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나경원 의원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해 일방적인 해명기회를 줬지만 방통심의위원회에서는 가장 낮은 ‘의견제시’ 제재를 의결했다. 심의과정에서 대통령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은 “나경원 의원에 대한 언론매체들의 해명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부정입학보다는 영향력 입학인지가 쟁점”이라는 등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통신심의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김성묵)는 20일 TV조선 <정두언, 김유정의 이것이 정치다> 5월 26일자 방송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해당 방송에서 진행자 정두언 씨는 출연한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에게 “아픈 얘기가 될 수도 있다”며 “딸 부정입학 얘기가 나왔다. 이번 기회에 해명을 잘 하시려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대놓고 해명기회를 줬다. 그러자 나경원 의원은 3분가량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라는 등 일방적인 입장을 밝혔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5월 26일 방송 화면 캡처

문제를 제기한 민원인은 TV조선 <정두언, 김유정의 이것이 정치다>는 나경원 의원에 딸 부정입학 관련 당사자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은 것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 제3호 “방송은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는 내용을 방송해선 안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TV조선 보도본부 정한 시사제작부장은 “질문지상에 없었던 것으로 즉흥적인 질문이었다”며 “나경원 의원을 두둔하거나 그건 건 아니다. 정두언 씨가 호기심 차원에서 물은 것이다. 다만, ‘해명할 기회를 드릴게요’라는 등의 질문은 오해를 살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을 수긍했다.

하지만 방송심의소위 소속 심의위원들은 TV조선에 가장 낮은 수준의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다운증후군 딸에 대해 뉴스타파에서 보도를 했고 근거 있는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부 언론매체에서 나경원 의원에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던 때였다.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두둔하기 시작했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부정입학보다는 영향력입학인지 아닌지가 쟁점”이라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도 없었다”고 행정지도 중에서도 가장 낮은 ‘의견제시’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정부여당 추천 하남신 위원 또한 “마음 아픈 개인사를 감안한다면 이런 소재로 심의하는 것 자체도 부담”이라면서 “대한민국에서 알려진 정치인이 짊어질 멍에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재판중인 사건을 소재로 다룰 때는 신중했어야 한다. 다룰 거였다면 객관적으로 다루거나 했어야 했다”고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밝혔다가 ‘의견제시’로 낮췄다. 김성묵 소위원장도 입장을 같이 했다.

반면, 야당 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은 “뉴스타파 황일송 기자가 기소 상태”라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어쨌든 3분 정도 시간을 나경원 의원에 할애해 해명 기회를 준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타파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면 (해당)보도라도 언급하고 반대쪽 입장에서 질문을 하는 성의라도 보였어야 했다”고 ‘권고’라는 소수 의견으로 남았다.

한편, ‘동성애=에이즈 감염’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제기됐던 TV조선 <뉴스쇼판>보도에 대해서는 정부여당 추천 다수 의견에 따라 ‘문제없음’이 의결됐다. (▷관련기사 : TV조선, '성소수자 혐오'를 메인뉴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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