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라’는 말은 일부 국민들이 한다. 하지만 그만두라는 말을 하게 만든 것은 바로 언론이다. 그들은 우리의 진짜 요구는 보도하지 않는다. 우리가 경찰들에 맞고 잡혀가고 고소당하는 모습은 보도하지 않는다. ‘기레기’라는 말이 이제 반성하지 않는 대한민국 언론의 새로운 이름이다. 앞으로 바뀌지 않는 한 그 이름은 영원히 당신들의 진짜 이름일 것이다”_장훈 세월호 유가족대책위 진상조사분과장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와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은 2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박근혜정부 보도외압 및 왜곡편파보도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유가족대책위, 사드반대 성주군 농민회장, 백남기 대책위 사무국장 등이 증언자로 참석해 왜곡·편파 보도가 만연한 우리나라 언론에 대해 지적했다.

▲2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와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 주관 <박근혜정부 보도외압 및 왜곡편파보도 증언대회>가 열렸다. ⓒ미디어스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 대표로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증언대회에 앞서 “지난 30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고 언론인이라는 이름을 들어왔다. 이런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게 된 현실 자체가 부끄럽고 자괴스럽다”면서 “이런 현실을 어떻게든 타파하고 바로잡는 게 국회의원이 된 저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성수 의원은 “야3당이 방송언론 환경을 바꾸기 위해 공영방송구조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 방송과 언론이 정상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여한 세월호 유가족, 백남기 농민 대책위 사무국장, 성주군 농민회장 등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왜곡·편파 보도, 비윤리적 취재와 보도 침묵 등이었다.

왜곡·편파 보도하는 언론들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장훈 진상조사분과장은 정부 발표만 받아 적는 언론에 대해 비판했다. 장훈 분과장은 “당시 언론들이 말하는 ‘사상최대 구출작전’이라고 보도한 것은 해경과 정부 측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라면서 “이것은 오보였다”고 밝혔다.

▲증언대회 도중 세월호 참사를 당한 단원고 '기억교실'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미디어스

이어 그는 “당시 팽목항에는 유가족들보다 더 많은 기자들과 카메라들이 있었다. 게다가 유가족들이 번갈아가며 인양 과정을 지켜보는 곳인 동거차도의 천막이 있는 자리는 다름 아닌 KBS기자들이 촬영하던 자리”라면서 “그들은 사고해역이 다 보이는 곳에서 정부 발표만 받아썼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장훈 분과장은 언론의 왜곡보도와 프레임 덧씌우기 행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장훈 분과장은 “2015년 4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법 정부 시행령을 폐기하라는 요구하던 중, 정부는 사상최고의 배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발표했다”면서 “보상금 액수를 왜 그때 공개하는지, 또 그 액수가 다른 사고들에 비해 최고 액수인지, 그리고 유가족들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재동 농민회장은 “7월15일 국방부 장관과 총리가 성주에 왔을 때, 외부세력에 대한 말이 많았다. 나이 드신 공동대책 위원회 한 분이 기자들의 유도 질문에 ‘아마도 안 왔겠어요’라고 추측 발언을 했는데. 언론들이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외부 불순 세력이 왔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됐다”면서 언론이 성주 군민을 의도적으로 고립시키고 분리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이 국방부, 정부 입장을 받아쓰며 성주 군민을 폭도로 몰기, 외부세력 개입, 보상 문제 등의 프레임으로 몰아갔지만 실패했다. 이제는 제3부지 얘기로 투쟁위, 군민 그리고 성주와 다른 지역 간의 갈등을 조장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남기 대책위원회 최석한 사무국장은 “언론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 크로스 체크나 팩트 체크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의 발표를 받아쓰기만 한다”면서 “그들은 언론의 중립을 지킨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힘 있는 사람들의 편을 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1차 민중총궐기가 있은 직후 박 대통령이 나서서 ‘불법 폭력시위였다’며 집회의 폭력성만 부각했다”면서 “언론들은 백남기 선생이 왜 11월14일 총궐기에 올라왔는지 이런 얘기는 쏙 빼고, 정부의 입장만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의 비윤리적인 취재

장훈 분과장은 “팽목항에서 아이들이 주검이 돼 돌아오면 제일 먼저 아이들의 얼굴을 본 사람은 바로 기자들이었다. 정작 봐야할 부모들을 밀쳐내고 죽은 우리 아이들의 얼굴에 대고 셔터를 눌러댔다”면서 “이게 대한민국 언론들이 우리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대하는 자세였다”고 한탄했다.

최석한 사무국장은 “규모 있는 통신사에서 혼수상태 빠진 백남기 선생을 ‘사망’으로 표현해 기사가 나간 적이 있다. 가족들을 유족이라고 표현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사실 확인조차 없는 태도에 대해 개탄했다. 또한 그는 “취재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집요하게 취재하거나, 가족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어르신의 상태를 배려 없이 물어보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가족들이 언론에 대해 불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침묵하는 언론들

장훈 분과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들이 분노하며 빠른 구조를 요구하는 모습이나 사고 해역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주변 정리만 하는 해경들의 모습은 지상파 방송에서 보이지 않았다”면서 “애타게 절하는 불쌍한 엄마들의 모습과 물속에 가라앉은 세월호 주변의 부표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80년 5월18일 광주 시민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공감됐다”면서 “우리는 팽목항에 고립된 채 언론에 둘러싸여 카메라에 찍히고 마이크 앞에서 말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훈 분과장은 “지난 1차 청문회를 앞두고 유가족과 특조위는 국내외 모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취재요청을 했다. 그런데 기자들은 특조위를 비난하는 고엽제 전우회와 어버이연합을 찍어갔다”면서 “당시 가장 중요했던 발언과 주요 증언들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석한 사무국장은 “제3차 민중총궐기가 끝나고 나서는 언론이 사안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면서 “17일간 고성에서 서울까지 도보순례도 하고,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활동도 했지만 언론은 침묵했다”고 말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 위원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드린다”면서 “정직하게 열심히 땀 흘려서 보도한 기사가 보도되기 어려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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