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이 인간광우병의 위험성을 과장했다”는 소리는 이제 듣기도 지겹다. 지난해 4월,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직후 촛불정국이 시작되자 화들짝 놀란 정부·검경·보수언론이 <PD수첩>을 공격하며 늘상 말해온 이야기라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 중 모르는 사람이 없겠다.

1년여간 반복되어온 이 레퍼토리를 동아일보가 오늘 다시 빼들었다. 동아일보는 ‘단독보도’라며 “MBC <PD수첩> 제작진이 미 쇠고기의 인간광우병 위험성을 과장하기 위해 방송대본 내용을 원래 취재 내용과 다르게 수정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물론, 검찰발 기사다. (2일자 1면 <“PD수첩 대본 의도적 수정 인간광우병 위험성 과장”>)

최근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의 이메일과 통화내역까지 압수수색하고 나섰는데, 새로운 사실이라도 드러난 것일까?

▲ 동아일보 4월 2일자 1면
동아일보가 ‘제작진이 수정한 부분’으로 지적한 대목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딸의 사인에 대해 CJD(크로이츠펠트-야콥병)라고 말한 부분을 vCJD(인간광우병)로 바꾼 것 △빈슨의 어머니 발언 중 “내 딸이 걸렸을지도 모르는”을 “내 딸이 걸렸던”으로 고친 것 △버지니아주 보건당국이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한 내용을 “(vCJD 여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방송했다는 것 △대부분의 현지뉴스가 빈슨의 사인이 CJD 또는 위절제술 후유증일 것으로 보도했으나 <PD수첩>이 “vCJD로 의심된다”고 보도한 기사만 인용했다는 것 등이다.

동아일보는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이 실수가 아니라 빈슨의 사인을 vCJD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방송내용을 왜곡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제작진 전원을 직접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에 이어 조선일보(온라인판), 독립신문, 문화일보도 발빠르게 보도하고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독보도’라고 하기에는 쑥스럽다. 그동안 정부, 보수언론, 방통심의위가 <PD수첩>에 대해 지적했던 사항이 재인용돼 나왔을 뿐이다. 그러니까 동아일보의 단독보도 주장은 자신들만 이 사실을 몰랐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조선일보, 독립신문, 문화일보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게 죄가 아닐 수는 있어도 기사 쓰기 전에 검색은 한 번쯤 해보는 게 언론의 직업적 도리다.

더구나 이들 사실은 <PD수첩>의 잘못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 논란이 분분할 뿐 아니라, <PD수첩>의 ‘수정’이 오히려 옳았다는 주장의 설득력도 높다.

vCJD는 CJD의 4가지 유형 중 하나로서 CJD의 하위개념이다. 아레사 빈슨의 MRI 결과, 의학적으로 vCJD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고 한다. 빈슨의 모친 역시 자신의 딸이 인간광우병 때문에 죽었다고 믿고 있었다. 모친의 발언을 독자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CJD라고 말한 부분을 vCJD로 고치고, “걸렸을지도 모르는”을 “걸렸던”것으로 바꾸는 것은 오역이 아닌 의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PD수첩> 측이 지난해 8월 1일 검찰의 발표에 반박하며 밝힌 내용들이기도 하다. 의역한 부분까지 문제를 삼으면, 영어 번역을 하는 기자들은 독자들이 제대로 이해를 하든 말든 무조건 있는 그대로 번역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이것은 시청자에 대한 ‘친절도’의 문제일 뿐이다.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지난해 7월 30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위원회가 개최한 ‘검찰 MBC <PD수첩> 수사 중간발표 반박 기자회견’에서 “나를 ‘사람’이라고 했는데, 자막으로 ‘우석균’이라고 표기하면 왜곡이냐. 아레사 빈슨은 MRI 결과, vCJD 가능성이 가장 컸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며 “검찰 수사자료에도 신경과 의사가 ‘vCJD에 걸렸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믿을 만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한 내용이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신경과 전문의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레사의 MRI 결과에 대해 말했다… 그는 광우병과 비슷한 무엇이라고 말했다… 우리 딸이 CJD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발표 자료 중)

대부분의 현지 뉴스가 빈슨의 사인을 CJD 또는 위절제술 후유증일 것이라고 보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PD수첩>이 “vCJD로 의심된다”고 보도한 기사를 인용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의심되는 외국 환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그와 관련한 기사를 묶어서 소개하는 것이 과연 ‘제작진의 의도적 왜곡’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할 문제일까.

<PD수첩> 공격을 위해 이미 다 알려진 사실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세세한 보도 기술까지 문제삼는 검찰과, 화장실에서 8년 전 신문기사를 읽다가 화들짝 놀라 “미국 무역센터가 항공기 테러를 당했대”라며 바지도 다 못 올리고 뛰어나와 소리치듯 검찰 발표를 열심히 받아쓰는 동아일보. 제작진의 항변과 많은 국민들의 원성에도 귀를 닫고, 굳세게 그들만의 길을 가는 우직함과 무식함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