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가 최근 한 연예매체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토로했던 것처럼, tvN <삼시세끼 고창편>(이하 <삼시세끼>)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비슷하면서도 단조롭다. 유해진이 이번 시즌부터 새롭게 합류한 남주혁과 밭일을 나가는 사이,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차승원은 손호준과 함께 식사 준비를 하고, 바깥일을 나간 이들이 돌아오면 함께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가끔 요리부 설비부로 나눠 탁구 게임을 하기도 하지만, 나PD의 대표작 <1박2일>처럼 거창한 내기는 아니며 소소한 에피소드로 마무리된다.

출연진 간의 극적인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일하고-먹고-자고' 패턴을 보여주는 <삼시세끼>는 자극적이고 빠른 리듬의 방송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자칫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늘 똑같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으면서도, 날마다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tvN <삼시세끼 고창편>

<삼시세끼> 고창편의 새 식구인 오리들은 쑥쑥 커나가고 있으며, 바지런한 차승원은 매 끼니 새로운 음식을 뚝딱 만들어낸다. 이전 편에선 차승원의 요리만 보인다는 지적도 있긴 했지만, 원활한 살림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는 설비부 유해진의 존재감은 매회 빛난다. 이들을 도와 보조로 활약하는 손호준, 남주혁의 에피소드도 곁들어져 풍성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삼시세끼>가 원칙적으로 추구하는 음식들처럼 자극적인 MSG가 가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매 회 피도 눈물도 없는 '복불복'을 강행했던 <1박2일> 나영석 PD의 CJ E&M 이적 이후의 선택은 착한 예능이었다. 평균 70세 노배우들을 상대로 복불복을 벌인다는 것도 무리수였겠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안겨줬던 <1박2일>과 달리 훈훈함으로 가득했던 tvN <꽃보다 할배>는 독한 '복불복'이 없어도 재미있는 '나영석 월드'의 시작이었다.

tvN <삼시세끼 고창편>

이후 연령대를 낮추어 진행된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서는 '복불복' 카드를 꺼내들 법도 하지만, 대신 나PD는 게임보다 출연진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와 같은 연출방식은 <삼시세끼>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재미를 가미하기 위해 '악당(?)' 나영석 PD가 종종 개입하기도 하지만, <삼시세끼 고창편>에서는 이마저도 최소화시켰다. 이미 어촌편을 두 번이나 경험한 차승원, 유해진이 알아서 잘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들이 고창의 고즈넉한 집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자 한다.

<삼시세끼>는 예능적 미션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나영석 PD의 개입으로 펼쳐지는 인위적인 설정 대신 농촌 생활에 서서히 적응하는 출연진들의 일과가 자연스럽게 채워진다. 물론 논픽션의 영역에 있는 다큐멘터리도, 적극적인 개입은 아니지만 자신의 목표대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 그리고 카메라를 의식하는 출연진의 행동으로 인해 완전히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tvN <삼시세끼 고창편>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스펙타클한 풍경대신 매회 똑같은 일과가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을 택한 <삼시세끼>는, 진짜 고된 하루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온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평범한 일상도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로 바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삼시세끼>는 익숙함에서 길어 올린 판타지이자, 매일 반복적으로 펼쳐지는 하루도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다는 '발견'을 선사한다.

각박한 도시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택한 것, 차승원‧유해진처럼 사람 좋고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이 함께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활력소일 것이다. 하지만 익숙함에서 오는 따뜻한 편안함, 이것이야말로 <삼시세끼>가 가진 큰 힘이 아닐까.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남주혁 이 네 남자들이 만들어가는 고창에서의 하루하루가 매주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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