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었다면 허위 사실을 유포했더라도 형사 처벌을 면하게 되는 것일까.”

위는 법원의 인터넷논객 ‘미네르바’ 1심 무죄 판결과 관련해, 4월 21일 <중앙일보>가 ‘인터넷 허위 글 공익 해칠 목적 없으면 무죄?’라는 제하의 1면 머릿기사에서 문제제기한 내용이다.

이 신문은 또한 1심 법원의 판결이 ‘끝나지 않은 논란’이라는 부제목에 걸맞게 “사이버상의 활동으로 공익을 해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그럴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는 규정 마련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모 변호사의 주장을 인용 보도했다.

지난 1월 초 미네르바 구속 때도 그랬듯 4월 20일 석방 이후에도, <중앙일보> 지적대로 법리 해석과 새로운 입법 필요성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이 사실이다. 사이버모욕죄를 둘러싼 찬반은 물밑에서 더욱 뜨겁다. 검찰 역시 법원 판결에 불복, 항소를 검토 중이다.

기왕에 공론화시키고자 한다면 다음의 글은 어떤지, <중앙일보>와 검찰에 나름의 해석과 판단을 맡겨본다.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나라사랑청년회’라는 사회운동 단체의 회원인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9일 확인됐다. 이 단체는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 퇴진 운동에 참여했다.”

위는 지난 1월 10일치 1면에서 <중앙일보>가 보도한 내용이다. 기사 제목은 “대선 때 MB퇴진 운동단체 미네르바, 회원 가입해 활동”이다.

▲ 중앙일보 1월 10일자 1면
그러나 위 기사는 오보 또는 허위로 판명됐다. ‘나라사랑청년회’가 미네르바는 회원이 아니라고 어리둥절해하며 반발하던 가운데, <중앙일보>는 “확인 결과 이 단체에서 활동한 박대성씨는 이름이 같으며 미네르바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져”라며 결국 그 달을 넘기지도 못한 채 오욕의 정정보도를 내고 말았다.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고 했었는데, 검찰의 실수인지 신문의 허위 보도인지는 해당 신문이 잘 알 것이다. 문제의 ‘허위’ 기사가 실린 날은 1월 10일, 미네르바가 구속된 날이었다.

해당 기사는 당시 온라인상에서 급속히 퍼져나갔고 개인블로그 등에 아직 버젓이 살아 있다.

한나라당은 왜 조용할까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수사 중인 사건이라 미네르바와 관련해서는 토론에도 응할 수 없다던 한나라당도 뼈아프게 반성하길 바란다. 법원의 판결이 나왔으니 한나라당도 이제는 한 말씀 하시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이에 한나라당은 짤막한 형식적 논평으로 답한다. 윤상현 대변인은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입법부가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왈가왈부할 처지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15일, 법원이 미네르바의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한 것과 관련한 윤 대변인의 논평은 다음과 같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지만 공익을 해치는 거짓말의 자유까지 무제한 보장하지는 않는다.”

윤 대변인은 또한 “야당(민주당 등)은 비록 불편한 진실이라도 바로 볼 줄 아는 용기를 보여 달라”며 “악플 선동정치는 정말 나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한나라당은 “사이버모독죄”의 신설을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목소리가 이번엔 없다. 4·29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 부담스러웠을까.

반면, <동아일보>는 “1심 무죄라고 미네르바 현상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고 사설에서 울분을 삼켰고 <조선일보>도 “미네르바에 휘둘린 우리 사회가 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인터넷 유언비어를 걸러내지 못하면 우리 사회엔 언제 또 제2의 미네르바, 제2의 광우병 같은 수준 이하의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

당시 <중앙일보>의 ‘미네르바-MB 퇴진’ 기사를 그대로 받아 사용했던 <조선일보>는 유언비어를 절대 유포하지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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