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10일, 서울 여의도에는 봄꽃이 한창이다. 사람들은 봄꽃 구경을 위해 각기 짝을 지어 들뜬 표정으로 여의도를 거닐지만, 제작거부와 연차투쟁을 하고 있는 MBC 구성원들의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다. 1년 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다룬 <PD수첩> 방송 이후 크고도 작은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PD수첩> 제작진에게도 마음의 봄은 오지 않았다.

‘공영방송’인 MBC에 대해 안팎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해 광우병 보도로 시작된 <PD수첩> 사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고, 체포 대상이 된 제작진들은 MBC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세력들은 연일 MBC 때리기에 나서고 있으며, MBC는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와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인 김미화씨 교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연인지 모르나 이들 모두 보수 세력으로부터 ‘좌파’라고 수없이 공격을 받고 있는 대상이다.

지난 9일 오후 6시 MBC 10층 시사교양국에서 만난 송일준PD는 현재의 MBC를 “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변화되는 방송 환경 흐름에 MBC가 빨리 대처하기도 모자랄 판인데 정치적 압력까지 가세해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의 어두운 구석과 어두운 곳을 비춰 조명하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인이 되고 싶었다는 그는 <PD수첩>을 “청춘을 보낸 프로그램으로, 제일 잘 맞았던 프로그램”이라고 회고했다.

다음은 송일준 PD와의 일문일답이다.

▲ 송일준 PD가 'PD수첩'을 진행할 당시, 홈페이지 캡처.

검찰의 체포대상이 되었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회사에서 계속 생활하고 있다. 열사흘 밤을 (회사에서) 지냈나? (수목금토일 하고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세어보더니, 기자에게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고 묻는다.) 지지난주 수요일부터면 얼마만큼인가? (‘2주쯤 된 거 아니냐’고 기자가 말하자) 오, 그렇게 벌써 2주정도 됐네. 가문의 영광이지 뭐.

회사에서 지내는 게 불편하지는 않나?

다 불편하다. 먹는 것도 구내식당에서 먹거나 시켜먹고, 자는 것도 숙직실에서 자고. 친구가 전기담요를 줬는데 깔고 자니까 괜찮더라. 안 그러면 너무 춥다. 동료들이 먹을 것을 많이 가져온다. 유자차도 갖다 주고, 과자도 갖다 주고, 과일도 갖다 주고, 위문 방문도 온다.

지난 8일 MBC 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가 있었다. 당시에 어디에 있었나?

집은 지난주 압수수색을 당했다. 압수수색 시도 현장(1층)으로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보지는 못했고, 내 자리에서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검찰이 공권력을 가장한 폭력을 동원해서 일터를 밀고 들어와 사무실까지 유린하는 상황이 되면, 그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지킬 게 없지 않나 싶었다. ‘더 이상의 언론 자유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붙들려 가는 것은 별거 아니다. 자리에 앉아서 일하자. (붙들려고 오면) 붙들려 가자’했는데 돌아갔다. 여론전을 겨냥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와서 ‘생쇼’ 비슷하게 하고 간 것 같다. 아니면 (압수수색 시도를) 1차, 2차한 뒤 본격적으로 경찰력까지 동원해서 물리적으로 밀고 들어오겠다는 심산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상황이 되면 더 이상 피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되면 국내외에 한국 언론자유의 현황과 공권력의 야만성이 충분히 알려지게 될 테니까. 이러한 심정으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지난해 광우병 편을 방송할 때 이러한 사태가 오리라고 생각했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PD수첩>이 선동 방송을 해 100만 촛불이 모였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공부해야 한다. 미디어가 주는 메시지가 그렇게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가? 과거 미국에서 “화성인이 침입했다”는 라디오 방송 때문에 뉴욕 시민들이 전부 피난 간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 (1938년 CBS 라디오가 방송한 SF 프로그램을 시민들이 실제 상황으로 오인해 벌어진 해프닝.)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많은 정보 채널이 있고, 그런 시대가 아니다. 사회와 정책을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했는데 선동했다고 하는 것은 순진하게 보면 단순무지이고, 나쁘게 보면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 그리고 MBC

▲ 송일준 PD ⓒ송선영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과거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말해 달라.

