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방송하는 아침 보도프로그램 '뉴스광장'에서 27일 윤제춘 해설위원이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에게 '스스로 결단할 때'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우병우 사퇴는 어느 언론이나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KBS가 해설위원의 입으로 우병우를 압박하는 해설을 하자, 반응이 묘할 수밖에 없다.

KSB 뉴스광장 캡처 화면(KBS홈페이지)

더구나 "휴가 중인 대통령은 우병우 수석에 대한 특별 감찰을 용인했습니다. 청와대는 ‘소명의 시간까지’라는 대통령의 말이 논란이 됐을 때 우 수석 관련 얘기가 아니라는 해명도 내놓았습니다"라고 전했다. 이는 특별감찰관 투입은 '자진사퇴의 기회를 준 것이다,' '아니다.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논란에 KBS가 해답을 준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청와대에 대해, 사드배치에 대해, 세월호에 대해 숱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 청와대 '종놈'처럼 KBS 핵심간부들은 '네~네~'하며 굽실거리고, 일선기자들의 리포트뿐만 아니라 해설위원의 해설까지 시비걸어 보복성 인사를 남발해 왔다.

그런데 우병우의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이번 KBS 해설을 보면서 청와대와 박근혜가 우병우를 버렸다고 확신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KBS는 청와대의 뜻을 반영하는 '청와대 방송대변인'이라는 이미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이정현 전 청와대홍보수석의 녹취록 파문과, 이후 기자와 해설위원의 인사 조치 이후 폭 넓게 퍼진 이미지다.

공영방송을 망가뜨리고, 국영방송으로서 '청와대 방송대변인'으로 지탄받는 오늘의 KBS.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인지. 사장-보도본부장-보도국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보도라인들은 내년 대선에서는 얼마나 많은 죄업을 쌓아 한국의 저널리즘을 망가뜨릴 것인지.

결국 올 하반기 국회에서, 여소야대 국면을 적극 활용한 야권의 KBS 지배구조개선 등 대대적인 수술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이 참에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제대로 된 KBS법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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