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대박이 오빠라 불러다오! <슈퍼맨이 돌아왔다> (7월 31일 방송)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동안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거쳐 간 혹은 현재 출연중인 아이들의 유형은 대개 두 가지였다. 귀엽거나 잘 먹거나. 추성훈의 딸 사랑이가 ‘먹방’의 원조였고, 애교 많은 민국이가 귀여운 아기의 대표적인 유형이었다.

그런데 이동국의 막내 대박이가 그 틀을 뒤집었다. 어른 같은 아이. 그렇다고 영재는 아니다. 지식이 많다기보다는 눈치가 빠르고 상황 판단력이 빠른 편이다. 20개월, 아직 두 돌도 되지 않은 대박이 속에는 애늙은이 한 명이 살고 있는 것 같다.

과거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은 한 인터뷰를 통해 대박이가 엄마도 놀랄 정도로 너무 순해서 놀랐다고 밝힌 바 있다. 아빠 이동국도 한의사에게 “이렇게 안 우는 아기도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러나 대박이의 진짜 매력은 순한 것이 아니라 영리한 데서 나온다.

5월 방송된 <슈퍼맨에 돌아왔다>에서 대박이의 영특한 두뇌는 입증됐다. 대박이는 에어캡으로 포장한 바나나를 네 개의 상자에 담아 스스로 바나나를 꺼내먹을 수 있는지 관찰하는 실험에 임했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겹겹이 겹쳐진 상자를 꺼내느라 고군분투했을 텐데, 대박이는 아예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상자들을 모두 뒤집었고 단번에 바나나가 나왔다.

지난 7월 31일 방송분에서는 작아진 아빠에 대처하는 자세를 봤다. 삼남매 앞에 이동국 피규어가 나타났다. 수아는 이동국 피규어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고, 설아 역시 “울지마”라는 아빠의 음성에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샘이 폭발했다. 엉엉 우는 두 누나들 사이에서 대박이는 놀라울 정도로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리고는 유심히 상황을 분석하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평소 아빠와는 다른 옷차림의 피규어, 실내인데 신발을 신고 있는 이상한 피규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테이블 밑에서 아빠 목소리가 들리는 스피커를 발견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이동국도, 시청자도 모두 놀란 순간이었다.

수많은 육아 예능이 쏟아져 나왔지만, 매회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애어른’은 처음이다. 왠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기획 의도까지 간파하고, 예능국장과 일대일 면담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이쯤 되면 ‘대박 오빠’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이 주의 Worst: <짝>보다 못한 방송 <솔로워즈> (8월 5일 방송)

JTBC 예능프로그램 <솔로워즈>

최근 JTBC가 나쁜 습관이 생겼다. 화제가 되는 콘텐츠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 방송을 만들고 보는 것. <잘 먹는 소녀들>이 그랬다. ‘먹방’이 유행이라고 하니 걸그룹 멤버들에게 무조건 많이 먹였다. 그러다가 1회 만에 프로그램 콘셉트와 방향을 전면 수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JTBC <솔로워즈>는 더 심하다. ‘먹방’은 그나마 최근 트렌드라고 변명할 수야 있지만, 대규모 솔로 미팅은 언제적 콘텐츠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솔로대첩’은 실제 오프라인에서도 크게 성공하지 못한 채 논란만 됐는데, 그것을 표방한 프로그램이라니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녀 100명이 출연했고, 첫 라운드에서 40명이 탈락했다. 60명으로 확 줄어들긴 했지만, 제한된 방송 시간 안에서 그들의 매력이나 관계를 모두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예쁜 여자, 잘생긴 남자를 집중 조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나 <솔로워즈>는 ‘커플’보다 ‘생존’이 더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이 남자가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내가 먼저 살아남기 위해서 특정 출연자를 선택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심지어 어떤 출연자들은 “커플이 되든 안 되든 여기서는 살아남는 게 중요하니까 선택할 일이 있으면 적극 지원해주겠다”며 동맹 아닌 동맹을 맺었다.

다른 출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마음에 들어요?”가 아니라 “끝까지 갈 거예요?”라는 질문을 더 먼저 던졌다. “선택”이라는 표현보다 “배신”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했다. 서로의 매력을 탐색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자신을 선택해 줄 의리남과 의리녀를 찾는 데에 급급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이것을 ‘커플매칭’ 프로그램으로 봐야하는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봐야하는가. 대체 <솔로워즈>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4회가 방송된 지금까지도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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