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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통치, 타산지석 삼아야우병우 의혹 ‧ 박원순 청년수당 ‧ 사드, 모두 기만으로 일관
김민하 기자 | 승인 2016.08.08 07:39

박근혜 대통령이 나름의 ‘정면돌파’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임기 말 레임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면돌파도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이 박근혜 정권 특유의 ‘기만적 통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은 앞으로의 전망을 오히려 어둡게 만들고 있어 우려된다.

5일 각 언론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의혹을 최초 유포한 사람이 입건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수사는 증권가 정보지에 자신이 유포자로 적시돼있다는 사실에 분개한 청와대 정무수석실 치안비서관이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의혹 제보가 청와대 내부로부터 나왔다는 소문이 그간 우리에게 충격을 줬던 게 사실이다. 경찰은 결국 대기업 홍보실 직원을 최초 유포자로 지목하고 이 사람이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정리한 게 의혹의 시작이었다는 결론을 내려 상황을 정리할 태세다.

이는 2014년 말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수사기관은 공직기강비서실이 올린 문건을 시중에 떠도는 정보를 모은 것으로 결론내리고, 이 ‘소문’들의 출처 역시 말 부풀리기 좋아하는 몇 명의 전직 관료들의 입으로 지목해 사건을 깔끔히(?) 해결하였다.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의혹도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정리되고 있는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이런 식으로 처리한 게 우병우 민정수석 본인이라는 분석이 그간 언론에서 정설처럼 제기됐단 걸 보면 아이러니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세종청사 간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도 자리에 배석해 앉아 있다. (연합뉴스)

수사가 완전히 끝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사람들이 쉽게 상상하는 그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우병우 민정수석은 최소한의 명예회복을 할 가능성이 크다. 비록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지만 대통령에게 큰 짐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므로 우병우 수석 스스로 정무적 판단 하에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 시점은 아마 예고되고 있는 개각 이후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병우 민정수석에 제기된 의혹이 이것 하나 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식으로 사건을 무마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검찰과 공직사회가 온갖 부정부패와 공생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정권이 이를 바로잡기보다는 어떻게든 정치적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통치방식은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게 할 거라는 점에서 ‘기만적’이라는 평가를 피해갈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의 기만적 특징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 문제에 대한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쟁점은 서울시의 정책을 지자체의 권한을 넘어선 걸로 볼 수 있는 것인지로 좁혀지고 있으나, 사실 문제의 핵심은 국가가 어떤 복지제도를 어떻게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느냐로 보아야 한다.

보수언론들은 박원순 시장이 다소 무리해서 이 정책을 추진한 것을 두고 포퓰리즘이니 금권선거니 하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한다는 거다. 이는 결국 박원순 시장도 정치인의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아주 틀린 분석은 아니다. 박원순 시장 스스로도 청년수당을 자신이 꿈꾸는 복지의 한 전형으로 말하면서 이를 중앙정부가 가로막고 못하게 하니 서울시장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수당이든 청년배당이든 아니면 기본소득이든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복지 정책의 사회적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건 꼭 그런 형태의 정책이 좋아서 라기 보다는 다른 형태의 복지 정책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가장 직접적인 지원의 형태에 해당하는 정책에 대한 선호가 증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한 복지제도를 충실히 도입하였다면 박원순 시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 같은 사람들이 이런 형태의 정책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치인은 대중의 요구를 자신의 이념적 지향과 결합해 정책으로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나 여러 우려가 함께 제기되는 건 바람직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의 대응은 그게 지자체의 권한이 아니라는 점에만 집중되고 있다. 결국 이 역시 일종의 ‘기만술’이다. 물론 지자체가 모든 복지정책을 알아서 집행하는 구조는 불합리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자체가 자체 수입 구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부유한 지역의 거주민이 보다 많은 복지정책의 수혜자가 되는, 즉 지자체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개편안에 반발한 것은 박근혜 정권이 바로 이 논리를 들어 청년배당이라는 정책을 무력화 시키자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청와대-세종청사 간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즉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이 모든 게 어떤 권한의 문제 또는 지방재정의 균등분배 원칙의 문제라면 정권이 약속한 복지정책을 중앙정부가 책임지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누리과정예산에 대한 논란은 박근혜 정권이 사실은 복지제도를 책임질 마음이 없는, ‘말로만 복지’라는 형태의 태도를 취해왔다는 점을 재차 확인시켰다. 복지를 책임질 마음이 없으면서 말로만 복지를 얘기한 이유는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서였을 거다. 이미 자신들이 그런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면서 박원순 시장에게 포퓰리즘이니 선심성 정책이니 등의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것은 기만적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주군 내의 다른 지역에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기만적 통치술’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전해 듣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이 발언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조율된 것이라기보다는 성주군을 지역구로 하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과의 설전(?)에서 돌발적으로 나온 것에 가깝다고 한다. 국방부가 대통령의 이 발언 이후 다소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이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의도가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성주군민들 간의 분열을 부추기는 상황으로 이어지리란 것은 너무나도 뻔한 결말이다. 언론이 전하는 성주군민들의 주장을 보면 벌써 ‘이 산은 안 되고, 저 산도 안 되고’하는 수준의 얘기들이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의 발언은 대정부투쟁을 하지 말고 성주군민들끼리 싸우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즉, 이것 역시 일종의 ‘기만술’인 셈이다.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가 한반도 사드 배치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내놓은 것은 그래서 현명한 판단이다.

대통령이 이런 식의 기만술만을 반복하는 이유는 통치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철학이 없기 때문일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비전과 철학이 없으니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공학’만이 난무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없는 것을 갖춰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으니, 차기 대권주자 중에 통치의 비전과 철학이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게 옳다. 다들 비슷한 마음일 거다. 차기 대권주자로 불리는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연속된 ‘기만적 통치’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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