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개발·운영하는 어플리케이션, 이른바 '공공앱'이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어 쓸데없는 예산만 낭비한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민간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공앱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국민들의 이용저조인 것으로 밝혀져 전시행정으로 인한 예산낭비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자칭 '스마트정부'가 공공앱을 폐지한 이유

정부는 이른바 IT시대에 걸맞는 '스마트 정부'를 표방하며,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공공앱들을 개발할 것을 장려해왔다. 실제로 각 정부부처와 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의욕적으로 앱 개발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말까지의 정부 공공앱 전체 운영현황. (자료=행정자치부 홈페이지)

그런데 지난 2월 행정자치부는 "그동안 정부가 많은 앱을 개발해 왔으나, 민간시장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과 함께 민간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후 공공앱 일제 정비를 추진, 중앙부처·지자체·공사·공단 등에서 운영되던 앱 1768개 중 36.3%인 642개가 폐지됐다.

일각에서는 민간시장 위축, 민간 경쟁력 제고라는 정부의 핑계와 달리 상용화 실패로 인한 이용실적 저조가 공공앱 폐지에 결정적인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공앱 운영 실패 사례…산자부 및 산하기관 운영 공공앱 이용실적 바닥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인 공공앱 폐지 이유가 이용실적 저조 등으로 밝혀진 사례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자부에서 개발·운영한 '산업통상자원부 픽토그램'이라는 공공앱은 지난 2013년 1500만원을 투입해 개발됐지만 다운로드 횟수가 500여건에 불과해 폐지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3500만원을 투자해 개발한 '한국자원정보서비스', 한국남부발전(주)이 5200만원을 들인 '코코아톡 한국남부발전' 등의 공공앱도 이용실적이 500여건에 불과해 폐지됐다. 특히 산자부에서 개발한 5개 공공앱은 모두 폐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6월 기준 산자부 및 소관기관의 공공앱 운영 및 폐지 현황. (자료=김병관 의원실 제공)

2016년 6월 기준 산자부 및 소관기관의 공공앱 운영 및 폐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산자부와 소관기관에서 개발·운영한 공공앱 41개 중 폐지된 앱의 수는 29개로 전체의 70.7%에 달하며, 폐지된 29개 앱의 총 개발비용은 약 5억100만원으로 평균 개발비용은 1700만원이다.

폐지된 29개 앱 중에서도 16건은 활용도 저조를 이유로 폐지됐다. 국민의 관심을 얻지 못해 폐지됐다는 얘기다. 아울러 산자부 및 소관기관의 41개 공공앱 중 1만명 이상이 다운로드한 앱은 9건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6월 기준 산자부 및 소관기관의 공공앱 운영 및 폐지 현황. (자료=김병관 의원실 제공)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이 앱을 이용하는 가장 큰 목적은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기 위한 것인데, 이번에 폐지된 앱들의 명칭만 봐도 일반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도 없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예산을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공공앱 이용실적 저조한 이유는?

정부가 큰 돈을 들여 공공앱 개발에 나섰음에도 이용실적이 저조한 이유로 '전시행정'이 꼽힌다. 상위부처에서 지침이 내려와 단순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다 보니 공공앱 자체의 질이 떨어졌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공공앱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A씨는 "각종 업데이트 사항이 있으면, 공공앱도 시기에 맞춰 업데이트가 잘 이뤄져야 하는데 관리가 부족하다보니 오류가 자주 발생하곤 했다"며 "어플리케이션의 퀄리티 자체도 상당히 떨어졌던 기억이 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공앱을 이용한 국민들은 업데이트, 속도 등의 문제를 가장 많이 지적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행자부가 운영하고 있는 한 공공앱의 경우, 해당 어플 다운로드 페이지 댓글란에 불만이 쇄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댓글에는 "성격 망치는 앱. 네트워크 지연이라고 하고 강제종료된다", "화면을 위, 아래로 이동할 때마다 글씨가 무수히 겹친다", "계속 에러가 나서 사용할 수가 없다" 등의 불만 담긴 내용들이 적혀있다.

▲행자부가 운영하는 한 공공앱에 달린 네티즌들의 불만글. (Play스토어 캡처)

그나마 이 공공앱은 5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 받은 이용실적이 많은 편에 속하는 앱이었다. 이용실적이 저조한 공공앱들에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있을 지 예상된다.

IT업계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전시행정으로 예산만 내려주고 하청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래서 유지·보수가 안 되는 앱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공공앱을 개발할 당시 평균 2000만원 정도가 들었다고 하는데, 어떤 퀄리티로 앱을 개발했는지는 몰라도 요즘은 그렇게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산낭비가 아닌가 싶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병관 의원실 관계자는 "오늘 우리가 산자부 관련 자료만 내놓았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공공앱 실패로 인한 정부 부처의 예산낭비가 수 십 억원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같은 예산낭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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