MBC는 상업방송으로 출발했다. 과거 80년대 초반, 인위적으로 방송 구조가 개편되면서 공영방송이 된 것이다. 나는 84년에 입사했는데 MBC가 공영방송으로 된 이후 입사했다. 공영방송으로서 어떤 방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고, 이에 맞는 자세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이렇게 30년 정도 됐다. (송 PD, ‘벌써 그렇게 됐네. 아이고’라며 웃는다.)
과거 80년대 전두환 정권, 노태우 정권 때부터 해오던 관행을 조금씩 벗고 민주화운동과 함께 권력 품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독립적, 자율적로 발전해왔다. 그러면서 이러한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현재 ‘MBC가 위기에 처해 있다’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MBC가 위기라고 보는가?

위기다. 가장 큰 것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외부 변수가 있다. MBC는 정치 권력의 압력이라는 큰 외부 변수가 있는데 ‘MBC가 어느 쪽으로 편향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정치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아 광고가 떨어져 나가는 등 MBC의 물적 토대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적으로 프로그램 시청률이 잘 나오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많아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조금 여의치가 않다.
일선 PD들과 회사의 존립 자체를 책임지고 있는 경영진들은 ‘어떻게 위기 상태에서 MBC를 구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선 생존해 갈 것인가’ 하는 점을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라는 점은 사원들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생기는 내부 갈등과 대립이 MBC의 기반을 흔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내부 갈등’이라는 건 지난해 <PD수첩>에 대한 사과방송 같은 것을 뜻하는가?

<PD수첩>에 관여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라고 하는 것이 난센스다. 최소한, 방송과 언론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문제 있는 심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현업에 있는 사람들은 (심의 결정에) 동의하기 힘들었다. (사과 방송을 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길이라고 판단했겠지만, 경영진과 현업 PD를 포함한 제작부서와의 ‘갭’이 있었다.

그렇다면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역시 급변하는 방송 환경이다. 앞서 말한 정치적인 변화, 정권, 권력의 압박,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도 모두 위기의 실체이고. 방송 환경 자체가 급변하고 있다. 다채널 시대가 더욱 가속화되어서 IPTV를 비롯해, 이른바 지상파 TV가 누리던 과점적, 독점적 지위가 허물어져가고 있다. 지상파 소유권뿐만 아니라 새로운 보도채널의 신설, 허가 등 방송 환경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MBC가 이러한 흐름에 빨리 대처해야 하는데, 순수하게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 대처하기에도 모자랄 판에 정치적 압력까지 가세하니까. 경제위기야 세계 어느 나라나 똑같이 겪고 있는 것 아닌가. 프로그램도 보면, MBC 프로그램이 영원히 1등 할 수는 없지 않나. (바꿔 말하면) 구성원들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1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다시피 <PD수첩>에 대한 검찰의 수사, MBC에 대한 권력과 우리나라의 기득권들, 주로 MBC를 못마땅해 하는 세력들의 공격은 파상적이다. 이러한 것들까지 대처하면서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까 너무 너무 힘든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선 뒤 <PD수첩>이 정권의 영향을 받은 적은 있었나?

