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인 진상규명 방해

돌이켜보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 지원, 안전사회를 위한 대안 마련 등 어느 것 하나 박근혜 정부의 방해에 부딪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구조 실패로 공공의 적이 된 해경은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안전경비본부로 확대되었고 지휘자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승진했다. 침몰의 구조적 원인으로 제기된 규제완화 문제는 ‘안전산업 육성책’으로 안전을 민간시장에 맡기는 식으로 변질되었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두 선생님의 순직 인정이 아직도 안 되고 있으며, 헌신적으로 수색작업을 했던 민간잠수사들은 별 지원도 받지 못한 채 3명이 세상을 떠났다.

대통령은 초기에 “진상규명에 유족들이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특별법 제정, 시행령 제정 시기에 유가족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특조위 조사 기간 보장에도 “세금이 든다”며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했다. 작년 11월 23일 특조위 전원회의에선 ‘청와대 등의 참사 관련 업무 적정성 등에 관한 건’을 통과시키려 하자 여당추천 위원들이 퇴장했고, 얼마 후 집단적으로 특조위를 사퇴해버렸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특조위 농성장 옆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특조위의 진상규명 활동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런데 이것이 해양수산부가 만든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이라는 문건을 통해 여당 추천 위원들에게 지시한 행동이었음이 드러났다. 해수부와 여당추천 위원들이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해 특조위의 진상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이다. 당시 해수부장관 내정자가 이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또, 세월호 특조위에 파견된 해수부 공무원이 보수단체 대표에게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고소를 사주했다는 제기도 이어졌다. 청와대 행정관은 어버이연합으로 하여금 세월호 반대 집회 등을 개최하게 했다. 심지어 2016년 예산은 특조위가 요구한 예산의 3분의 2가 삭감되었다. 더욱이 해경은 참사 당일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123정(해경 함정)의 CCTV 본체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족과 언론사에 세 차례나 없다고 거짓말을 하다 탄로가 났다.

특별조사위원회를 지키자

특별법상 특조위 시작 시점은 ‘구성을 마친 날’로 되어 있고, 이는 예산이 통과된 2015년 8월 4일로 보는 게 맞다. 그러나 정부는 법이 시행된 1월 1일로 보고 1년 6개월이 되는 지난 6월 30일자로 ‘위법적으로’ 특조위 조사 활동을 종료시켰다. 선체 조사도 못했는데 말이다.

특조위의 반발, 4.16 가족협의회의 농성 등이 잇따르자 정부는 조사는 끝내지만 나중에 선체조사는 특조위가 할 수 있게 하겠다며 물타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30퍼센트 정도 조사가 진행되었다고 특조위에서 밝혔는데 여기서 조사를 중단하고 나중에 선체 조사만 따로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인양도 계속 연기되어 해수부는 이제 9월 말까지 하겠다고 한다. 인양 후 선체 정리 작업에 3개월 걸리는 걸 고려하면 조사는 내년을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9월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특조위가 해산해야 하는데, 내년 초에 다시 모일 수도 없는 일이다. 인양 이후까지 조사기간을 보장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7~9월을 보고서 작성 기간이라 인력을 축소한다며 파견공무원 29명 중 12명을 철수시켰고, 보고서 작성 이외 조사활동 예산은 7월부터 한 푼도 주지 않고 있다. 이제 특조위는 출장비도 청문회 예산도 없고 복사용지나 프린터 토너를 살 돈도 없다. 임금도 무급인 상태다.

그러나 위원들과 민간조사관들은 강제 종료에 저항하며 조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8월 말에는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러한 결의는 정치권을 압박하여 조사기간 보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특조위를 응원하기 위해 민변의 단식농성, 단체들의 지지방문 등이 이어졌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진상규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특조위가 조사 활동을 지속하게 해야 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조사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속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조위는 세월호에 실린 철근 무게가 검찰 수사에서 나온 것보다 더 많으며 그 철근 중 상당 부분이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으로 향하던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처럼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것 자체가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의 필요성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세월호 인양 후 특조위가 선체조사를 해야 침몰의 직접적 원인도 규명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인양 후 6개월~1년’으로 조사기간이 보장되도록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고 싶기 때문에, 특조위든 선체인양 문제든 연내에 끝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운동, 특히 4.16가족협의회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끈질기게 싸울 계획이고, 진상규명 없이 정부가 세월호를 덮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연대를 굳게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구조 지휘라인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위해 특검요청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또한 안전에 대한 권리 운동도 다방면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고,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태나 구의역 사고 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재난을 일으킨 기업을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위험업무 외주·하청화 금지, 화학물질에 대한 시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한 실천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잊지 말고 행동하자”

우리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선사, 정부의 규제완화와 안전감독의 무력화, 재난대응의 실패 등으로 보고 이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바탕으로 ‘안전’에 대한 권리, 안전에 대한 운동을 발전시켜 가고자 지금까지 노력해 왔다. 이러한 활동은 세월호 참사의 성격이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차원에서 규명될 때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요컨대 지금부터 향후 몇 개월은 세월호 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특조위의 진로 및 진상규명의 향방, 선체인양과 이후 조사, 보존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끝까지 잊지 말고 행동하자’,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했던 다짐을 되새기며 힘차게 싸워 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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