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KBS로부터 오전 9시가 되기도 전에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KBS ‘대통령 라디오연설’ 중단하나> 기사 때문이었다.

해당 기사는 지난달 27일 KBS 노사가 공정방송추진위원회에서 △대통령 연설이 4·29 재보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일시 중단하는 방향으로 추진 △노측에서 제기한 제작 자율성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제작방식을 변경하는 부분에 대해 적극 검토 △야당에 대한 적극적으로 반론권을 보장 등을 합의한 내용에 관한 기사다.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 ⓒ미디어스
노조 공방위원에 따르면, 이날 합의는 KBS의 대통령 라디오연설 방송이 “편성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태”라며 폐지를 촉구하는 노조 위원들의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KBS노조는 합의 내용을 KBS노조 홈페이지(http://www.kbsunion.or.kr/) ‘성명/논평’란에 게시했다.

그런데 KBS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 중단이나 폐지를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노조 공방위원이 ‘합의 사항’이라며 밝힌 내용인데, 전혀 사실과 무관하다고 하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취재를 가던 길이었기 때문에, 향후에 좀더 알아볼 생각으로 “사측의 입장은 잘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제는 홍보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디어위원회 취재 도중이었기에 전화를 받기 곤란한 상황이었는데도 “1분만 설명하겠다”며 “중단이나 폐지를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후가 되자 홍보팀장으로부터 또 전화가 왔다. 홍보팀장은 ‘홍보책임자로서 말하는 회사의 입장’이라며 “중단이나 폐지를 검토한 바가 없다. 노조측의 주장일 뿐 사측은 그런 합의를 해주지 않았다. 지금 기사가 떠있어서, 다른 쪽에서 해당 보도를 보고 계속 KBS에 연락이 오고 있는데 사실관계가 틀렸으니 반영해달라”며 “노조가 요구하니까 사측은 다만 ‘재보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을 하겠다’고만 했다. 프로그램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보팀장은 “분명한 것은 그런 합의사항이 없었다는 것이다. 라디오팀에서 홍보팀으로 계속 연락이 오는데, 그쪽 입장도 우리가 밝힌 ‘회사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조는 허위 정보를 밝힌 것일까. 최성원 노조 공정방송실장에게 물었다. 최 실장은 “사측은 항상 그런 식이다. 어제(2일) KOBIS에도 합의사항을 이미 공지했는데 우리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인가. 기사 나간 것을 보았는데 팩트 부분에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합의해놓고 회사가 이렇게 다른 소리를 하니, 당일 회의 녹취록까지 내일 노보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최 실장이 보내준 당일 공방위 녹취록에 따르면 김성묵 부사장은 “(대통령 라디오연설을) 일단 중단 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라는 최 실장의 물음에 “여러 가지 검토를 해서 노측에서 생각하시는 그런 부분을 100% 무슨 얘기인 줄 알고 그렇게 진행시키게 노력할게요”라고 대답한 내용이 나온다.

김성묵 부사장은 제작의 자율성을 문제삼는 노조의 지적에 “대통령 라디오 연설 여기에서는 원칙적인 제작의 자율성은 공감을 하고요. 그래서 노측에서 제기하신 대통령 라디오 연설에서의 제작방식을 바꾸는 이런 부분은 검토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고요. 야당의 발언권 같은 경우는 지금 이런 표현이 여러 가지 해석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반론권 같은 경우를 보장을 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고요. 그 다음에 선거 기간 앞서서 대통령 연설하는 부분은 선거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그런 쪽으로 우리는 장치나 최대한 노력을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나온다.

김성묵 부사장의 발언은 수많은 단서와 모호한 표현들로 구성돼 있어, 해석의 여지가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노조가 밝히고 <미디어스>가 보도한 ‘일시 중단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표현이 그의 발언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나는 보고 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아래는 노조가 공개한 공방위 녹취록 중 대통령 연설과 관련된 부분이다. 독자들도 읽어보고 판단해보길 권한다.

<김성묵 부사장>
대통령 라디오 연설 여기에서는 원칙적인 제작의 자율성은 공감을 하고요. 그래서 노측에서 제기하신 대통령 라디오 연설에서의 제작방식을 바꾸는 이런 부분은 검토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고요. 야당의 발언권 같은 경우는 지금 이런 표현이 여러 가지 해석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반론권 같은 경우를 보장을 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고요. 그 다음에 선거 기간 앞서서 대통령 연설하는 부분은 선거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그런 쪽으로 우리는 장치나 최대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일단 지금 이게 2주마다 고정편성으로 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만 선거 관련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저는 우리 쪽에서 그런 쪽으로(중단하는)…….만약에 그게 편성에 불가능 하다고 했을 시에는 선거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안건을 다른 부분을 찾는 것으로 하고 이렇게 3가지 끝났습니다.

<최성원 공방실장>
다른 내용들에 대해서는 공방을 하고 이해를 했습니다. 단지 선거기간 중 대통령 라디오 연설 중단 건에 대해서 확실하게 사측에서 입장 좀 정리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최소한 (대통령 연설)중단을 추진해야 되지 않느냐고 저희 쪽에서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성묵 부사장>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선거에 악용되지 않도록 그런 부분에서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최성원 공방실장>
일단 중단 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김성묵 부사장>
(일단 무리 없이…….상대가(청와대)…….여러 가지 검토를 해서 노측에서 생각하시는 그런 부분을 100% 무슨 얘기인줄 알고 그렇게 진행시키게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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