작년 3월부터는 현업PD, 책임PD도 아닌 부국장으로서 진행을 맡았기에 조금 느낌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권력의 압력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신경은 쓰이겠지만 프로그램 방향과 내용을 바꾸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1990년 5월 처음 시작된 <PD수첩>은 그동안 쌓아왔던 싸움과 경험의 역사가 있다.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PD수첩>이 만들어지던 초기이자 민주화 초기 단계에서는 외압과, 외압을 수용한 경영진의 압력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줄어들었고 사라졌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말이다. <PD수첩>이 권력을 감시하고, 정책을 비판했던 것은 정권과 관계없이 똑같은 자세로 유지되었고, 그렇게 일하는 환경이 자연스러워졌는데 갑자기 우리가 해왔던 당연한 방식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되었다.
지난해 광우병 편 방송 이후 <PD수첩>에 대한 엄청난 전방위적 공격이 시작되었고, 이에 PD들이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취재해야 하는데 무서워서 프로그램을 하지 말아야 하겠다’ 하는 것은 없을 테고, <PD수첩>이 그렇게 해오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올해, 그리고 내년, 방송 환경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눈치 보는 방송을 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PD수첩> 자체가 존속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고, MBC 자체가 공영방송사로서 위상을 지키기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전 정권들에 비해 이명박 정권은 왜 유독 <PD수첩>을 문제 삼고 있는 걸까?

상대적인 게 있을 수 있겠다. (역설적으로 현 정권은) <PD수첩>이 문제 의식을 갖고 다뤄볼 만한 소재가 많은 정권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오는 6월 언론관련법 정국과 8월 방송문화진흥회 교체를 앞두고 ‘정권이 MBC를 노리고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우려가 있다. 이런 시각에 동의하는가?

▲ PD수첩을 진행하고 있는 송일준 PD.
대략 그런 진단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리적으로 <PD수첩>에 대해 검찰이 수사, 기소해 재판에 가는 것은 (검찰 쪽에) 승산이 없다. 이는 다수의 여론이기도 하고 전문가,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PD수첩>이 정말 왜곡한 것처럼, 보수매체를 동원해 여론몰이를 하고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은 <PD수첩>뿐만 아니라 MBC에 영향을 줘 지금 계획하고 있는 방송보도 개편을 통해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려는 게 아닐까. 그 다음 목표는 모르겠지만, 실현하고자 하는 큰 계획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보는 견해가 틀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무리하게 강행되고 있기에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권뿐만 아니라 지난 황우석 파문 때에도 청와대는 (PD수첩에) 압력을 가했다. 이는 <PD수첩>이 권력이 달가워하지 않는 보도를 하려 하기 때문이다. <PD수첩>은 정권에 굴하지 않고, 방송인의 양식과 양심에 입각해서 취재하고, 이를 통해서 ‘우리가 보도하려는 게 옳다’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이런 부분이 한국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다. 그렇기에 이후에도 정권은 <PD수첩>을 싫어할 것이다. 그렇지만 ‘방송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수용하는 것이 민주주의가 성숙한 사회인데 <PD수첩>이 이명박 정부 정책과 관련한 보도를 했다고 해서 싫어한다고 하면… 그렇다고 대통령이 (PD수첩을) 싫어할까 싶다. 그 정도로 속이 좁을 것 같지는 않다.

조중동은 왜 <PD수첩> 비난에 혈안이 되어 있을까?

조중동이 <PD수첩>에 대한 허위 사실, 말도 안 되는 거짓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집중 공격을 하고 있다. 권력의 하수인인 검찰과 이러한 보도를 일삼는 신문사(조중동)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PD수첩>이라는 일개 프로그램을 이렇게 집요하게 때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달리 생각해보면 그들의 계획, 로드맵에 <PD수첩>이 하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기에 난도질을 통해 노리는 게 있는 게 아닐까. 조중동의 <PD수첩> 관련 기사들을 보면 작년 기사의 재탕이고, 수사팀이 바뀐 검찰도 새로운 정보가 있는 것처럼 (이미 나왔던 내용을) 계속 언론에 흘리고 있다. 금방 반박할 수 있는 한심한 것들이 많다. 받아서 막 쓰는 것은 알면서도 쓰고, 모르면서도 쓰고, 의도적으로 쓰고, 그럴 것이다.

