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사람들은 모두 바쁘다. '원래' 바쁜 국정감사 기간에다가 '특별히' 바쁜 대통령 선거가 겹쳤기 때문이다. 걸어다니는 사람이 없어보인다. 모두 뛴다. 1일 KBS <다큐멘터리 3일>은 '대한민국 정치 1번지, 국회'편에서 국정감사의 첫 3일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먼저 국회의원들이 바쁘다. 17일 밤 여당 국감상황실은 국감상황을 점검하느라 밤늦게까지 의원들이 모여있다. 떡뽁이로 저녁식사를 대신하며 회의에 열중한다. 최재성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집에 들어간지 오래되어 집을 못찾아 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풍경들이 국감현장에서도 나타나면 좋으련만 그게 아니다. 정부부처들의 실정이 드러나고 정책들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데 요즘은 그럴 시간이 없다. 국감현장은 대선을 앞두고 각 당 대선후보들의 검증장으로 변질됐다. 첫날에는 정무위원회가 몸싸움까지 벌이는 바람에 파행으로 출발했다.

바쁜 사람들은 따로 있다. 먼저 피감기관들이다. 통일부 관계자들은 6시간 30분동안 쏟아지는 질문을 받고 사색이 됐다가, 국감이 끝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현장에서도 미쳐 준비하지 못한 자료가 있으면 부랴부랴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낸다. 청소년위원회는 몇달전부터 국감에 대비했지만 고생한 보람이 없었다. 의원들끼리의 논쟁이 길어지는 바람에 오전 내내 앉아있기만 했다.

보좌관들도 바쁘다. 곽용 보좌관은 집에 들어간지 5일이 넘었다. 의원님의 국정감사를 서포터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유경선 보좌관은 출산예정일을 일주일 앞두고 있지만 밤늦게까지 국감자료를 준비중이다. 정무위원회 소속 이봉건 보좌관이 가장 억울해보인다. 오랫동안 대비를 했는게 국회 파행으로 질의자료를 하나도 쓰지 못했다. 그는 "씁쓸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본인이 저렇게 열심히 준비를 했다면 아까워서라도 국감에서 싸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의정기록을 하는 사람들도 바쁘다. 1차로 속기사가 기록을 하면, 2차로 다른 속기사가 녹음내용을 들으면서 모든 용어들을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긴다. 국감현장의 일거수 일투족이 그들의 손에 의해 남겨진다.

국회경비대도 바쁘다. 시기가 시기이니 만큼 검문검색이 강화된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위험물질이나 시위용품을 가진 사람들이 정문을 통과하지 않는지를 일일이 확인한다.

전경들도 바쁘다. 여의도 곳곳에서 시위가 열리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에 맞춰 국회에 목소리를 전달하기를 원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국회 앞으로 몰렸다.

국정감사를 감시하고 우수 의원을 뽑는 모니터단들도 바쁘다. 법률소비자연맹 윤소라 씨는 언론에 일침을 놓았다.

"언론에는 다 파행하는 것처럼 나오더라고요. 그것도 굉장히 잘못하는거죠.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해야 되는데, 물론 대선 공약이랑 관련된 내용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파행된 데는 정무위 밖에 없는데, 다 파행된 것처럼 하면 국민들이 봤을 때 쟤네 만날 싸우는구나. 그래서 관심을 안 갖게 되는데요. 그런 것을 관심을 갖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요"

이밖에도 <다큐멘터리 3일>은 국감현장의 풍경을 담고, 국회를 견학온 어르신들, '초코**'과 '화이트**'중 어느 것이 더 맛있나라는 주제를 놓고 모의 국회를 여는 초등학생들을 만났다. 3일동안 만난 여의도 사람들에게 국회나 정치의 정의에 관해서 들어보기도 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첫날 이런말을 했다. "정치라는 게 결국 조정과 타협입니다. 한쪽 주장이 일방적으로 옳을 수도 없고, 논리상으로는 옳지만 그게 또 정치적으로 옳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국회가 원래 그렇습니다."

서경석이 나와 한마디 해야 할듯하다. "아니, 그렇게 심한말을?" 그것이 국회의 속성이면 국민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란 말인가? 이 프로그램은 3일 토요일 오후 3시 20분 KBS1에서 재방송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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