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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대통령 의지 있어야공수처 신설 여론 74%, 누가 민의 대변할 것인가
김민하 기자 | 승인 2016.07.29 07:47

우병우 민정수석과 진경준 검사장 문제, 거기에 부장검사의 부당한 업무 지시와 폭언 폭행으로 초임검사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그야말로 검찰에 바람 잘 날이 없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은 검찰을 향한 보수언론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어, 파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검찰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검사동일체 원칙’이나 ‘기소독점주의’의 붕괴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내다볼 수 있게 한다.

조선일보 28일자 사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모두 ‘검사동일체 원칙’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이색적이다. 조선일보는 28일자 사설에서 검사 자살 사건의 원인으로 검찰의 엄격한 위계문화를 꼽았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대형 수사를 할 때마다 정무적 판단과 청와대 민정수석실과의 조율을 통해 수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게 된다면서 “‘검사 동일체 원칙’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검찰의 무조건적인 상명하복(上命下服) 조직 문화는 이제 불태워버릴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민정수석’을 거론하며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26일자 지면의 신정록 논설위원이 쓴 <‘민정수석’ 없앨 수 없을까>란 글에서 “이번 우병우 민정수석 사건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것처럼 민정수석이 검찰 위에 군림하고 제 사람을 요소요소에 박아놓아 수사를 컨트롤하는 게 사실이라면 이런 민정수석은 없는 게 낫다”면서 “민정과 검찰이 쉽게 한 몸이 돼 '검찰공화국' '민정공화국'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조선일보가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비리를 처음 보도했고 반복된 문제제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핵심 요소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앙일보 28일자 사설

비슷한 판단은 중앙일보의 사설에서도 드러난다. 중앙일보도 28일자 사설에서 검사 자살 사건의 여러 측면을 진단하면서 “상명하복 문화의 뿌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있다”고 표현했다. 중앙일보는 “물론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를 막기 위해선 지휘·감독 체계가 필수적”이라면서도 “법에 규정된 검사의 이의 제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민주적 소통 문화도 함께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사해보이지만 두 신문의 주장에 결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중앙일보 사설의 제목은 <김수남 총장이 나서 ‘상명하복(上命下服)’ 검찰 문화 뜯어고쳐야>인데, 결국 검찰의 ‘자체개혁’에 방점이 찍혀있는 걸로 이해된다. 조선일보의 경우는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제를 엮어서 주장하고 있는 걸 볼 때 검찰의 자체 개혁 이상의 정치적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처럼 읽힌다.

조선일보 26일자 칼럼

두 신문의 이러한 태도 차이는 정치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을 논의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결국 공수처 신설에 빌미를 주기 보다는 대통령이 스스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거나, 아니면 검찰 스스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모두 공수처를 신설해 국회의원, 법관 및 검사 등을 포함한 고위직들에 대해 따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는 1998년 국민의 정부에서 중수부를 폐지하고 대신 신설하기로 계획했던 기관이었으나 당시 검찰이 반대해 없던 일이 됐다. 참여정부에서는 ‘공직자부패수사처’를 설치하자는 주장으로 다시 여론의 관심을 받는데, 이때도 검찰이 자신들의 권한 약화를 우려해 반발하고 나서 도입이 무산됐다. 조선일보는 앞서 26일 칼럼에서 “공수처가 도입된다면 아마도 검찰 역사를 그전과 후로 나눠야 할 만큼 큰일이 될 것”이라면서 “검찰 권력의 핵심인 기소 독점을 깨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검사동일체원칙이 실질적으로 폐기된 상황에서 공수처가 등장하는 것은 검찰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말일 것이다.

물론 공수처 신설까지 가는 길은 멀다. 아직까지 모든 논란이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비판은 결국 옥상옥의 신설이 되고 만다는 것과 공수처 역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입장에서 고위직을 수사할 수 없을 거라는 게 핵심이다. 한국적 현실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국회가 공수처를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만들도록 하더라도 결국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한 대통령의 ‘채찍’ 중 하나로 기능할 거라는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공수처의 구성과 책임자 임명 절차 등에 여러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나오지만 이것 역시도 우려를 완전히 종식시킬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단으로 애초 예정대로 9월 28일부터 효력을 갖게 된 이른바 김영란법을 보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 김영란법은 접대의 탈을 쓴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그야말로 ‘필요악’인 존재로 평할 수 있다. 김영란법이 ‘필요’하면서도 ‘악’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그 중 첫 번째인 위헌성의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요소는 권력이 남용할 가능성의 문제인데 이에 대해서는 김영란법에 찬성 입장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헌법재판소 결정 직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합헌 결정을 환영합니다”라면서도 “김영란법은 부패공화국과의 절연을 선언한 법이지, 검찰공화국으로 가는 길을 여는 법이 결코 아닙니다”라고 썼다. 사법당국이 무리한 법 적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 정치인으로서 이러한 당위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건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권력이 검찰을 활용해 굳이 무리한 법 적용을 하겠다고 들면 단기간에는 막을 방법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당장 레임덕을 겪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당분간 ‘악의’를 갖고 활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 생긴 걸로도 볼 수 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진실이지만, 어쨌든 검찰권력들의 민주적 통제라는 과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남는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만일 공수처 설치 등의 문제가 논란이 되기 시작하면 ‘검찰은 경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식의 경찰 수사권 독립, 또는 검사장 직선제 등의 대안도 백가쟁명 식으로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 각기 장단점이 있는 방안들이고, 현실에서 추진하는데 나름의 장애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견기업인 격려오찬에서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결국 권력이 스스로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을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걸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이 문제가 선결돼야 공수처, 김영란법, 검찰개혁이 실질적 동력을 갖고 추진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의 막바지를 만끽하고 있겠으나 어쨌든 복귀하면 우병우 민정수석을 경질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몇 차례에 걸쳐 반복 지적했듯 대국민사과, 전면개각, 전면적인 청와대 비서진 교체라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검찰이 수사 중인 현안과 앞으로의 수사 일정에 대한 불개입 선언도 반드시 필요하다. 조선일보의 제안대로 민정수석실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도 좋다. 민심을 가감 없이 전하는 직책이 꼭 필요하다면 차라리 참여정부 시절의 시민사회수석실을 부활시키는 게 옳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일련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권 이후를 책임질 수 있는 ‘차기’들이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2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공수처 신설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설립 찬성 의견은 73.7%, 반대 의견은 10.6%라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 여론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정의를 실현하도록 돼있는 존재들이 스스로 파탄에 이른 상황을 바로 잡으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여론을 누가 대변할 수 있는가, 또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있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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