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화면 캡처

18일 TV조선, 새누리당의 윤상현 최경환 녹취록 폭로, 19일 TV조선, 현기환 전 정무수석 녹취록 폭로, 26일 TV조선, 안종범 전 경제수석 현 정책조정실장 권력형 기업 갈취 보도.

TV조선이 왜 갑자기? 이런 의문이 당연히 떠오를 것이다. 분명한 건, 정치권이든 언론이든 보수세력의 자정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친박을 희생양 삼아 보수정권재창출의 의미 있는 활력소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국민들의 분노는 박근혜정부의 실정과 비리에 맞춰져 있고, 친박의 '완장 정치'에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청와대를 겨냥한 보도의 결과는 보수세력의 정권재창출의 거름이 될지 아니면, 진보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활력소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재미있는 점은 종편의 논조가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지난 4.13.총선 참패 이후 크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신문과 방송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수구적 보수에서 합리적 보수 성향으로 좌클릭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찍이 중앙일보와 jTBC의 논조를 달리 갔다. 중앙일보는 여전히 조중동 프레임 안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jTBC의 경우 외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신문과 같은 길을 달려왔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에 거의 어긋나지 않는 논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신문과 방송의 논조를 간극이 더 벌어졌으면 더 벌어졌지 좁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시청율이다. 신문은 보수 논조를 유지해야 50대 이후의 독자들이 구독한다. 그리고 청와대부터 작은 기업 사장들까지 방송에 대한 신뢰보다 신문의 신뢰가 더 크다. 신문을 통해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하고 정보를 취한다. 해서 독자를 유지하고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서 보수신문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수구적 논조를 유지하는 것이 생존비법이다.

하지만 방송은 젊은 세대를 포섭하지 못하면 그 앞날은 직접적인 경영위기를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시청율이 나오지 않는 방송은 방송으로서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구장창 극우적 수구적 보수주의를 채택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 현대 정치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항상 그렇듯이, 젊은 세대는 진보적이고 나이든 세대는 보수적이다. 기득권이 없는 세대와 기득권이 있는 세대의 차이이다. 정치적 관점뿐만 아니라 문화적 관점마저도 이런 경향성을 강하게 띈다.

방송은 정치매체이기보다는 문화매체의 성향이 강하다. 현재 종편이 정치매체로 인식되지만 정치중심의 매체로 생존하는 것은 아마도 내년 대통령선거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앞으로 문화매체의 성격이 강해지고, 정치매체적 성격이 약화되는 과정에서 종편은 지금의 지상파와 유사한 편성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치관련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이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정치매체적 성격을 완전히 버릴 수 없고, 정치관련 논조는 중립적으로 좌클릭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진보적 자각을 통해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이념과 논조의 이동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이념과 논조 이동의 과정에서 가장 빠른 영역과 느린 영역이 구별되어 드러난다. 안보, 남북, 외교, 노동관련 이슈는 가장 늦게 중립지대로 좌클릭할 것이다.

하지만 권력형 부정부패, 정치권의 갑질, 선거 이슈에 대해서는 초기 진보진영 또는 현재의 야당을 향해서 집중되어 있었다면,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확연히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총선 이후, 여권의 참패를 기반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서도 그 칼 끝을 비켜 치지 않고 제대로 겨눈다는 것이다.

종편의 변화는 밑바닥 깊은 곳에서부터 움직이고 있다. 더 이상 보수편향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경영진의 어찌 할 수 없는 중립지대로의 이전이 바닥에서 분출되고 있다. 그리고 그 밑바닥의 변화 욕구는 빙산의 일각이나마 시청자들 앞에 서서히 노출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극심한 정치관련 프로그램의 시청률 저하현상을 타개하기 위해라도 경영진의 고집보다는 실무진의 의견이 반영되는 논조의 좌클릭은 절실할 터.

이런 점에서 종편을 바라보는 진보진영의 시각도 그 변화에 맞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폐기할 수 없으면 활용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활용의 관점에 서야 하고, 보수종편은 생존의 기반뿐만 아니라 발전의 희망을 갖기 위해서라도 좌클릭해서 중립종편으로 가야 한다. 정치든 문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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