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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감싸기', 친박 몰락 방아쇠 된다보수언론 등 돌리고 검찰은 벼랑 끝인데 '정면돌파' 고집
김민하 기자 | 승인 2016.07.22 11:59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정치권 최대의 문제다. 조선일보가 여전히 의혹 제기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있고 이 문제가 여당 내부의 당권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정무적 결단’을 내릴 마음이 없어 보인다. 결국 이 문제가 보수 기득권세력이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선을 긋고 여당의 비주류 대권주자를 옹립하는 이른바 ‘유사 정권교체’ 시나리오의 신호탄이 돼 조기 레임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은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발언했다. 대다수 언론은 이를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에 대한 ‘정면돌파’ 방침을 밝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 보다는 사드 배치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발언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오히려 그점이 더 앞의 해석을 분명케 해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 대표에 도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발언을 보면 그렇다. 이정현 의원은 22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연결에서 NSC가 우병우 민정수석이 참여하는 자리가 아니고 북한 미사일 발사 등과 관련 안보위기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것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새누리당 대표 선거에 나선 정병국, 이정현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연극 '햄릿' 관람을 위해 공연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우병우 민정수석에 제기된 의혹 자체에 대한 이정현 의원의 견해를 들어보면 대통령의 발언이 누굴 향한 것인지, 어떤 의미였는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부질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정현 의원은 “의혹에 대해 본인이 해명하고 있고 여러 경로로 규명이 이뤄지고 있으니 우리의 자정능력을 믿고 지켜봐야 한다”면서 “본인이 저렇게 아니라고 하고 여러 경로로 해명을 한다면 어느 정도는 지켜보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는데, 이를 앞서 박근혜 대통령 발언과 연결해 보면 사실상 대통령 본인의 마음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을 걸로 추측된다.

그러나 언론을 통한 의혹제기가 계속되고 있고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가 검찰 수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버티고 기다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 역시 내릴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도 우병우 민정수석이 처가 소유의 부동산을 “깨끗한 땅”이라고 말한 것과는 달리 소유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던 걸로 드러났다는 내용의 기사를 1면 톱에 배치했다. 이런 경우 땅을 처분하거나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따라서 우병우 민정수석 측이 부동산 일부 소유주의 자손 20여명과 1년에 걸쳐 소송을 벌여야 했다는 거다.

조선일보 22일자 3면 보도

넥슨이 부동산을 매입한 시점이 소송이 진행 중인 와중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병우 민정수석이 그간 내놓은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이 드러난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우병우 민정수석 측과 넥슨은 ‘소송을 100%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계약을 했다고 한다. 결국 넥슨이 상대가 ‘잘 나가는 검사’인 우병우 민정수석임을 알았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한 또 하나의 근거가 드러난 셈이다. 소유권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 모르는 땅을 과연 넥슨이 사옥을 짓겠다는 구상을 갖고 매매하려 했는지도 의문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400여명이 땅을 보겠다고 찾아왔다”고 한 것도 부동산 매매 수요를 보여준다기 보다는 소유권 문제 때문에 거래 성사가 되지 않았던 걸로 해석 가능하다는 게 조선일보의 관점이다.

부동산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다수의 언론은 우병우 민정수석 가족이 가족기업 형태의 유령법인을 만들어 사실상 소득세를 탈루한 정황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이 없는데도 접대비 등의 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돼있는데, 이는 차량유지비나 통신비 등을 비용처리 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또, 비상장 법인을 활용할 경우 재산 은닉도 가능하고 주식을 통해 재산을 물려줄 경우 상속도 쉬워진다는 지적 또한 언급된다.

동아일보 22일자 사설

이런 의혹을 받는 사람이 공직을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특히 남을 검증하는 자리인 민정수석에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는 이날 <우병우 수석이 공직후보 검증대상이라면 통과했겠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의 ‘우병우 감싸기’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만일 우 수석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에 내정됐다면 지금까지 드러난 사안만 가지고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낙마한 공직 후보자들의 사례를 돌아보면 우병우 민정수석보다 덜한 의혹을 받고도 스스로 물러난 경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스스로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결백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경향신문은 이날 2면에 이 문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서울중앙지검 수사라인에 우병우 민정수석이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군다나 우병우 민정수석이 “아니다, 모른다 밖에 할 말이 없다”며 사실상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상황에서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는 여당 내 전당대회 구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조선일보가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를 터뜨리고 거의 동시에 TV조선이 최경환, 윤상현 의원 및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공천개입 의혹을 폭로하면서 친박계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할 수 있는 말이 사실상 없어졌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지지할 마음이 사실상 없었던 걸로 보이지만 어쨌든 ‘범친박’이라 불리는 이주영 의원마저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솔직하게 털어놓고 책임지는 자세가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발언은 대통령의 ‘우병우 감싸기’에 동참하는 모양새가 될 경우 전당대회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고려된 걸로 보인다.

전당대회 결과가 이후 대권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력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보통 기득권의 정권재창출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첫째는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권주자와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사실상의 정권 이양을 해주는 것이다. MB정부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가 이와 같았다고 볼 수 있다. 정권 중반기까지 극한의 대립을 반복했던 두 사람은 ‘경선 불개입과 이명박 정부 성공에 기여’를 약속하고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바 있다. 둘째는 차기 대권주자가 현직 대통령에 강하게 선을 긋고 마치 정권교체를 하듯 정권재창출에 나서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 선출 과정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정권이 재창출되는 일반적 도식으로 여겨져 왔다.

조선일보의 보도와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는 보수기득권 세력이 결과적으로 후자를 선택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러면 친박계를 향한 원심력은 더 강화되고 대통령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지금보다 더 고독한 존재가 될 것이다.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 때문에 검찰도 초유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검찰은 결국 검찰편’이란 고래의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길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난국을 예상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정면돌파’만을 고집하는 건 이 사건 최대의 미스터리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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