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 제목이 어떤가?

21일 네이버 뉴스박스에서 가장 선정적인 축에 끼었던 조인스닷컴의 기사 <고대 ‘알프스 미라’ 간통들켜 잘린채 도주?> <낙태 위험해 낳아 죽여> 제목을 나열만 했을 뿐인데도 매우 선정적이다.

▲ 21일 네이버 뉴스박스에 실린 조인스닷컴 기사들
지난 1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시작 이후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들이 여성 연예인들의 베드신과 같은 선정적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고, 실제 기사 내용과 별 상관없는 선정적인 제목을 뽑아 독자들의 눈을 끌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4개월여가 지난 오늘(21일)도 마찬가지다.

몇몇 언론사들은 탤런트 윤은혜가 파격적인 노출을 했다는 화보 사진을 톱으로 내보내며 <베드신·목욕신까지 털털했던 그녀가…>(스포츠서울) <윤은혜 맞아? 파격화보>(동아닷컴) 등의 제목을 달고 독자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조인스닷컴, ‘얄팍한 상술의 잡지’처럼 왜 이러실까?

21일 네이버 뉴스박스에서 가장 선정적이었던 언론사는 중앙일보의 인터넷 사이트인 조인스닷컴이었다. 조인스닷컴은 <고대 ‘알프스 미라’ 간통들켜 잘린채 도주?>라는 제목의 기사를 톱으로 내보냈다. 무엇을 잘렸단 말일까? ‘간통’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으로 보아 성기를 의미하는 것인가?

기사를 클릭해서 들어가 보면 실제 제목은 <[e칼럼] 알프트 얼음 속에 잠든 미라의 저주-하>로 점잖다. 이는 칼럼니스트 김형근씨가 연재하는 ‘DNA로 풀어보는 고대 미스터리’ 시리즈 가운데 하나.

1991년 발견된 5300여년전 냉동인간 ‘외치’에 관한 기사로, 그가 발견 당시 생식기가 없었던 것에 대해 김씨는 “외치의 성기를 둘러싸고 얄팍한 상술을 노리는 잡지들 가운데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이야기가 있다. 외치가 다른 사람과 간통하다가 그 남편에게 현장을 들켜서 성기를 잘렸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천신만고 끝에 현장에서 도망쳐 알프스로 와서 살다가 결국 얼어 죽었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김씨는 “1993년에 발표된 최종 검시결과를 보면 외치의 성기는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음경과 고환이 남아 있었지만 추위와 얼음으로 인해 지나치게 건조했기 때문에 오그라들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조인스닷컴은 ‘얄팍한 상술을 노리는 잡지’가 제기했다는 신빙성없는 내용을 제목으로 뽑으며 독자들의 말초적 호기심에 호소(?)한 것이다. 아니, 자칭 ‘대한민국 대표신문’이 얄팍한 상술의 잡지와 동급처럼 왜 이러실까?

<낙태 위험해 낳아 죽여>라는 섬뜩한 기사제목도 눈에 띈다. 이 기사의 실제 제목 역시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12) 세살때 버릇 여든까지①>로 점잖기 그지 없다. 그렇다면, ‘아이를 죽였다’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제목은 어디서 발췌된 것일까?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은 ‘한국에서 3살의 의미’에 대해 논하며 “에도시대 때의 일본 어머니들은 가정형편이 곤궁하면 낳은 아이를 죽이는 풍습이 있었다. 그것을 아이를 신에게 되돌려 준다는 뜻으로 ‘고가에시(子返し)’라고 불렀고 푸성귀를 솎아낸다는 뜻으로 ‘마비키(間引き)’라고도 했다. 위험한 낙태보다는 낳아서 죽이는 편이 안전하다 하여 고가에시를 하는 비정한 어머니들도 있었다”고 일본의 사례를 언급했다. 기사의 중심 맥락이라고는 할 수 없다. 조인스닷컴 편집자는 기사중 가장 선정적인 부분을 제목으로 뽑은 셈이다.

▲ 21일 네이버 뉴스박스에 실린 문화닷컴 기사들
문화일보의 인터넷 사이트인 문화닷컴 뉴스박스에는 “일단 아파트를 사면 신부를 구해드립니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기사 내용을 보니 베이징의 부동산개발회사가 아파트 판촉을 위해 신부 소개를 경품으로 내걸었단다. 이에 대해 베이징 업계에서는 ‘갈 때까지 다 갔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외국에서 일어난 신기한 일들을 소개하는 <세상만사-나라밖>이란 코너에 실린 내용이다. 누가 봐도 뉴스가치가 크지 않건만 이 기사는 문화닷컴이 편집한 10여개 안팎의 뉴스에 당당히 포함됐다.

뉴스가치 적어도 독자들이 ‘클릭’만 한다면, 무엇이든 보도?

뉴스가치가 적지만 선정적인 기사를 실었다는 점에서 조선닷컴도 다를 바 없다. 조선닷컴은 <포르노업계, 수잔 보일에 은밀한…> 제하의 기사에서 영국 TV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연해 스타로 떠오른 수잔 보일이 한 성인영화 제작사로부터 실제로 성관계를 맺는 포르노에 출연하면 100만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21일 네이버 뉴스박스에 실렸던 조선닷컴 기사들
뉴스캐스트로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들은 과거에 비해 트래픽이 껑충 뛰었단다. 하지만 이처럼 언론사 온라인닷컴 편집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뉴스가치가 낮아도 독자들의 눈을 끌기 쉬운 선정적인 뉴스와 제목을 뽑으며 나쁜 의미의 경쟁을 오늘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쪽은 시간이 지나면 언론사들이 자정능력을 갖게될 것이라는 입장. 선정적 편집을 하는 언론사는 장기적으로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포털 선정성 지적하던 언론들, 한술 더 뜬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났음에도 언론사들의 ‘선정성 경쟁’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뉴스편집권을 되돌려받기 전, 포털사이트가 선정적 편집을 한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던 언론들이 정작 뉴스캐스트 이후 포털보다 한 수 위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언론들이 자정능력을 가질 때는 과연 언제일까? ‘선정성’이 인터넷 공간에서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풍토에서 ‘선정성 경쟁’이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구조적인 문제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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