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정규편성 해주실 거죠? <인생게임-상속자> (7월 24일 방송)

SBS <인생게임-상속자>

가장 험한 일을 하고도 열정페이조차 받지 못한 비정규직.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코인의 절반 이상을 당당히 챙기는 상속자. 최고 권력자에 의해 결정되는 집값. 그로 인해 하루 아침에 노숙자 신세가 되는 비정규직. 얼마 지나지 않아 정규직마저도 내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

이것은 실제 상황이 아니다. SBS <인생게임-상속자>(이하 <상속자>)의 일부분이다. <상속자>는 9명의 출연자가 4일간 가상으로 인생게임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은 상속자부터 집사,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계급을 나뉜다. 상속자는 집값부터 밥값까지 모든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상속자는 출연자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되며, 최종 우승자는 코인 개수에 의해 결정된다.

출연자 모두가 ‘가상게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시작했다. 실제로 자신의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진짜 돈 많은 상속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4일 간 가상체험을 하면 끝나는 일이다. 그러나 돈(코인) 앞에서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가 형성됐고, 상속자 선정을 둘러싼 동맹과 배신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전쟁은 상속자로 인해 벌어졌다. 4일 동안 상속자가 총 세 번 바뀌었다. 상속자가 결정되는 과정도 과정이지만, 새로 선출된 상속자의 말 한마디에 다른 출연자들의 생존이 좌우된다는 점이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 상속자가 바뀌자마자 집값은 폭등했고 이로 인해 비정규직 출연자들은 하루아침에 노숙자 신세가 됐다. 집값을 올리는 대신 먹는 것은 무제한 공짜라는 ‘당근 아닌 당근’ 정책을 내놓았다. 어떤 상속자는 다음 상속자가 자신의 코인을 차지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다른 출연자에게 자신의 코인을 맡기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떼어 주었다.

일련의 상황들을 표현하는 하단 자막은 더욱 소름끼쳤다. 하우스푸어, 조세 피난처, 무상급식.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실제 상황이 아니라 가상 게임이다. 그럼에도 마치 현실 세계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출연자들이 내뱉는 말과 그들을 둘러싼 상황들이 리얼했다.

상속자는 숨만 쉬어도 코인이 굴러 들어왔지만, 비정규직이 코인을 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팔찌 꿰기 부업이었다. 20개를 꿰어야 고작 코인 1개. 한 출연자는 밤새 팔찌 100개를 꿰었지만 고작 코인 5개를 받았다. 이는 방세조차 내지 못하는 비용이다. “45년만 팔찌 꿰기 부업을 하면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한 출연자의 농담은, “숨만 쉬고 10년 동안 돈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던 과거 한 개그 프로그램의 풍자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밤새 팔찌를 꿰었던 여성 출연자는 이번 인생 게임을 통해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인생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것이 유용한 예습이 되었을지 무서운 미리보기가 되었을지는 당사자만 알 것이다. 중요한 건,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간담은 서늘했다는 것이다.

이 주의 Worst: 또 오디션? 또 서바이벌? <모모랜드를 찾아서> (7월 29일 방송)

Mnet <서바이벌 모모랜드를 찾아서>

<슈퍼스타K>의 새로운 시즌을 손꼽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잊을 만하면 또 등장하는 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아니,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나기가 무섭게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프로듀스 101>이 끝난 지 두 달 뒤 <소년 24>가 시작됐고, 심지어 <소년 24>가 방송되는 와중에 <모모랜드를 찾아서>라는 새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Mnet <서바이벌 모모랜드를 찾아서>는 더블킥컴퍼니 신인 걸그룹 ‘모모랜드’ 데뷔를 위한 리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소년 24>와는 어느 정도의 차별성은 있지만, 서바이벌을 통해 멤버를 선정하고 그들이 데뷔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모모랜드를 찾아서>는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굉장히 안일하게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고퀄리티 학예회”, “몸을 많이 안 쓰고 표정으로 예쁜 척 한다” 등과 같은 심사위원들의 독설, 독설을 들은 멤버를 클로즈업, 그 멤버의 촉촉한 눈가를 비춘 뒤 이어지는 속마음 인터뷰. 너무나 눈에 선해서 굳이 보지 않아도 예상 가능한 패턴이다.

심지어 심사위원들도 ‘재탕’이다. 가령 배윤정은 얼마 전 <프로듀스 101>에서도 독설을 담당했던 심사위원이었고, 지금 <모모랜드를 찾아서>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다. 조금 심하게 얘기하면, 엠넷이 서바이벌 공간을 제공하는 주인장이고 심사위원들은 그곳에 상주하는 직원이며 서바이벌 참가자들만 수시로 바뀌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29일 방송된 <모모랜드를 찾아서>에서는 멤버들의 성장 스토리보다 심사위원들의 독설에 더 치중한 듯했다. 심사위원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화면을 멈추고 해당 멤버를 클로즈업하는 편집 방식을 무한 반복했다. 중요한 심사평만 그렇게 강조하면 될 텐데, 심사위원들의 말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해당 심사평을 강조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마치 제작진이 ‘모든 심사평은 중요하므로 시청자들은 지금 당장 귀를 기울이고 여기에 집중해’라고 강요하는 것 같았다.

매 심사평이 나올 때마다 화면을 멈추며 강조하고, 매 심사평이 끝날 때마다 멤버들은 눈물을 흘렸다. 독설과 눈물만이 난무하는 무대. 대체 시청자들은 어디서 멤버들의 성장스토리와 매력을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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