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이브로 시대’, ‘이동하면서도 초고속인터넷을 즐긴다!’라며 ‘꿈이 이제 현실이 된다’는 등의 기사들이 지면을 장식할 때가 있었다. 와이브로라는 단어조차 생경했던 2006년 6월, KT와 SK텔레콤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와이브로는 주춤하던 IT업계의 희망이었다. 그런데….

▲ 4월 6일 동아일보 16면 기사
방송통신위원회가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와이브로 서비스 사업자인 KT와 SKT텔레콤은 지난해까지 각각 7303억원과 6205억원을 와이브로 사업에 투자했지만, 누적매출액 250억9천만 원((KT 249억 원, SK텔레콤 1억9000만 원)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가입자도 현재 16만7900명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동아일보, ‘허무한 3년’-한선교 “경제적 파급? 터무니없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와이브로’ 허무한 3년”이라고 표현했고, 같은 기사에서 한선교 의원은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 접속이 활성화돼 있고, 산이 많은 국내 지형에 비춰 볼 때 와이브로 추가 수요 창출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이 견해”라며 “국내 서비스 지역 확대보다 해외 인프라 구축으로 목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선교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와이브로 투자액은 총 1조3508억이지만 가입자는 고작 17만 명에 불과하다”며 “당초 투자 대비 경제적 파급 효과 전망이 터무니없었다”고 설명했다.

장밋빛 미래였던 ‘와이브로’. 동아일보에서도 언급하듯 2006년 당시 와이브로의 사업성은 실로 대단해 보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망대로라면 2008년 가입자 144만명, 매출 2900억원, 2011년까지 가입자 400만명, 매출액 7900억원으로 예상됐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발표한 ‘휴대인터넷 사업의 국민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휴대인터넷 산업은 2004년~2009년까지 6조3천억원의 수출실적을 포함해 생산유발 약 18조원에 7조5천억원의 부가가치를 올리며 약 27만명 규모의 신규 고용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했다.

▲ 2006년 3월 31일 동아일보 경제면 기사
이는 당시 동아일보의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일보는 2006년 3월 31일 창간특집에서 ‘와이브로-DMB… 꿈에서 현실로 ‘접속’’이라는 기사를 통해 와이브로를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로 규정하고 “단말기를 포함한 장비, 콘텐츠 등 관련 시장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며 높은 경제 유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09년까지 와이브로 사업의 생산유발 효과와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각각 13조원과 10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정부통신부가 예고했던 2009년이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동아 “방송규제 완화 땐 생산유발 최대 2조9000억”…한선교 “미디어법=일자리”

그런데 ‘경제적 효과’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들이 자주 나오는 요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경제성을 위시한 일자리창출을 근거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언론관계법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1월 발표한 ‘방송규제 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를 통해 “방송부분 규제 완화로 인해 신규 사업자 진입과 추가자본 유치가 이루어지는 경우 투자여력을 확보한 사업자 간의 콘텐츠 품질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경제적 효과 역시 예측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소유겸영 규제완화 효과를 낙관적으로 예측할 경우, 2007년 기준으로 방송시장 규모는 약 1조6천억원(1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고용은 4천5백여명이 늘어날 것”, “방송산업 활성화가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낙관적으로 예측할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생산유발효과가 2조9천억원에 이르고, 취업유발효과는 2만1천명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 2월 MBC <뉴스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전체니까 MBC 앞에 있는 식당이랑, MBC 앞에 왔다 갔다 하는 버스 기사랑, MBC를 자주 들락날락하는 택시 기사랑 그런 고용까지 다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1월 20일 동아일보 8면 기사
물론 <동아일보>는 보고서가 나온 바로 다음날 “방송규제 완화 땐 생산유발 최대 2조9000억”이란 기사를 통해 보고서의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의 정례 회동 자리에서 “미디어가 최대 산업이고 성장 동력”이라며 “방송통신융합이 잘돼야 고급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을 함께 실었다. 고급 일자리란?

한선교 의원은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으로서 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을 겨냥해 “미디어법은 우리들의 일자리입니다”라는 버스광고를 시작했다. 내용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라 “미디어법 개정으로 2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납니다”였다.

와이브로의 장밋빛 미래는 없없다. 그렇다면 신방겸영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발표한 ‘휴대인터넷 사업의 국민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는 와이브로의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너무나도 크게 빗나갔다. 동아일보는 오늘 기사에서 “휴대 무선인터넷 ‘와이브로’가 6월이면 상용화 4년째를 맞는다”면서 “하지만 가입자가 너무 적어 과거 실패한 무선 이동통신으로 꼽히는 ‘시티폰’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와이브로의 경제성은 없었다. 그리고 한선교 의원은 “와이브로 추가 수요 창출은 어렵다”고도 했다. 동아일보도 대서특필했던 2006년 당시 27만명 고용효과는 어디로 갔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발표한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보고서는 역시 소유겸영 규제완화 효과를 낙관적인 방향에서 경제적 효과와 고용창출 효과를 예고했다. 이쯤 되면 동아일보와 한선교 의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신문방송 겸영의 경제적 효과와 고용창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요?”

현재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약칭 미디어위)에서는 방송법, 신문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 등 4개의 법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보고서에 따라 위 법안들의 통과가 곧 일자리창출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동아일보 역시 지면을 통해 크게 한몫 거들고 있다.

동아일보와 한선교 의원은 오늘 데이터로 산출한 예측 보고서가 ‘터무니없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2012년 동아일보와 한선교 의원, 그때 가서 “당초 방송규제 완화 법안처리 대비 경제적 파급 효과 전망 터무니없었다”라고 한다면? 때는 이미 늦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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