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조선일보는 연세대 편입학 관련 보도를 축소하고 있다. 이유는? 단정은 이르지만 짚이는 데가 있다. 연세대 재단이사장이 방우영 조선일보 회장이란 점이다.

정창영 연세대 총장의 부인 최윤희씨가 편입학과 관련해 2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조선은 지난달 30일자 12면 머리기사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한겨레가 하루 앞선 29일자 1면에서 보도한 다음날이다.

▲ 한겨레 10월31일자 1면.
하지만 그것뿐이다. 정 총장은 지난달 30일 연세대 재단 정기 이사회에 앞서 이번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이사회는 이를 수리했다. 연세대에서 총장이 비리와 관련해 불명예 퇴진한 첫 사례라는 점 그리고 편입학 관련 비리가 연세대 뿐만 아니라 사학 전체들에게 해당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 중앙일보 10월31일자 1면.
지난 10월31일자 대다수 신문이 1면에서 정 총장의 ‘낙마’ 사실을 전한 것도 이 같은 심각성 때문이다. 검찰 수사의 행방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사안 자체가 대학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조선일보는 10면에서 ‘아주 조그마하게’ 정 총장 사퇴소식을 전했다. 미묘한 시점이었다. 방우영 이사장이 연세대 이사회가 끝난 뒤 “원칙대로 다 잘 해결됐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전날(10월30일) 사회면 머리와 다음날(10월31일) ‘사회면 구석기사’ 사이에는 방 이사장의 발언이 놓여 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대목이 아니다.

▲ 조선일보 10월31일자 10면.
같은 날 한겨레가 연세대 치대·동문 자녀들이 매년 연세대에 편입학을 해왔다는 ‘새로운 사실’을 전했다. 이 문제가 총장 사퇴선에서 마무리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게다가 검찰 분위기와 기류도 심상치 않다.

검찰은 △부인 최씨가 받은 돈의 성격을 정 총장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편입학 사정 과정에 정 총장이 개입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연세대 본관의 정 총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할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이후 치의학과 편입학 자료를 제출하라고 연세대에 요구한 것도 검찰의 ‘현재 분위기’를 일정하게 보여준다.

▲ 경향신문 11월1일자 10면.
하지만 이 또한 오늘자(1일) 조선일보 지면에는 없다. 다른 언론들이 검찰의 이 같은 방침을 ‘비중 있게’ 전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마치 총장이 사퇴함으로써 연세대 편입학 비리 문제는 ‘종친’ 걸로 생각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정 총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한 것과 부인 최씨가 편입학 비리 의혹에 연루되어 있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정 총장이 관련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가 앞으로 검찰 수사의 초점이란 점을 명심하자. 총장은 물러났어도 연세대 편입학 비리와 관련된 의혹까지 ‘물러난 건’ 아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태를 지금 조선일보가 하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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