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광고 없이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부당한 욕심이다. 적어도 좋아한다면 그 프로그램이 어떻게 유지되어야 할지 고민을 해줘야지, PPL이 많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만약 PPL에 대한 비판을 한다면 그 PPL이 프로그램 몰입도를 해친다는 수준에서 해야 적당하지, 그저 PPL이 많다고 비판을 쏟아내서는 안 된다.

<무한도전>은 분명 제작비가 들어가는 프로그램이며, 이번 편에서 보인 ‘무한상사 특집’은 역대 가장 크게 제작되는 특집으로 제작비가 기존보다 수배 더 많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된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보통 영화의 경우 제작비는 수많은 기업들로부터 작고 크게 투자를 받게 된다. 그 투자금의 활용도야 모두 다르고 어떻게 이익을 나눠야 하는지에 대해선 그들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따로 설명할 수 없지만, <무한도전>은 영화 시장에서의 룰대로 하지 못한다.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지는 특집 수준이기에 영화에 비할 만한 규모가 아니다. 투자의 성격도 다르기에 기업에서 선뜻 투자하기가 어렵다. 프로그램의 지명도에 따라 제작비 중 일부가 투자될 수는 있어도 일정 금액 이상의 많은 투자금을 받기는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무한도전: 무한상사>는 영화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아무리 유명 배우, 유명 스타가 부담 없이 출연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제작비는 커지기 마련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그런데 이번 특집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무한도전>의 브랜드를 땄지만, 영화관에서도 상영되지 않는 TV용 콘텐츠로 제작비를 회수할 수 없는 구조다. 그나마 PPL이 있는 건 <무한도전>의 프로그램 지명도가 있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노출된 기업들이 그렇게 대형 투자를 한 곳은 아닌 것으로 보여 논란 자체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내놓고 말해 프로그램에 노출된 곳이 대형 투자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기에 이 논란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삼성이나 LG 등 세계적인 유명 기업들이 한 것도 아니고 규모가 작은 곳에서 하는 PPL이란 것을 생각한다면 서로 돕고 돕는 구조 정도로 읽혀 더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모든 프로그램이 다 그렇겠지만, <무한도전>도 카메라 몇 대 세워놓고 하는 토크 타임만 가져도 제작비가 크게 들어가는 곳이다. 방송사에서 100% 제공되는 제작비라면야 크게 부담이 없을 테지만, <무한도전>은 자체 영업을 해야 할 정도로 제작비가 충분치 못하다. 그렇다고 방송사가 마르지 않는 샘물도 아니고, 그곳도 영업을 하고 광고를 받아 각 프로그램에 예산을 배정하기에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또한, 세상 모든 콘텐츠는 만들어지기까지 자금이란 게 들어가기 마련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좋은 콘텐츠를 보고자 한다면 그 비용을 지불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무한도전>에서 나오는 PPL을 두고 비판을 하긴 어렵다. 대고 ‘이게 좋다’ 식의 노출도 아니고, 활용 수준에서의 PPL 노출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비판은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콘텐츠만 구매해 보는데 PPL을 봐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콘텐츠 제작비용을 생각해 보라. 얼마나 저렴한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는지를. 언론이 비판하는 것은 더욱 우습다. 자신들의 공해 수준 광고를 보지 않으려 포털을 이용하는 대중에게 늘 불만을 터뜨리면서 이런 비판을 한다는 건 앞뒤가 맞는 않는 일이다.

세상 모든 콘텐츠에 대해 돈을 지불할 생각을 해보라. 자신의 노동 비용을 정당하게 받고 싶다면, 남의 노동 비용도 보장할 생각을 해야 한다. PPL은 남이 정당하게 벌 수 있는 비용이고 운영비다.

좋은 콘텐츠엔 비용을 지불하라. 그러면 좋은 방송 콘텐츠, 좋은 기사들이 늘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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