잇단 언론인 구속과 체포, <PD수첩> 압수수색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황당하다. YTN 노조위원장 구속을 비롯해서. 검찰 수사관이 집으로 와서 몇시간을 압수수색했다. 프로그램 진행자의 집에 와서 말이다. 우리 집사람이 한 마디로 짧게 정리하더라. “상황이 너무 유치해서 전혀 현실 같지가 않다. 그래서 전혀 걱정이 안 된다”고. 바로 그거다. 너무 유치하다.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와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인 김미화씨 교체 등 개편을 앞두고 내부 반발이 거세다.

어려운 거다. 회사가 생존함에 있어 ‘MBC의 생존 기반인 공영성을 도외시한다면,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으며 생존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져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깊은 고민이 덜한 것 같다. 내가 경영진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들(구성원들)이 볼 때 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젊은 사원들이 나서서 집단 행동을 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대개 할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려했던 자율성이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일선 기자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지금 위에서 설명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납득이 안 되기에 조치를 철회하라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집단 행동까지 해’ 이런 생각은 별로 안 든다.

과거 MBC의 투쟁을 비롯해 최근 언론노조 총파업, 그리고 현재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와 라디오본부 PD들의 연차투쟁까지…, 지켜보는 심정이 어떤가?

이러한 것들이 80, 90년대 다 끝나고, ‘이제는 정말 자유롭게 하고 싶은 방송만 한다’ ‘권력을 비판, 감시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참신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가 버린 느낌이다. 그동안 우리가 ‘자유로운 환경에서 마음껏 하고 싶은 방송을 정말 할 수 있게 됐다’고 느꼈던 것이 착각이었고, ‘세상이 다시 거꾸로 돌아갈 수도 있구나’ 싶다. 서양의 선진국가들이 몇백년에 걸쳐 성취한 민주주의를 우리가 너무 단기간에 압축 성장하듯 이뤘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 있는데 완연한 봄이 왔다고 착각한 것 같기도 하다.

청춘을 바친 프로그램, <PD수첩>

<PD수첩>에 대한 마음이 각별할 것 같다.

당연히 각별하다. 청춘을 보낸 프로그램이다. 청춘을 보내서 중년이 되었다. <PD수첩>이 공영방송으로서 MBC의 역할에 엄청난 역할을 해왔다고 보고 있다.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부분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MBC의 공영성을 거세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처음 PD가 되었을 때, 되기 전에 어떠한 언론인이 되고 싶다고 꿈꾸었나? 그 마음 지금도 유효한가?

솔직하게 어떻게 하다보니까 PD가 됐다. 사실 기자가 되고 싶었다.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했지만 <PD수첩>에 오래 몸담아 왔기 때문에 기자가 되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온 셈이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학생 시절에, 기자가 되기 위한 책을 보면서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비춰 조명하고, 힘없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다같이 잘사는 그런 사회가 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PD수첩> 취지와 어울리는 것 아닌가?

맞다.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제일 맞았던 프로그램이다. 사실 나나 조능희 PD나 누구를 선동할 만한 사람이 아니고 평범하고 소박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PD수첩>이 지난 90년 5월에 생겼고, 나는 90년 10월쯤에 왔다. 중간중간에 일본 연수 1년, 특파원 3년, 외주 제작센터장 1년, 국제협력팀장 2년, 다큐멘터리 2편 정도를 만들기 위한 4~5개월을 제외하고는 <PD수첩>의 PD이거나 진행자이거나 진행자겸 책임 PD였다.

회사에서 머물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것 같은가?

멀리 보면, 바른 쪽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크게 스트레스 안 받으려 한다. 양심에 비추어서 의도적으로 누구를 해하려고 했거나,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나라를 혼란스럽게 해 이득을 보겠다고 한 게 없기에 떳떳하다. 너무 상황이 어처구니 없으면 별로 스트레스도 안 받는다. 사실 그러면서도 받겠지만(하하), 우리는 저항만 할 뿐이다.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사람은 밖에 따로 있기 때문에 우리가 결정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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