청난 성공은 이들이 음악경연프로그램에 나와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탁월한 가창력과 남다른 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경연프로그램의 출연 덕분에 한동근과 황치열이라는 훌륭한 가수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수들에게는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를, 시청자들에게는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의 노래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귀호강의 시간을 제공하는 <듀엣가요제>는 그렇게 음악경연 프로그램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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